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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선장수 Sep 17. 2018

문화 기지촌을 벗어나며...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01

지난 몇 년간 사랑앓이를 심하게 한 것 같다. 


이혼을 하고 짝이 없는 상황이다 보니 지나치게 사랑타령을 하고 살아온 것이다. 어떤 책에서 "싱글은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고, 커플은 함께 밥을 먹을 수 있어서 좋다"라는 글귀를 본 적이 있는데, 사랑타령을 하도 많이 해서 인지 밥은 제대로 먹었던 것 같은데 책을 도통 읽어 보질 못하는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결국 나는 혼자가 되었고, 넘쳐나는 시간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삶의 권태와 허무에 허덕였다. 그럴 때마다 아픈 사람이 진통제를 찾듯 버릇처럼 또 사랑타령을 하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지나간 사랑의 색깔이 너무 강렬해서였을까? 다행히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쉬운 사랑에는 만족감이 생기지 않았다. 그녀를 떠나보내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애착의 대상이란 게 실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린 것이다(사랑을 제대로 한 것이다). 그런 대상이 유일하지 않을 것이란 희망을 품어 보지만, 그 희망을 떠올리며 앞을 내다보고 달려가기엔 지나간 사랑에 대한 후회로 고개가 자꾸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하여간 그렇게 대상이 떠나버린 뒤에도 사랑앓이는 계속되고 있었다.




어느 날 책을 한번 읽어보자는 심산으로 서점엘 갔다. 아주 큰 대형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책중에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가를 보곤 살짝 들추어 보니, "문화 기지촌"이란 단어가 눈에 훅치고 들어온다. 내용인즉, 작가 본인은 젊은 시절에 카뮈 등 실존주의 작가들의 책은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가질 않았는데, 사람들이 그런 책을 들고 다니는 것을 보니 서구의 지식인을 흉내 내는 문화의 기지촌 현상으로 보였다는 말이다. (물론 그 책의 뒷부분에서는 실존주의 철학에 대한 유시민 작가의 이해를 적어놓은 부분이 있다)


재치 있는 표현이 제법 재밌게도 보였지만, 순간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아서 상당히 부끄럽기도 했다. 나 또한 20대 시절에 그런 허세로 가득 차 이해를 하지도 못했고 이해할 노력도 없는 폼나는 책들을 끼고 살았던 적이 있었다. 지금에도 그 문제가 여전히 남아서, 실제로 흥미도 없으면서 어렵고 폼나는 책을 여전히 사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에 더욱 부끄러웠던 것이다. 


당장에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계산하고 서점을 나왔다. 오래되고 썩어 문드러진 나의 문화 기지촌 생활을 청산하고 책 읽는 즐거움의 세상으로 들어서는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 그리고, 이젠 사랑타령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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