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설 03
20대. 지금 밥벌이를 하고 있는 라이선스를 갖 취득했던 시절. 연수원에서 강의를 들을 때의 일이다. 나는 전날 마신 술의 여독이 풀리지 않은 채 늦게 강의실로 들어와 맨 앞자리에 겨우 앉아서 자불 자불 거리고 있었다. 그런 나의 얼굴을 똑바로 보고 강사가 큰소리로 나에게 한말이 아직도 귀에 아른거린다.
잠에서 벌떡 깬 나는 무의식적으로 '아니오'라고 답을 했다. 강사는 웃으며 '정신은 멀쩡하네'라고 하며 강의를 이어 나갔다. 생물학이나 의학이 아닌 경영학 강의시간에 웬 질문이 저래? 하고 강의를 들으니, 기업 경영 철학에 대한 얘기였다. 인생의 목적이 건강이 아니듯, 기업의 목적도 이익이 아니다. 인생의 목적이 가치 있는 삶을 만들어가는 것인 것처럼, 기업의 목적도 가치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사회에 제공하는 데 있다. 이익은 사회에 좋은 가치를 제공하는데 필요한 계속기업의 조건일 뿐이다. 대충 이런 얘기였다.
프로이트가 이런 말을 했다(분명히 내가 알기로 맞는데 아무리 원전을 찾아도 찾을 순 없다. 하여간 프로이트가 한 말이라 나는 믿는다). "인생의 목표와 방향도 설정이 되지 못한 사람이 약간의 미열에도 병원으로 뛰어가는 것만큼 어리석은 행동은 없다"
내가 참 좋아했던 잡스 형님 세상을 떠난 지 벌써 7년이 흘렀다. 그의 사망 소식은 전 세계 미디어에서 앞다투어 보도를 했었고, 잡스 형님께서 얼마나 유명하셨던지 애플이 뭔지도 모르시는 우리 어머니께서도 그의 죽음에 한마디 거드셨다. "돈이 많고 성공을 하면 뭐하노? 저리 허망하게 세상을 떠나면 아무 의미 없는 것을!!"
"엄니!! 저는요 잡스 형님이 해낸 삶의 성취의 10분의 1만이라도 달성을 해 본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어머니 앞에서 아들이 할 말이 차마 아니라 직접 내뱉지는 못했지만, 내 맘속에서 중얼거리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