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외로운 페이지를 넘기며
한 줌
한 줌의 쌀이 고픈 배를 달래고
한 줌의 물이 타는 목을 식힌다.
한 줌의 햇살이 새벽 미명을 덥히고
한 줌의 미소가 언 마음을 녹인다.
한 줌 소나기에 탁 트이는 가슴
한 줌 찬이슬에 꽉 영그는 곡식들.
한 줌의 들꽃에 세상은 반짝이고
한 줌의 체온에 모든 것을 견딘다.
한낱 시덥잖은 한 줌의 씨앗이,
민둥머리 벌건 외로운 숲을
울창한 나무들로 빼곡히 채웠다.
겹겹이 쌓인 까만 그늘 사이
너와 나의 그림자도 한 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