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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윤미 Jun 11. 2021

회개

깨달음은 깨어질 때 온다


펄펄 끓는 물에 들어가

나를 감싼 표피

단단한 껍질을 뜨겁게 달군다

적당히 미지근할 요량은 버리고


발가벗겨진 살색이 비루해

칼끝을 위로 쳐들고

차근차근 짓밟고 또 짓밟고


균열의 고통이 스민 옷을

겹겹이 빗어

한 번도 지어본 적 없는 표정 위에 걸친다


초연히 침묵할 수 없어서

아,

이슬을 떨군다


찢긴 가슴에 부드럽게

기름을 바른다


하얗게 스스로

도마에 못 박힌

포슬포슬한 더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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