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의 기법 중에 ‘강점 코칭’이 있다. 잘 하는 부분을 더욱 강화하여 성과에 도움이 되는 것을 코칭의 목표로 한다. 일반적으로 부족한 점을 찾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다른 코칭과 다르다. 미국 갤럽社의 강점 코칭 방법론에서는 사람의 재능을 34가지로 나눈다. 34가지의 재능은 책임감, 행동, 지적사고, 발상, 소통, 공감 같은 항목들이다.
온라인으로 강점 진단을 받으면 34가지 재능을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순서대로 배열한 리스트를 보여 준다. 첫 번째부터 다섯 번째까지의 다섯 개 재능은 최상위(Top 5) 재능이라고 한다. 항상 옆에 두고 사용하는 재능이다. 즐겨 사용하는 사무용품을 책상 위에 두거나 가방에 넣어 다니는 것과 같다. 리스트의 하위에 있는 재능은 익숙하지 않아서 거의 꺼내 쓰지 않는 재능이다. 이런 재능들은 캐비넷이나 창고에 처박혀 있는 어쩌다 사용하는 사무용품과 같다.
상위에 있는 재능 중에 긍정적으로 발현되어 높은 성과를 내는데 지속적으로 도움이 되는 재능을 강점이라고 부른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긍정적인 효과가 없으면 강점이라 하기 어렵다. 예를 들면 두 사람 모두 소통의 재능을 가졌다고 해도 ‘설득력 있게 말을 잘 하는’ 김 대리는 소통에 강점을 갖고 있지만 ‘말만 잘 하는’ 이 대리는 소통이 강점이라고 말하기 힘들다.
몇 년 전에 강점 코칭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수료한 후 시험을 치고 정해진 코칭 경험을 쌓아 인증 코치가 되었다. A과장에게 강점 코치가 되었다고 자랑했더니 자신을 코칭해 달라고 했다. A과장은 내가 CEO로 일할 때 오랜 동안 내 비서로 일했다. 그녀도 인증을 받은 코치이다.
강점 코칭은 진단 결과에서 제시된 34개 재능의 리스트를 살펴보면서 시작한다. 상위 재능 중에 어떤 재능이 자신의 강점이고 과거에 그 강점이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코치와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성과를 내기 위해 자신의 강점을 어떤 방법으로 활용할 것인지 코치와 같이 계획을 세운다.
코칭 초반에 A과장에게 34개 재능의 의미와 배열 순서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A과장은 자신의 업무에 ‘문제해결’ 재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하위에 위치해 있다고 아쉬워했다. 나는 어떤 재능이 하위에 있다고 해서 그 재능이 필요한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해 주었다. 상위에 있는 재능이 부족한 재능을 대신해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A과장에게 내 강점 진단 결과를 보여 주었다. 강점 순서를 살펴보던 A과장이 깜짝 놀랐다. 내 재능 리스트의 29번은 ‘공감’이고 30번이 ‘포용’이다. A과장은 평소에 내가 직원들에게 잘 공감해 주고 포용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아, 그 포용과 공감은 생계형이었어. 내 생각과 다르다고 직원의 생각이 틀렸다고 하면 의견을 얘기하지 않잖아. 사장 노릇하느라고 공감하는 척한 거지.”
A과장은 배신감을 느낀다고 말했지만 사실이었다. 경영자로 일하던 초기에 내가 자주 쓰던 말이 있었다. “용서는 하겠지만 아직도 이해는 못하겠다.”는 말이었다. 부하 직원이 실수를 했을 때 머리로는 용서하지만 마음으로 이해하지 못했던 적이 많았다. 넓은 마음과 따뜻한 말투로 말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택도 없는 소리하고 있네.” 하고 생각하는 상사였다.
진심으로 포용하고 공감하는 재능이 없는 나를 어떻게 직원들은 공감력 풍부한 상사로 보았을까? CEO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공감과 포용이 필요하니 일단 그런 척이라도 하려고 애썼던 것 같다. 내 최상위 재능의 1번이 ‘책임감’이다. 강한 책임감이 약한 공감과 포용력을 대신해서 열심히 일했던 것 같다.
사람이 사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공감력이 떨어져도 상사로서의 책임감으로 부하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척 하기도 한다. 반드시 그 재능이 있어야 그 일을 잘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부족한 재능을 다른 재능이 대신한다. 그런데, 그렇게 살면 피곤하지 않을까? 상사 노릇하려고 공감하는 척 하는 것은 가식적으로 사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만 수학이 싫어도 여자 친구에게 잘 보이려고 열심히 공부하기도 하지 않는가?
배신당한 표정의 A과장에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공감하는 척 하다 보니 정말 공감하게 되는 것 같더라구. 점점 더 마음으로도 이해를 하고 용서하게 되더라구. 그런 면에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맞는 거 같애.”
내가 생각해도 과거에 비해 내 공감력은 높아졌다. 점점 직원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경영자가 된 초기에는 부하 직원들을 너무 강하게 몰아부쳐 힘들게 하는 B팀장은 ‘리더십이 부족하다’ 하고 생각했었다. 나중에는 “팀장이 되고 처음 맞는 불경기에 B팀장이 영업하기 힘들었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럴 수도 있겠네.’가 입버릇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공감하고 포용하게 되었던 거 같다. 사실은 부족한 공감력이 책임감이라는 다른 근육으로 보완이 되었으리라. 본래 허리가 부실해도 꾸준한 운동으로 근육을 키우면 아프지 않고 지내지 않는가. 하다 보면 하게 된다. 그게 어려우면 하는 척이라도 하면 하게 된다. 웃으면 복이 온다고 했다. 꼭 복 받아서 웃음이 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