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에 남겨진 것들 038
"개구리 퍼스펙티브"란 말이 있다. 굳이 해석을 하자면 '개구리 관점' 정도의 말이다.
개구리가 보는 시선은 가깝고 낮은 물체를 과장되게 크게 보고, 자신에게서 멀어지고 높은 물체는 아주 작게 보여서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지면 개구리의 눈에서는 휙 하고 사라져 버리는 것처럼 개구리가 본다는 말이다. 다리가 길어 보이게 사진을 찍는 것을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쉽다.
사람들의 시각으로 보면 개구리의 이러한 관점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 된다. 하지만 개구리 입장에서 날아가는 파리를 잘 잡아먹기 위해선 이런 왜곡이 생존의 필수조건이다. 가까이서 낮게 날아가는 파리는 엄청나게 크고 잘 보이므로 절대 놓치지 않고 사냥을 가능하게 하고, 이미 사정권을 벗어난 벌레는 휙 하고 사라져 버려서 개구리 입장에서 의미 없는 벌레는 아예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개구리 퍼스펙티브처럼 우리네 사람도 저마다의 관점이 있을 것이다. 나의 경험, 상황, 지식, 감각 등 수만 가지 조건들이 나란 사람의 관점을 형성하게 한다. 아무리 동일한 상황을 목격한다고 해도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관점에 따라 우리가 인지하는 것은 미묘하게 다르다.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관점은 다른 이가 볼 때 왜곡된 것일 수 있지만, 그 사람의 입장에선 절대적으로 필수적인 것일 수 있다.
개구리는 그 왜곡된 퍼스펙티브가 없다면 굶어 죽어 죽게 된다. 그러므로 사람의 입장에서 개구리의 관점이 왜곡되었다고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는 것은 참으로 웃긴 오지랖이 될 뿐이다.
나 스스로를 돌아보건대, 참 많이도 타인의 관점을 왜곡된 것으로 평가하고 지적해온 순간이 많았던 것 같다. 후회하고 반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