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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규진 Oct 24. 2021

술잔을 깨물었다

2014년 5월 28일

 '와작'


지나간 사랑을 떠올리며 유리잔을 깨물을 때였다. 다 마시지 않은 맥주가 담겨있는 두꺼운 잔에 금이 갔다. 앰프에서는 윤종신의 이별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술기운에 치솟은 감정은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 입 안에 남아있을 유리조각을 뱉어내는 것이라고는 해도, 평소보다 거칠게 침을 뱉었다. 술집 주인은 '이런 적이 한번도 없었다'면서 혀를 내둘렀다.


집에 돌아올 때에는 평소에는 다니지 않는 옛 길을 걸었다. 버스를 타지 않고 오랜만에 걸었다. 아주 어렸을 적 뛰어놀던 놀이터가 있는 그 길이었다. 같이 미끄럼틀을 타던 친구들은 무엇을 하고 지낼까 그리워졌다. 깨지 않는 술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눈앞이 금방 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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