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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윤미 Jan 28. 2021

매향이

매향이의 혼잣말

내게 오지 않을 이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사랑을 구걸하느라 참 많은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어떤 이는 나를 무섭다 하고

어떤 이는 내가 더럽다 했습니다.

어떤 이는 내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고

어떤 이는 다가오지 말라 했습니다


세상에 나의 사랑을 받아줄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의기소침한 어깨로 턱을 웅크리던 날

당신이 찾아왔습니다


나는 이제

환하게 웃는 그대 뺨에 얼굴을 부비고

향긋한 그대 어깨에 기대 꾸벅꾸벅 좁니다


내가 그대 곁에 있는 한,

당신의 밤은 안전하고

당신의 아침은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그대 떠난 집, 당신의 공간을 거닐며

돌아올 당신을 그리다

익숙한 땅울림에 화들짝 일어납니다


내게 이름을 지어준

사랑이 걸어옵니다

나는 세차게 꼬리를 흔들며 달려갑니다


2021, 유진목장 매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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