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것들은 슬프기도 합니다
슬픔에 자꾸 물을 댑니다
붉어진 눈시울로 목을 축입니다
슬픔을 차곡차곡 쌓아
무게를 다는 습관 때문이지요
아직 꽃이 피지도 않았는데
꽃잎 바스러지길 기다리면서
뿌옇게 또 슬퍼합니다
꽃이 진다는 건 슬픈 일입니다
슬픔에 물을 대는 일만큼
슬픈 일은 없습니다만
오래 머물지 않을 꽃에 중독되는 건
오래 머물지 않는 인생을 닮았기 때문입니다
눈부신 것들은 슬프기도 합니다
영원히 지속되지 않아 찬란한
그런 것들을 사랑하는 이의 마음속에는
잔잔한 슬픔이 흐릅니다
*알리움 꽃말 : 무한한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