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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너를 사랑하기로 했다. 그것도 더 많이.

by 궤적소년

큰 결심을 하나 했다. 사랑에 관해서. 너를 더 많이 사랑하기로.

오늘 내 표정은 좋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대화를 통해 깨달은 것들이 나를 흔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껏 가치관도, 성격도, 생각도 다른 나머지도 모두 잘 맞는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좀 더 근본적이고 근원적인 곳에 있는 가치관이나 죽음관이 다르다는 걸 이제 알았다.

죽음에 대해서 나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입장이니, 하루하루가 아쉽고 또 부족하다. 그러나 너는 언제 죽을지 모르니 그때까지 열심히 살면 된다는 입장이다. 죽음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인 거다. 그로 인한 가치관의 간극은 꽤 큰 것만 같다.

나는 상승욕이 넘치는 사람이다. ‘지금, 여기’를 살아가면서도 ‘지금, 여기’에 머무를까 봐 불안에 떠는 사람이다. 반면 너는 조금 다른 것 같음을 이젠 느낀다. 매일같이 함께 하는 지금이 좋다고,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너다.

그런 너와 이런 나 사이에는 마치 크레바스가 존재하는 것 같단 생각을 했던 오늘이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좋다. 크레바스는 메꾸면 그만이다. 나는 널 사랑한다. 이것은 오기도, 근성도 아니다. 오직 사랑일 뿐이다. 사랑으로 품어나가면 될 일이다. 극복이란 단어조차 거창하다. 그냥, 그냥 지금까지 잘해왔던 것처럼 너를 사랑하면 된다.

내 표정이나 사소한 몸짓이 거슬리는지 아닌지는 알 방법이 없다. 하나 확실한 건 나를 좋아해주는 것, 아니 사랑해주는 것. 더는 바랄 것도 없다. 내게 남은 일은 그저 네게 내 진심을 다해 전부를 주는 것. 그뿐이다.

피어난 줄 알았던 사랑은, 돌이켜보니 아직 씨앗이었다. 이제야 그 새싹은 흙을 한 겹 뚫어내고 있던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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