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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윤미 Aug 17. 2021

수국

수국 꽃필 무렵

수국 꽃필 쯤에는 손수건을 챙긴다

해마다 돌아오는 유월은 눈이 시리다

뜨끈한 밥 한 끼만 보면 손수건을 꺼낸다     


손바닥만 한 작은 단지에

살과 뼈를 모조리 태운 땅이 산다

검게 차려입은 주차장에서 바람을 맞으며

수국을 본다

붉고 뜨거운 체취 하얗게 사르던 밤

차갑게 식은 사랑은 보랏빛 얼굴로 남았다     


유월에는 풀어헤친 그리움이 불었다

죽어서도 산 땅의 마지막 여름은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

죽지 않을 연민을 불어넣는다      


간간이 소낙비 내리는 여름

환하게 수국 흐드러진 들판에 누워

유월 햇살 같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고

들이마시고 내쉰다     


손바닥만 한 수국꽃처럼

유월의 아름다운 숨을




* 8월의 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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