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이 이끄는 힘이 있다.
포틀랜드 여행을 준비하면서 우연히 보게된 Crater lake란 곳의 사진 한 장.
봄 인데도 불구하고 하얀 눈 속에 있는 거대한 파란 호수의 풍경이
너무 멋있어 보였고꼭 가보고 싶었다.
그런데 왠열…
포틀랜드에서 크레이터레이크까지 편도로 270마일, 왕복으로 550마일
약 900km나 되는 대장정이라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꼭 가고 싶다는 친구의 간곡한 눈빛을 ... 모르는척 피했어야 했다.
그 눈빛에 어쩔 수 없이...
" 그래 함 가보자 !!! "
여행 중간에 오랜 운전을 하면 몸 컨디션이 엉망이 될 것 같아서
포틀랜드에 도착한 다음날 바로 대장정에 나서기로 했다.
시차도 걱정이 되긴 했는데 혼자 운전해서 가는 것도 아니니까
파트너를 믿고 900km의 여행을 시작했다.
포틀랜드에 도착한 후 이튿날 새벽
아직 비행의 피로감이 가시지 않았다.
차를 렌트 하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서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AVIS로 향하는데 ...
넘 피곤했다.
오랜만에 미국에서의 운전이어서 그런가?
나의 기분은 1000km의 부담에서 설레임으로 변화했다.
미국에서의 운전은 한국에서의 고속도로 운전과
느낌이 많이 다르다.
예전 이서진의 뉴욕뉴욕에서였던?
미국의 넓은 도로와 광활한 풍경은 한국에서 운전하는 것과 피로감이 다르다고...
그 말 그대로 확실히 미국에서의 운전은 한국의 그것과 피로감이 덜하다. 넓은 도로 사정, 한적한 도로의 교통량, 도심만 지나면 만날 수 있는 광활한 풍경 등이 오랜 운전의 피로감을 줄여주지만...
그 이상으로 땅덩어리가 어마어마하게 큰 나라가 바로 미국이란 나라다.
꽤 오랫동안 달렸다.
"근처에 맥도날드가 있겠지" 하며 계속 달렸는데...
구글맵에 맥도날드가 검색조차 안된다.
맥도날드조차 없는 시골 깡촌.
그래서 그냥 가는길에 만나는 아무곳이나 들어가기로 했다.
Jumpin' Java 라는 작은 카페 겸 샌드위치 가게.
베이컨, 치즈, 에그토스트가 들어간 토스트는 맛이 없을 리가 없다.
약간 짜긴 했지만 씁쓸한 커피와 함께 깃들이면 괜찮은 조합이었다.
출발하기 전 슈퍼에 들려 물과 주전부리들을 미리 구입하는 쎈쓰를 잊어버리면 안된다.
한 두시간 슈퍼를 찾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정도로 크고 미국의 시골은 그정도로 미스테리한 곳이다.
커피를 마시긴 했지만... 피곤이 올라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잠깐...아주 잠깐 운전대를 맡기고 잠깐 눈을 부쳤다.
점점 주변 나무 풍경은 어느새 침엽수림으로 변했다.
그리고 멀리 있는 산들은 만년설로 뒤덮힌 산들이 종종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느낄새도 없이 어느새 꽤 높은 곳까지 올라온 것 같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름은 꼭 채우고 다니자
기름 채우면서 물이랑 간식거리 챙겨놓는 것은 덤
얍!!!
잠시 길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이런 숲길에서 사진한번 찍어보고 싶었숴
" 맙소사 "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분명 네비게이션은 이 길을 가리키고 있는데 ..
어마어마하게 두꺼운 눈이 쌓여 있었다.
또한 ... 5월달이라 그런지 살짝 질펀한 눈 ...
절대 우리가 렌트한 차로는 넘어갈 수 있는 눈길이 나와서 당활스러웠지만
갑자기 만난 이 이색적인 풍경에 우리는 사진을 찍고 찍어주기 바빴다.
다시 길을 나서려는데 ...
너무 깡촌이고 높은 곳까지 올라와서 그런지 데이터가 작동안하기 시작해서 구글맵이 먹통이 되었다.
대략 쫌 난감하긴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오레건주의 맵을 아예 다운 받아 와서
어찌저찌 출발은 할 수 있었다.
목적지는 코앞에 있는데 돌아가려니 52마일을 돌아가야 했다...한 80km ??
이게 미쿡 스케일 !! 이야 !!
230번 도로를 따라 가다가 62번 도로로 갈아타야 하는데
알고 보니 62번 도로가 Clater lake highway 였다.
하아...드디어 도착했다.
이른 새벽에 포틀랜드에서 출발했는데 도착했을 때는 오후 1시? 2시? 정도?
아침부터 꽤 오랫동안 운전을 해서 그런지...
도착하자마자 너무 피곤할 뻔 했는데
눈 앞에 생경한 풍경을 보니까 피곤함을 느낄 순간이 없었다.
차보다 높이 쌓여있는 만년설
이렇게 쌓여있는 눈은 처음이라 너무 신기했는데
가장 신기하고 부러웠던 것은... 5월달에 스키를 타러 온 사람들..
정말 ... 나도 스키가 너무 타고 싶었다.
하얀 눈에 파뭍힌 집
5월달임에도 정말 어마어마하게 쌓여있는 눈을 보니
세상에는 많은 이색적인 장소가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얀 눈밭 넘어 빼꼼하게 보이는 곳으로 가자 !!
파란 호수와 하늘을 배경삼아
하얀 눈밭에 서 있는 하얀 나뭇가지
반지의제왕,
곤도르에 서 있던 백색의 나무처럼
하얀색 나무 가지가 주는 느낌이 굉장히 오묘했다.
하얀 눈 밭
샤프한 침엽수림을 경계로
어디가 하늘인지, 호수인지 모를
파란 하늘과 크레이터 레이크
광활한 호숫가에서 나를 담기 !!!
오랜 운전의 피고감보다는 신비로운 풍경에 설렌 마음이 가득했던 순간
가족들까리 여행 온 것 같다.
나도 아빠랑 엄마랑 다시 올까? 싶었는데...
왠지 내가 독박 운전을 하게 될 것 같아서...
안올래
왠지 "오뎅끼데스카"
를 소리치고 싶어지는 풍경에서
인증샷 !!!
크레이터레이크를 떠나기 전에 인앤아웃 검색을 위해 와이파이가 필요했다.
그래서 문이 열린건지 안 열린건지 잘 모르겠는 비지터 인포에 갔더니... 다행이 문이 열려 있었다.
인포에 들어와서 창밖을 봤더니 하얀 눈벽으로 가로 막혀 있었다.
5월에도 이정도면 한겨울에는 도대체 어떻게 지내는지...
그들의 생활이 너무 궁금했다.
개인적으로 미국 3대 버거라고 불리는 "쉑쉑, 파이브가이즈, 인앤아웃" 중 인앤아웃버거를 가장 좋아한다.
그래서 포틀랜드로 돌아가기 전, IN N OUT 버거가 너무 먹고 싶었다.
포틀랜드가 캘리포니아주와 매우 가깝기 때문에 인터넷이 터지는 곳까지 내려와서 인앤아웃을 검색했더니
다행히 100km정도? 떨어진 곳에 인앤아웃이 있었다.
이제 100km 정도는 " 머 이정도 쯤이야 " 하는
인앤아웃에 갈 수 있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크레이터레이크를 떠났다.
캘리포이나쪽으로... 점점 남쪽으로 내려가서 그런건지 유난히 초록초록한 오레건주의 시골풍경이 펼쳐졌다.
평온한 미국의 시골풍경과 함께 드라이브를 하니 피로감이 조금이나마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나의 최애 치즈버거 인앤아웃
하아 ... 진짜 너무 좋아
곧 파이브가이즈가 회사 근처에 들어온다는데
힝...파이브가이즈말고 인앤아웃이 들어온다면 굳이 줄서서 먹어줄 의향도 있는데
굳이 100km를 더 달려온 의미가 있을 정도로 나는 인앤아웃을 정말 좋아한다.
근데... 문제는 이제 집으로 가는길에 100km가 더 얹어졌다는 것이다...
따스한 햇살이 비스듬이 내려오는 다시 포틀랜드로 올라가는 길
어느덧 햇님은 퇴근한 예쁜 노을빛 하늘
.......
하아...
아직도 4시간이나 더 달려야 한다니...
네비게이션을 볼 때마다 기운이 빠지는
너무 오랜 드라이빙의 오아시스 같은 스타벅스.
달콤한 아이스초코 한잔이 들어가니 피로감이 꽤 날라갔다.
리프레쉬가 된 기분
하지만 네비게이션을 다시 보니...날라갔던 피로감이 고대로 돌아온 듯...
고속도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우연히 썬루프를 올려봤는데
별로 가득한 오레건의 밤하늘을 볼 수 있었다.
잠깐 고속도로 쉼터에 들려서 별하늘을 감상했다.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보면 먼가 힐링이 되는 것 같다.
어떻게 집에 도착했는지 모를정도로...
집에 도착하자마자 뻗어서 일어나보니 오전 11시 ...
그래도 어제 넘 고생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