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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코치 Jun 03. 2024

사람은 평균값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경영자 한 사람이 직원들에게 못되게 했다고 지탄을 받고 있다. 그 경영자는 각종 매체의 보도에 시달리다가 기자회견까지 했다. 이후에 흥미로운 상황이 벌어졌다. 그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로부터 자신들이 겪어 본 그 사람은 괜찮은 사람이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다른 직원, 고객, 심지어 협력사 직원까지.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경영자 코칭을 할 때 인사부서에서 다면평가 결과를 제공받는 경우가 많다. 다면평가는 전략적 사고, 소통 역량, 성과 관리 같은 리더의 역량과 행동에 대해 부하 직원, 동료, 상사가 평가하는 일종의 설문조사이다. 대개 25-30개 정도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평가자는 각 문항에 대해 최저 1점(전혀 그렇지 않다)에서 최고 5점(매우 그렇다)으로 평가한다. 보고서에는 평가항목별 평균값이 나와있으며 회사에 따라 점수의 분포를 알려 주는 경우도 있다.


평균값과 점수의 분포를 종합해서 관찰해 보면 흥미로운 현상을 볼 수 있다. 실제 겪었던 일이다. 한 회사의 다면 평가에 ‘부서장은 구성원의 상황과 역량을 고려하여 업무를 배정한다’ 라는 항목이 있었다. A팀장은 이 항목에서 평균 4.6을 받았다. 훌륭한 점수였다. A팀장의 팀은 10명의 팀원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점수 분포를 살펴보니 1-5점이었다. 간단히 계산해 보니 9명이 5점을 주고 1명이 1점을 주어야 나올 수 있는 점수였다. A팀장에게 물었다.


“이 항목에 대해 부정적인 경험을 한 팀원이 있는 듯합니다.” 잠시 생각하던 A팀장이 말했다.

“아, 어떤 상황이었는지 알 것 같습니다. 1점을 준 사람이 누구인지도요. B과장은 일을 참 잘 하는 팀원입니다. 그때 일이 많아서 힘든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갑자기 사업부장에게 보고할 중요한 일이 생겼고 B과장이 가장 잘 할 거 같아서 일을 맡겼습니다. 며칠 혼자 야근을 하더니 폭발했지요.”

“어떻게 하셨습니까?”

“사과했습니다. 제가 한 번 더 생각하고 일을 주어야 했습니다. 사과는 했지만 마음에 남았던 모양입니다. 제가 잘못했지요.”


다른 팀원들이 모두 5점을 준 것을 보면 A팀장은 업무 배정에 있어 문제가 없는 관리자였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과장에게 A팀장은 ‘구성원의 상황과 역량을 고려하여 업무를 배정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우리는 평균값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다. 사람은 최고의 경험과 최악의 경험의 조합으로 기억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러 개의 긍정적인 경험보다는 부정적 경험이 기억에 더 많이 남는다. 말로는 '괜찮은 분이지' 하지만 자신이 겪은 부정적 경험의 지배를 더 많이 받는다. 최고의 경험이 있으면 최고의 점수를 주고, 최악의 경험이 있으면 최악의 점수를 준다. 최고의 경험이 있다고 해도 최악의 경험이 있으면 그 사람은 최악의 점수를 받는다. 


구성원이 리더의 리더다운 행동을 목격하는 순간을 나는 '리더십의 순간'('Leadership Moment') 이라고 부른다. ‘리더십의 순간’을 목격하는 구성원은 리더로서 바람직한 행동을 배우게 된다. 동시에 그 리더가 높은 평가를 받는 순간이 된다. 그렇지만 ‘리더십의 순간’은 한 번의 최악의 경험에 의해 없었던 일이 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여기서도 적용될까?


평소에 모든 리더는 구성원에게 ‘리더십의 순간’을 보여 주려고 노력한다. 그것도 필요하겠지만 더 신경 써야 할 것은 최악의 순간을 보여 주지 않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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