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도 안된 딸내미
숱 없다 빡빡머리 만들고
미장원서 나와
터덜터덜 걷던 엄마
앞으로 맨 아가
까까머리
자꾸만 매만지며
까닭 모를 슬픔에
뜨거운 태양이
내려앉았다
유치원 예절 체험학습
분홍 옷고름 못 매 주고
어설픈 한복에
머리 질끈 맵시 있게
묶어주지 못한 엄마
하교 버스 마중에
풀어진 머리
풀어진 옷고름
칠칠치 못한 딸 모습
엄마 노릇 자책하며
쓴 미소로
부끄러움을 감추었다.
반듯한 단발머리
밥도 먹지 않고
허둥거리며 학교 간 날
하굣길 비 내리고
우산 들고 마중 가고픈 엄마
애꿎은 교실 창문
원망스레 쳐다보고
울긋불긋 우산 행렬에
흐려진 눈망울만
자꾸 닦아 내렸다.
긴 머리 멋지게
틀어 올리고
비행기에서 손님 맞을 딸
뜨거운 물에 델까?
카트에 다치진 않을까?
진상 고객이 괴롭히면 어쩌지?
안타까운 엄마
전정가위
울먹거리는 손목에
한숨 섞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