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UX는 속도전
MIT의 G-Lab은 MIT 소속 대학원생들과 실제 글로벌 스타트업들을 연결시켜줘서 글로벌 스타트업을 위한 컨설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액션 러닝 (Action Learning) 수업으로 실질적인 글로벌 경험을 쌓을 수 있어서 인기가 많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모두가 이력서를 공개하고, 이 수업에 참여하는 글로벌 스타트업들도 스타트업의 정보를 공개해서 수업 극초반에 팀 만들기와 스타트업 매칭을 끝낸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아직도 아프리카는 하나의 나라로 잘못 알고 있지만, 아프리카는 여러 개의 나라로 이루어진 커다란 대륙이고, Flutterwave는 국가간의 금전 거래를 편하게 해주는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Flutterwave라는 스타트업과 매칭되고 나서, Flutterwave에서 실제 입사한 것처럼 Flutterwave 로고가 박힌 웰컴 키트를 나이지리아에서부터 보내주고, Flutterwave HR팀에서 @flutterwave.com이라는 이메일 주소도 만들어주었다. 도움이 될만한 회사 내부 자료도 구글 드라이브로 공유받았다. 웰컴 키트를 받는 것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재미있는 점은, 수업에서 매칭받은 글로벌 스타트업으로 출장을 가서 대면 회의를 할 수 있게끔 출장비를 지원해준다. 그래서 팀원들과 함께 나이지리아로 같이 갈 뻔했지만, 그때 총을 동반한 내전이 나이지리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MIT에서 나이지리아 출장을 적극적으로 말려서 나이지리아 출장은 가지 않았다. 수업에 참여하는 스타트업들의 국가가 다양했는데도 MIT에서 학생들이 각각 출장갈 나라의 내부 사정을 알아보며 학생 안전을 세심하게 신경쓰는 것 같아서 감동을 받았었다.
우리 팀은 스위스인, 멕시코인, 미국인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구성되었다. 스위스인은 경영 전략 컨설팅 출신이고, 멕시코인은 태양광 발전 사업 기업 오너였는데, 나만 UX 디자인 백그라운드가 있어서 내가 프로젝트의 UX 디자인 담당을 했다. UX 디자인을 애정하는 사람으로써 일부러 전략적으로 UX 디자인 업무를 맡을 수 있는 팀과 스타트업을 골랐기 때문에 UX 디자인을 맡아서 행복했다.
프로젝트를 하며 가장 인상적이였던 점은 Flutterwave이 글로벌 시장을 대하는 자세였다. Flutterwave이 나이지리아 스타트업이고, 프로젝트 당시 Flutterwave 팀 전원 나이지리아인으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나이지리아 시장이나 나이지리아 핀테크 시장에 대한 자료를 근거로 한 의견을 전혀 내세우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트렌드를 배우는 데에 적극적이였다. 회의를 할 때 무조건적으로 열려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글로벌 시장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유저 로열티를 높이기 위해서 어떤 UX 디자인 인터랙션을 사용하는지 알고 싶어했다.
친구로부터 최근에 Flutterwave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스타트업이라는 소식도 들었다. 글로벌화에 일찍부터 열려 있고, 적극적이였다는 점이 혁신과 기업 가치를 높이 평가 받는데 크게 반영한 것 같다.
AI 시대에서 UX 디자인을 할 때 혁신은 반드시 필요하고, 혁신은 지금 그 어느때보다 속도전이다. AI 툴이 너무 많이 출시되고 있고, "아니, 이게 된다고?"라고 생각할만한 업무도 대신해준다. 그리고 UX 디자인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다 공감하겠지만, 유저 리서치에서의 유저 반응과, 실제 유저 데이터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테크 업계에서는 유저 리서치를 최소화하고, 최대한 빨리 UX 디자인을 끝내서 실제 유저 데이터를 모으고, 새로운 AI 기술을 출시할 수 있는 능력과 리소스가 확보가 되면 기능을 최대한 빨리 출시하고 있다.
기능이 출시된 다음에는 글로벌화 싸움인데, 이 때 많은 UX 디자이너들이 이 부분을 간과해서 글로벌화를 위한 디자인을 새로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봤다. 그런데 Flutterwave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세계 각지에서 혁신은 매일 일어나고 있고, 내가 디자인한 기능이 전세계 어디에서 반응이 터질지 모르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는 AI 시대에 어떻게 UX 디자인을 접근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글로벌 출시를 고려한 디자인을 처음부터 출시하면 R&D 자체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송금 서비스를 예로 들자. 미국에서 송금 서비스 중에 Venmo (벤모) 라는 서비스가 있다. 친구와 저녁 식사를 한 다음에 더치페이를 하고 싶으면 한 명이 다른 한 명에게 벤모를 통해 돈을 송금할 수 있다. 벤모를 사용한 독일인이 이 서비스가 좋다고 생각해서 독일에 벤모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면, AI의 도움을 받아서 바이브 코딩을 통해 예전보다 빠르게 벤모와 UX 디자인을 비슷하게 한 서비스를 일주일도 안 걸려서 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때 벤모의 UX 디자인이 글로벌화를 빌트인으로 고려해서 디자인했다면 일주일도 안 걸려서 인터페이스를 독일어로 바꾼 다음에 독일에 서비스 출시한다면 독일 시장을 사수할 수 있다.
독일어는 참고로 영어보다 길다. 그래서 영어만 생각한 다음에 서비스를 출시하고 독일어로 UX 디자인 와이어프레임 언어를 바꾸면, 레이아웃이 엉망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는 반대로 영어보다 짧고 높다. 글로벌화를 UX 디자인에 빌트인으로 넣으려면 이를 기억해야 한다.
이 정보를 조합해서 UX 디자인을 처음부터 할 때 글로벌화를 고려하려면, 3가지를 기억하면 된다. 아래는 영어로 된 UX 디자인 기준이다.
와이어프레임 텍스트의 가로 넓이는 내수시장용 디자인보다 35% 이상 넓게 잡아서 영어보다 긴 언어를 수용할 수 있게 간격을 조정한다.
와이어프레임 텍스트의 세로 높이는 내수시장용 디자인보다 15% 이상 높게 잡아서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버전을 위해 텍스트 간격 조정을 안해도 되게끔 디자인한다.
카테고리와 내용이 있으면, 카테고리와 내용 사이의 간격을 픽셀로 정하지 않고, 카테고리와 내용이 각각의 칼럼 (Column) 에 위치하게 디자인해서 카테고리와 내용의 길이가 인터페이스의 언어에 영향을 덜 받게 디자인한다.
경영진의 목표는 회사의 성장이고, UX 디자이너의 목표는 더 많은 유저가 서비스를 보다 편리하게 사용하게끔 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빌트인으로 글로벌화를 고려한다면, AI 시대에서 회사의 성장을 고민하는 경영진들에게는 유능하다고 평가받고, PM에게는 기능 출시 시간을 아껴주고 미래 전략까지 생각하는 훌륭한 디자이너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AI 시대에서 AI가 번역은 사람보다 빠르게 할 수 있지만, 전략을 세우고 결정하는 것은 사람의 영역이다. AI 시대에서 디자인할 때는 처음부터 글로벌화를 고려해서 나이지리아의 Flutterwave처럼 혁신과 가치를 인정 받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