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2019 2일차! 라스베이거스에서의 2일차 아침이 밝았다. 그날을 다시 돌아보면 “내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거 맞아?” 라는 느낌이었다. 여전히 한국에 있는 것 같았고 실감이 나지 않았다. 오늘 글로 쓰려고 하는 것은 <CES의 한국인 그리고 구글과 아마존>이다.
왜 ‘한국인’이라는 국뽕에 취할 만한 단어를 쓴 이유는 무엇일까? “삼성과 LG의 기술력이 세계의 자랑거리 라서?'”보통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런데 내가 보아왔던 CES에서의 한국인의 모습은 조금 특별했다.
나는 분명 미국에 있는데 CES 행사장을 가면 한국인들이 굉장히 많다. 되려 중국인들이 안 보일 정도로 한국인이 많았다. 거의 다 삼성의 임원분들, LG의 임원들을 제외하고 그외에 우리 같은 체험단의 형태로 온 대학생들 또는 스타트업 대표님들 그리고 카이스트에서 온 MBA 석,박사님들 또 기자분들까지 한국인이 정말 정말 많았다. 분명 영어가 많이 들려야하는 것이 정상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5분만 걸어가면 주변에 한국말들이 들리고 5분 걸어가면 한국말이 들린다.
“대표님 이쪽으로~”, “정실장 우리 점심 뭐 먹을까?”, “TCL이라는 회사가 있었어? 꽤 큰 기업이네?” 등등 굉장히 재미있는 상황들이 있었다.
2일차 시작부터 알게 된 점이다. 대한민국 사람들은 특히나 새로움에 굉장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인종이다. 새마을 운동에서부터 엄청난 경제 성장으로 변화의 바람에 잘 적응해왔다. 그래서 늘 새롭고 특별한 것에 관심을 잘 가지고 있고 지적 성장에 대한 욕구가 굉장히 강한 인종이라 생각한다. 또한 무시당하는 것을 무엇보다 싫어하고 남들의 시선을 굉장히 많이 신경쓰는 것 등등
더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제일 큰 것은 한국 사람은 ‘지적(intellectual) 성장’에 투자를 많이 하는 것 같다.
테크 사우스(사우스 플라자)로 가면 대구광역시의 스타트업들을 위한 부스도 따로 마련되어있었는데, 명칭을 ‘대구관’이라고 한 것으로 기억이 난다. 사실 그 곳을 가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정부관처를 옆에 끼고 오는 기업들은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굉장히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보여주기를 위한 보여주기식 전시라고 해야할까? 누구에게 보여주는 것인지는 이 글을 보고 있는 분들은 대충 알 것이다.
굉장히 느낌부터 다르다. 테크 웨스트로 가면 스타트업들이 종종 보이는데, 거기서는 자신들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기술을 전시 해놓고 설명을 하고 있다. 일단 부스의 디자인 자체가 굉장히 다르다. 부스를 디자인 하는 것 만도 고민을 많이 했다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이니. 사람이 몰릴 만하다.
그에 반해 한국에서 온 팀들은 소수의 기업 빼고 굉장히 저 퀄리티의 제품을 가지고 나와있다. 특히 대학교에서 온 팀들은 더욱 그랬다. 국내의 H대학교에서 온 팀들의 제품을 보았는데, 제품들이 주는 느낌들이 너무! 아주! 너무! 대학생스러웠다. CES2019라는 전세계의 사람들이 오는 엄청난 행사에 방금 3D프린팅으로 뽑은 것 같은 조악한 형태의 제품들이 있었고, 그것을 설명하는 친구들도 설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더 어이가 없었던 것은 설명을 듣고 있는 와중에 굉장히 높은 사람이 온다면서 다른 사람들을 뒤로 몰아냈다는 것이다.
누군가 싶어서 보면 정부부처 관계자….대학교 산학단 단장 등 의전 행사에서 굉장히 많이 볼 법한 사람들이다.
이게 뭐하는 짓인지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대게 많은 젊은 예비 창업자 혹은 3년 미만의 스타트업들이 많이 착각하고 실수하는 것이 정부에서 주는 바우처 사업비, 사업화 지원금 등이 회사의 매출로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짜 자신들이 생각해야하는 것은 자신들의 제품을 사줄 잠재고객을 만나고, 피드백을 받고 제품을 고도화하여 고객들을 통한 매출을 만들어야 하는데, 돈 나오는 곳이 정부이다 보니 정부부처 관계자들이 마치 고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니 눈앞에 고객을 놔두고 정부부처 사람에게 아주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있고, 그를 통해서 새로운 사업을 받기 위한 라인을 타려고 노력한다. 쉽게 말해 싸바싸바, 아부, 아첨꾼 등으로 불리는 그 행위다.
꼭 그 학교의 문제는 아니다. 어느 곳을 가나 정부의 지원금으로 사업을 유지하고자 하는 좀비같은 기업들이 많다.
지금 나와 함께 학교에서 제공해준 스타트업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는 동생이 위의 행위를 절대 하지 않고 정석의 길만 가는 중이다.
대구에서 브링크라는 독서커뮤니티 서비스를 하고 있는 친구이다. 이전에 청춘정미소로 쌀집을 창업해서 운영하다가 작게 M&A를 하고 새로 사업을 시작했다. 브링크는 기존의 트레바리 비즈니스와 동일하다. 그런데 ‘퍼스트 무버(Fast Mover)’가 있으면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가 있다. 그 중 브링크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이다. 브링크의 김동영 대표는 절대 정부 지원 사업 없이 스스로 성장하며 혼자서 매출을 내고 있다. 참 대단한 동생이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정말 많이 배운다.
아무튼 멘토랍시고 시간 떼우고 정확하지 않은 인사이트로 젊은 창업자들 망하게 하고 세금 받아먹는 사람들, 좀비 기업 등등 전부 조치가 필요하다. 물론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도 이런 기업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나라가 그렇게 하니까 우리도 해도 된다는 생각은 절대 있으면 안된다.
그리고 양심 고백을 하자면 나도 위의 말을 나서서 비판할 수 없는 사람 중에 한 명이다. 학교의 창업동아리 지원금으로 혜택을 조금 본 사람 중에 한명이기 때문에…아무튼 진짜 많이 개선되어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CES2019 밖에 가보지 않았지만 기회가 되면 2020도 꼭 가고 싶다. 왜냐? 삼성의 성장? LG의 성장? 관심 없다. 나는 오로지 스타트업들의 성장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다. 작년에 내가 봤던 팀들이 또 다시 CES에 나올지는 모르지만, 나온다면 얼마나 성장을 하고 바뀌었는지 꼭 눈으로 보고 이야기 하고 싶다. 1년간 어떤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었는지 꼭 물어보고 싶다.
CES2018 그리고 CES2019에 참여했던 사람들 또한 내가 할 말에 공감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CES 행사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구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부스별로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아마존 알렉사의 로고가 막 붙여져있는 모습을 정말 많이 보았을 것이다.
정말 신기했다. 각 부스별로 제품에 AI서비스를 어떻게 활용이 가능한지 등을 함께 설명해주고 헤이구글 부스를 안내해주면서 어떤 이벤트가 있는지 상세히 설명을 해주며 자연스럽게 구글 부스로 안내한다. SaaS스타트업 콸라루(Qualaroo)의 창업자가 말한 그로스해킹의 한 방법이었다. 자신이 굳이 안 해도 되는 부분까지 구글의 사람들은 스스로 학습해서 알려주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업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높았다. 자신의 조직에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 같았다. 단순한 CES에 구글을 위한 프리랜서(알바)라고 했지만, 자기의 일에 막중한 책임감과 잠깐의 조직이지만 도움을 주기 위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성장하는데에 이런 사람들이 많았기에 초강대국이 된 것 아닐까? 참 개인으로써 배워야 할 점이 많은 문화를 가지고 있다.
CES 행사장 주변을 둘러보면 어느 하나 헤이구글의 AI, 알렉사의 AI를 사용을 하지 않는 기업들이 드물다. 그렇지 않은 기업도 있지만 구글, 알렉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전부 미국에 기반을 둔 기업들이었다. 이걸 보면 자신들의 기술을 얼마나 다른 기업과 공유를 많이 하고 상호보완점을 찾으면서 성장하는데 집중을 하고 있는지 보일 정도이다. 주변에서 모두가 “역시 구글, 아마존!”이라고 할 때. 우리 나라는 왜 구글과 같은 기업을 만들 수 없는 걸까…아쉬웠다.
이런 기업들이 한국에서 성장할 수 없는 이유들은 많겠지만, 나는 인구의 수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쉽게 이야기 해서 데이터의 양이 많은 나라 혹은 데이터 활용을 많이 하는 나라가 결국엔 이긴다는 것이다. 대한민국도 데이터 활용으로는 뒤쳐지지 않는다. IT기술도 물론 활용면에서는 특히나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인구의 수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정서상 자신의 아이디어가 굉장히 기발하기 때문에 주변에 공개를 하지 않으려하고 자신만의 ‘지식감옥’에 가둬 놓는 모습이 있다. 절대로 자신의 아이디어가 밖으로 나가면 뺏긴다는 생각을 하는건 어리석은 점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누구도 기발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따라하지 않는다. 그랬다면 이미 누군가가 하고 있다. 그것도 대기업에서. 정말 아이디어에서 좋은 비즈니스로 만드는 건 실행력과 꾸준하게 하는 끈기가 결정한다. 정말 좋은 원석은 인간의 손길로 다듬어지면서 보석이 된다. 그걸 말로만 알고 실제로 이행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정서가 있다고 본다. 오로지 자신만이 그 원석을 다듬을 수 있다고 믿는다. 자신은 전문가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구글과 아마존의 데이터가 꾸준하게 늘어나고 방대해지는 이유는 자신의 기술들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Open’을 한 것이 시작이다. 이 점은 우리 한국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배워야하는 점이라 본다.
왼쪽부터 호암 이병철 회장, 연암 구인회 회장, 아산 정주영 회장
근대의 대한민국은 제조업으로 큰 성장을 이루어왔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기업 삼성, LG, 현대 이들 산업의 모체는 유통과 제조이다. 그 이후 1995년도 닷컴버블이 터지며 그 중에 살아남은 기업 벤처1세대라고 하는 네이버, 카카오, 넥슨, 엔씨소프트, 다음 등 기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며 성장했고, 이제는 새로운 먹거리를 고민하는 시대를 만들어냈다.
제조기업이 기반인 제조업 사회에서 IT기업이 큰 자리를 잡아가며 SW개발 사회로 넘어가고 있다. 정신노동의 강도가 높아지며 워라벨(Work Life Balance)이라는 단어가 나타나고, 재택근무 그리고 수평적인 조직체계를 가진 기업문화를 만들어나가며 대한민국은 이제 제조국가에서 IT, IoT 강대국으로 더 심도있는 성장의 방향을 잡아 나가고 있다. 한국이 과거 일본과의 경쟁에서 반도체 기술의 선도자가 된 것 처럼, 우리가 독보적인 1등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IT, IoT, 통신 기술을 가진 나라로 커서 구글, 알렉사 처럼 서비스를 제공하며 상호보완과 사용성, 확장성에 가치를 두고 비즈니스를 하는 구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 선두에 우아한형제들, 비바리퍼브리카, 쿠팡 같은 기업들이 있고 이들과 경쟁하는 새로운 스타트업이 나타나 건강한 경쟁을 하는 기업들로 자라며 새로운 먹거리와 일자리를 만들어 사회의 좋은 변화를 주었으면 한다.
CES에서 느낀 점을 정리를 하는데 2일차에 굉장히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다. 어깨너머로 보는 수박 겉핥기 식의 사회, 문화를 경험이라 팩트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생각해볼 것들이 굉장히 많다고 본다. 우리가 말하는 벤처 2세대 혹은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오른 기업을 보면 많은 부분의 자율과 책임의 문화 수평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결국 혁신에 걸맞는 성장을 하기 위해서 더 이상의 수직적 구조의 기업문화는 이제 20~30대에 맞지 않는 문화라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라고 하는 20대~30대에 맞는 새로운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믿게 된 2일차의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