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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윤미 Feb 28. 2021

한 줌

생의 외로운 페이지를 넘기며

한 줌            


한 줌의 쌀이 고픈 배를 달래고

한 줌의 물이 타는 목을 식힌다.

     

한 줌의 햇살이 새벽 미명을 덥히고

한 줌의 미소가 언 마음을 녹인다.     


한 줌 소나기에 탁 트이는 가슴

한 줌 찬이슬에 꽉 영그는 곡식들.     


한 줌의 들꽃에 세상은 반짝이고

한 줌의 체온에 모든 것을 견딘다.     


한낱 시덥잖은 한 줌의 씨앗이,

민둥머리 벌건 외로운 숲을

울창한 나무들로 빼곡히 채웠다.


겹겹이 쌓인 까만 그늘 사이

너와 나의 그림자도 한 줌.




   


2013, 제주 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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