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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코치 May 30. 2024

'3요' 탈출법

‘3요’라는 말을 들어 보았는가? 요즘 상사를 놀라게 하는 세 가지 질문이다. ‘이걸요?’, ‘제가요?’, ‘왜요?’의 세 가지 질문을 ‘3요’라고 한다. 젊은 세대 직원에게 일을 시키면 이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고 한다. ‘3요’는 ‘이 일을 왜 내가 해야 하느냐?’는 뜻이다.


‘3요’가 발생하는 상황은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일을 시킬 때이다. 일에는 상사의 지시를 받아서 하는 일도 있고, 구성원 자신이 알아서 하는 일상적인 일도 있다.


일상업무는 상사의 지시가 없어도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다. 급여업무를 담당하는 김대리는 팀장의 지시가 없어도 매월 급여일에 급여가 지급될 수 있도록 입사자와 퇴사자 수를 확인하고 연장근로 수당 데이터를 생산부서에 요청한다. 구매팀의 이대리는 팀장의 지시가 없어도 연간계약을 맺은 공급사의 담당자에게 다음 달 필요 물량과 입고일정을 통보한다.


수명(受命)업무는 상사의 지시를 받아서 하는 업무이다. 급여 담당 김대리가 업무상 개인 휴대폰을 사용하는 직원들을 위한 휴대폰 수당제도를 도입하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 이는 수명업무이다. 재무팀 박대리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사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 보라는 지시를 받았다면 이것도 수명업무이다.


상사가 일 욕심이 많으면 수명업무가 많다. 의욕이 넘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샘솟는 팀장과 일하는 김대리는 ‘김대리, 이런 거 어때?’ 하는 팀장의 말을 들으면 겁부터 난다.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부서에도 수명업무가 많다. 금리나 환율이 오르면 올해 회사 손익을 다시 예측해야 하는 재무팀, 경쟁사가 세일을 하면 대응책을 세워야 하는 영업기획팀 같은 부서이다.


일 욕심 많은 상사야 그렇다 치고, 부서의 특성 상 수명업무가 있는 건 당연할진대 왜 그들은 ‘3요’를 외칠까?


‘3요’를 발화하는 구성원들은 일하기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업무 분장이 명확하지 않아서 내가 할 일인지 의심되기 때문이다. 부서 간 또는 부서 내 동료 간에 업무 분장이 있다. 그런데 업무 분장이라는 게 칼로 자른 듯 끊어지지 않는다. 소위 회색지대(grey zone)가 생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사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검토는 재무팀에서 해도 되지만 기획팀에서 해도 된다. 인사팀은 인원이 적어 다른 업무도 익힐 필요가 있어서 현재 자신의 담당 업무가 아닌 업무를 지시받을 때도 많다.


그렇다면 관리자들은 ‘3요’의 경악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첫째, 일의 목적, 목표와 배경에 대해 설명해 주어야 한다.


급여담당 김대리는 휴대폰 수당에 대한 지시를 받고 그 일은 인사제도 담당인 정대리의 일이라고 ‘3요’를 소리 높여 외칠 뻔했다. 그렇지만 업무순환에 대비해서 김대리도 인사제도와 관련된 일을 시작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팀장의 설명을 듣고 이해하게 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사업 영향에 대한 검토를 지시받은 이대리도 이런 분석은 기획팀에서 하는 일 아니냐고 중얼거렸다.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까지 계산해 보자는 사장님 지시가 있어서 재무팀에서 하게 되었다는 팀장의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되었다.


관리자는 구성원이 일의 목적, 목표와 배경을 알겠거니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일까지 이야기해야 하는가’ 싶을 정도로 세세하게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 사람이란 생각보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없는 법이다.


둘째, 수명업무에 대해서 인정해 주어야 한다.


수명업무는 납기가 있어서 야근을 해야 할 때도 있고 경영진이 지시하기도 해서 신경이 많이 쓰이는 일이다. 막상 이렇게 힘들게 한 수명업무는 연초에 작성한 업무계획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으니 연말 성과평가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수명업무는 작은 프로젝트와 마찬가지이다. 명확한 목표와 납기와 성과물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명업무를 프로젝트를 수행하듯이 목표와 그 수준, 일정, 참여자를 명시하여 관리하고 완료 후에 평가해서 연말 평가에 반영한다면 ‘3요’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이 된다. 수명업무를 받는 구성원은 물론 업무를 지시하는 상사가 수명업무를 기록했다가 평가에 반영해 준다면 그 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작년이었다. 작은딸이 한숨을 쉬었다. 자신은 상품기획자지만 팀장 지시로 일년 동안 마케팅 업무도 많이 했는데 팀장이 알아줄 것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업무수첩을 보고 그간 했던 마케팅 업무를 건 별로 정리해 보라고 했다. 업무 별로 쓴 시간과 성과를 정리해서 평가표에 첨부하라고 했다.


다행히 딸은 좋은 평가를 받았고 그 덕에 동기들보다 먼저 대리 승진도 했다. 승진턱을 내겠다고 했는데 소식이 없다. 딸에게 채근하면 ‘제가요?’ ‘언제요?’ 할 거 같다. 승진턱을 내겠다는 딸의 말을 적어 놓았어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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