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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미 Nov 28. 2022

향나무를 전정하며

돌도 안된 딸내미 

숱 없다 빡빡머리 만들고 

미장원서 나와 

터덜터덜 걷던 엄마

앞으로 맨 아가 

까까머리 

자꾸만 매만지며 

까닭 모를 슬픔에 

뜨거운 태양이

내려앉았다  

   

유치원 예절 체험학습 

분홍 옷고름 못 매 주고 

어설픈 한복에

머리 질끈 맵시 있게 

묶어주지 못한 엄마

하교 버스 마중에 

풀어진 머리

풀어진 옷고름 

칠칠치 못한 딸 모습

엄마 노릇 자책하며 

쓴 미소로 

부끄러움을 감추었다. 

    

반듯한 단발머리 

밥도 먹지 않고 

허둥거리며 학교 간 날 

하굣길 비 내리고 

우산 들고 마중 가고픈 엄마

애꿎은 교실 창문

원망스레 쳐다보고

울긋불긋 우산 행렬에

흐려진 눈망울만 

자꾸 닦아 내렸다.   

  

긴 머리 멋지게

틀어 올리고 

비행기에서 손님 맞을 딸 

뜨거운 물에 델까?

카트에 다치진 않을까?

진상 고객이 괴롭히면 어쩌지?

안타까운 엄마 

전정가위 

울먹거리는 손목에

한숨 섞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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