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윤미 Jun 18. 2021

슬픔

눈부신 것들은 슬프기도 합니다


슬픔에 자꾸 물을 댑니다

붉어진 눈시울로 목을 축입니다

슬픔을 차곡차곡 쌓아

무게를 다는 습관 때문이지요


아직 꽃이 피지도 않았는데

꽃잎 바스러지길 기다리면서

뿌옇게 또 슬퍼합니다

꽃이 진다는 건 슬픈 일입니다


슬픔에 물을 대는 일만큼

슬픈 일은 없습니다만

오래 머물지 않을 꽃에 중독되는 건

오래 머물지 않는 인생을 닮았기 때문입니다


눈부신 것들은 슬프기도 합니다

영원히 지속되지 않아 찬란한

그런 것들을 사랑하는 이의 마음속에는

잔잔한 슬픔이 흐릅니다









*알리움 꽃말 : 무한한 슬픔

매거진의 이전글 회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