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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lie Choi Dec 04. 2019

한국은 언제 어른스러운
추모공원이 생길까요?

뉴욕 9/11 Memorial 다녀온 후

미국 뉴욕, 짧지만 강했던 잠깐의 여행을 통해서 얻게 된 통찰력들이 굉장히 많다.


이번 미국 여행 계획에 없었지만, 굉장히 뜻깊으며 아름답고 가슴 먹먹한 장소를 추천받아서 다녀왔다.

어머니의 추천으로 간 곳이다.

"아들아 여기 꼭 가보고 엄마한테 이야기해주렴"


어머니 말을 듣고 찾아가게 된 곳

'911 Memorial'

흔히, '그라운드 제로'라고 불리는데 원래 의미는 폭발이 있었던 지표의 지점을 의미하는 용어이다.

대부분의 경우 원자폭탄이나 수소폭탄 등 핵무기가 폭발한 지점 또는 피폭 중심지를 뜻하기도 한다.

영어권에서 '그라운드 제로'란 표현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맨해튼 계획'과 '히로시마' 그리고 '나가사키' 원폭 때이다. 


그러나 대표적인 그라운드 제로로 대부분이 알고 있는 장소는 9/11 테러 현장인 이곳

'9/11 Memorial'

911테러(왼쪽), 세계무역센터 폭탄테러(오른쪽)

2001년에 있었던 세계무역센터(WTC) 테러로 인한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지어졌다.

뿐만 아니라 1993년 2월 26일에 있었던 '세계무역센터 폭탄테러'사건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93년도 사건도 함께 추모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모르는 분들이 꽤 많다.

'9/11 메모리얼'에는 거대한 조형물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쌍둥이 빌딩이 있던 그 자리 위에 거대한 인공폭포를 만들었다. 그래서 같은 형태의 폭포가 2곳이 있다.

각각 다른 풀에서 찍은 '부재의 반추'

이 두 개의 풀이 있는 전체 공간의 이름은 '부재의 반추(Reflecting Absence)'이다. 말 그대로 "한 순간에 목숨을 잃은 3,000명의 희생자들이 떠나간 자리, 그 빈 곳을 돌아본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9/11 메모리얼 조형물을 중심으로 76개의 동판에는 9/11 테러 희생자 2753명, 펜타곤에서 사망한 184명, 1993년 세계무역센터 폭탄테러 희생자 6명을 포함한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그 비석은 해가지는 시간이 되면 정말 아름답게 빛이 난다. 

해가지기 전에 꼭 가기를 추천한다. 너무나도 아름답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있는 미국 국기와 하얀 꽃까지 9/11 메모리얼 공원을 숙연하게 만들어 낸다.

아직 또렷하게 기억을 한다. 

2001년 그때에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뉴스를 통해서 미국 쌍둥이 빌딩이 내려앉아버리는 사건을...

그때의 충격이 사실 너무 컸었다. 어린 나이에 5000명이 사상당했다는 소식 그리고 더욱 충격적인 장면들

건물이 수십층임에도 불구하고 건물 밖으로 뛰어내리는 사람 건물을 향해 돌진하는 또 하나의 비행기 그리고 무너져버린 빌딩 근처로 쏟아진 콘크리트 먼지들까지...


9/11 메모리얼 추모공원을 돌아다니며 V-LOG를 찍고 있었는데, 어릴 적 보았던 그 장면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쏟아져 제대로 찍지도 못했다. 


가장 슬퍼서 몰래 눈물을 훔쳤던 장면이 아직도 선명하다. 

911 테러 사건이 있던 9월 11일 정확히 13일 전에 방문해서 그런지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거기서 하염없이 한 사람의 이름을 쓸어만지며 눈물을 훔치고 계신 노인분의 뒷모습 때문에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땅인 뉴욕 중심의 맨해튼, 건물이 아닌 추모공원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박수받아 마땅했다.

두 번 다시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의지 또한 담겨있음을 보여준다.

완공하는데 5년이라는 오랜 시간에 걸쳐 공개한 9/11 추모공원.


9/11 메모리얼 공원은 하루 평균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아오고 점점 더 늘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뉴욕의 명소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 9/11 메모리얼 공원에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공원은 어느 공원과 비슷하지만 테러로 인한 3000여 명의 희생자를 기리고 가슴 아픈 사건을 극복한 뉴욕 시민들의 '자부심'이자 '상처'이기에 분위기는 숙연하다.


그러나 그곳의 의미를 잘 모르는 몇몇 여행객들은 그 앞에서 멋진 사진 혹은 재미있는 사진을 찍으면서 '하하호호'웃는 모습도 보인다, 그 모습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하다.


인공폭포가 만들어내는 물소리,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면 '그날' 전 세계가 흘린 눈물의 양을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폭포는 365일 쉬지 않고 가동되는데 겨울에 물이 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약품 처리를 해서 얼지 않도록 한다고 한다. 이 폭포의 물들은 리사이클 워터로 한 번 흘러내린 물을 다시 회수해 사용한다.


9/11 테러 희생자들 대부분이 사고 지역의 근방 5개 주에서 거주했기 때문에 공원의 나무들 역시 해당 5개 주에서 직접 가지고 왔다고 한다. (그래서 공원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나무의 높이와 모양들이 조금은 제각각이었다고 한다)

9·11 메모리얼 파크를 설계한 사람은 마이클 아라드라는 사람이다. 이 공원은 그의 인생을 180도 바꾸어 놓은 인생의 걸작이다. 2003년 열린 추모공원 공모전에서 5201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선되기 전까지 마이클 아라드는 비자가 만료되어 이스라엘로 쫓겨나기 직전의 뉴욕의 실업자였다. 돈이 궁하던 그는 잡화점에서 산 싸구려 분수와 플라스틱 조각으로 모형을 만들어 공모전에 제출했고, 아라드는 전 세계 63개국에서 공모한 5201개의 작품 중 1등으로 당선되어 뉴욕 시민들의 영웅이 되었다. 이 설계를 뽑은 13인의 심사위원들은 작품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고 한다.

이 작품은 파괴에 의해 남겨진 상실의 빈 공간에 대한 것을 표현했다. 우리가 헤아릴 수 없는 삶의 손실에 대해, 또한 위로받을 수 있는 재생에 대해 말하고 있으며, 한 세대로부터 다음 세대까지 기억될 수 있는 장소를 표현하고 있다.


9/11 메모리얼 공원을 보면서 떠오른 우리 대한민국의 모습을 자연스레 비교하게 된다.

바로 '세월호 침몰 사고',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세월호 추모 공원을 안산에 설치하기 위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하지만 반대 시위가 꽤 거세었다고 한다.

추모공원을 납골당으로 만들어 거짓 뉴스를 만들어 내어 반대를 하는 사람들

추모공원에 납골당이라는 거짓을 퍼트리며 추모 공간을 혐오시설로 만들어 낸 단체들.

다행히 세월호 추모공원은 건립이 예정이라고 하니 다행이다.

그리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삼풍백화점이 있던 자리인 서초구 서초동, 지금은 사고 발생 후 삼풍백화점 터에는 스카이라운지와 연회장, 수영장, 헬스장 등 최고급 수준의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섰다.

삼풍백화점 사건을 기억할 만한 어떤 조형물이나 그 어떠한 것도 없다. 인근 양재동 시민의 숲에 세워진 삼풍참사 위령탑만이 있을 뿐, 그날의 슬픔을 기억하고 고인들의 넋을 위로하는 자리가 되어 있다.

그곳 마저도 사람들이 찾아가는 곳은 되지 못했다.


왜 미국과 한국은 이런 온도 차이가 있는 것일까?

혹시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많이 부족한 것일까? 그럼 '국뽕에 취한다'라는 이야기는 어디서 시작되었고, 누가 어떻게 공감을 해서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일까? 


오히려 이런 가슴 아픈 기억들을 추모하는 공간을 만들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되뇔 수 있도록,

사람들이 찾아오는 장소를 만들고 주변 상권을 살릴 수 있도록...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야 말로 

굳이 '애국자', '국뽕'을 굳이 말하고 내세우지 않아도 애국을 증명하는 것

그리고 내 이웃이던 내 친구를 생각하는 인간답고 어른다운 자세가 아닐까?


우리나라의 추모 공원에 대한 인식을 다시금 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삶에서 우리의 이름을 남기는 것. 한 시대를 살았던 개인으로써 인간으로 고민해볼 중요한 가치이지 않을까?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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