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꽃필 무렵
수국 꽃필 쯤에는 손수건을 챙긴다
해마다 돌아오는 유월은 눈이 시리다
뜨끈한 밥 한 끼만 보면 손수건을 꺼낸다
손바닥만 한 작은 단지에
살과 뼈를 모조리 태운 땅이 산다
검게 차려입은 주차장에서 바람을 맞으며
수국을 본다
붉고 뜨거운 체취 하얗게 사르던 밤
차갑게 식은 사랑은 보랏빛 얼굴로 남았다
유월에는 풀어헤친 그리움이 불었다
죽어서도 산 땅의 마지막 여름은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
죽지 않을 연민을 불어넣는다
간간이 소낙비 내리는 여름
환하게 수국 흐드러진 들판에 누워
유월 햇살 같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고
들이마시고 내쉰다
손바닥만 한 수국꽃처럼
유월의 아름다운 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