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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선장수 Oct 09. 2017

一期一会 : 나는 이런 사치를 원한다

이혼 후에 남겨진 것들 040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따위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아니 에르노 : 단순한 열정 중



사랑의 열정에 대하여 이렇게 임팩트 있고 단순하게 표현한 글귀가 어디 또 있으랴? 보는 이에 따라 '사치'란 표현을 역설적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사랑의 찬가'로 들리는 글귀이다.


사랑... 유행가 가사처럼 우리가 너무 자주 쉽게 논하다 보니, 그 말속에 있던 의미적 절박성과 곡진함이 약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그 말이 거짓과 위선의 냄새마저 풍기게 되어버린 말이다. 아니 에르노가 '사치'라는 역설적 단어로 표현한 것이 오히려 그 의미적 심도가 잘 전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일본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一期一会 이찌고 이찌에(いちごいちえ)라고 일컫는데. 그 의미가 "일생에 단 한 번 있는 기회"란 뜻이다. 일생에 단 한 번밖에 맞이할 수 없는 기회가 무엇이 있을까? 그게 무엇이든 소중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므로 이 말은 결국 소중한 인연을 중히 여겨라는 말일 것이다.

 

평생을 살아가면서 쉽게 자주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딱 한번 맺을 수 있는 소중한 인연이라면 아마도 진정을 다해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닐까?


내 삶에 이찌고 이찌에가 있을까? 아니, 이미 있었는데 내가 소중함을 몰라 지나쳐버린지도 모른다.  이미 지나쳐버린 이찌고 이찌에가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는 것 같다.



어떤 인연을 떠나보는데 한평생이 걸린다면, 아마도 그건 一期一会 였을 것이다.


소중함을 몰라본 스스로를 탓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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