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면 잃어버리지 마

달콤한 건 언제나 옳다.

by 양윤미

“소확행”은 2018년 대한민국의 소비와 문화 트렌드를 표현한 신조어다. 우리 모두는 사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소확행은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었다. 일상에서 잠깐의 여유를 부리며 좋아하는 것을 할 때 우리는 기쁨을 느꼈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들 듯, 소소한 일상에서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 카페라떼에 사이드로 아이스크림 올린 브라우니 하나 추가했는데 기분이 엄청나게 좋아지는 마법 같은 일들 말이다. 해외여행이라든지 유명한 구호단체에서의 봉사와 같이 어떤 거창하고 위대한 일들을 해야만 삶의 질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었다. 단순하고 별 거 아닌 일에서도 행복해질 수 있는 법을 배운 것 같았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누워 눈을 감는 순간까지 우리가 하는 모든 선택들은 행복을 위한 추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입고 나갈 옷, 점심 메뉴, 함께 먹을 사람, 퇴근 후의 일정, 관심 있는 행사 등 모든 것이 취향과 즐거움에 맞물려있다. 취향은 당신이 어떤 사람인 지 잘 알수록 분명해진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서 당신이 좋아하는 것과 견디기 힘든 것이 결정된다. 그것은 성향의 차이이고 다름이다. 그 차이에서 취향이 발생하고 취향에는 옳고 그름은 없다. 외향적인 기질의 사람들이 무인도에서 말 한마디 못하고 지내는 걸 못 견디듯이, 내향적인 기질의 사람들이 무대에 서서 춤추고 노래하고 분위기를 띄우는 것은 그야말로 고역이다.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무채색 옷은 어울리지 않는다. 내성적인 사람들과 현란한 사이키 조명은 물과 기름같이 섞이지 않는다.


본래 기질은 상황에 따라서 변하는 것이 아니다. 겉으로는 기질과 다른 양식으로 살고 있다 할지라도 그것은 외부적인 요구로 만들어진 모습일 뿐, 실제 내면은 본래의 기질을 띄고 살아간다.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모습을 페르소나라고 하는데, 페르소나는 라틴어로 가면이란 뜻이다. 페르소나는 사회적 능력이며 방어기제이자 보호색 같은 것이다. 가면을 쓴 관계는 가식적이기에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오직 진실한 관계만을 맺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늘 아래 한 점 부끄럼 없이 자신의 인생에서 오직 솔직한 마음만을 말하고 산 사람이 있겠는가. 혹시 그렇다는 사람이 있다면 솔직한 게 아니라 못 배운 거라고 조용히 귀띔해 주어야 한다. 적당한 가식은 필요하고, 때로는 그게 예의이자 배려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의 페르소나가 가면을 벗은 진짜 당신의 주도권을 빼앗아 가선 안 된다는 점이다. 당신 일상의 전반적인 부분이 가식의 세계로 범람하지 않게 잘 관리하라.


가면을 쓰고 만나야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많아질수록, 오래될수록 지친다. 웃고 싶지 않지만 비즈니스를 위해 억지로 미소를 지어야 하는 것은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내 아빠였으면 바로 대들었을 텐데 시아버지라서 그저 속으로 삼키고 마는 마음은 오죽할까. 이런저런 일로 힘들어 주저앉고 싶은데 그 와중에 누군가를 위로하는 말을 건네야 할 때 어떤 기분일까. 아무리 봐도 분명 헛소리인데 그걸 열심히 들어줘야 하는 을의 입장은 얼마나 분통 터질까. 그 많은 피로감들은 마음에 쌓이고 쌓여 체증을 빚는다. 이유 없이 지치고 아무리 자도 피곤하고 쓸데없이 우울한 것은 없다.


그렇게 지치고 목마른 삶에 갈증을 해소시켜준 키워드는 소확행이었다. 사실 소확행이 멋있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소확행은 각자의 인생 속에서 충돌하고 있는 여러 가지 갈등과 그로 인한 피로감에서 도망치라고 말하지 않았다. 구원자와도 같이 그 문제들의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끌어안고도 균형을 잃지 않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주어진 소중한 하루를 더 살아갈 수 있는 여유를 선사했다.


우리는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것이나 불안을 유발하는 요소들, 극심한 피로감을 주는 사람들이 우리 인생에서 사라지면 행복해질 거라고 착각할 때가 많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문제가 해결되어야 행복하다고 생각한다면 평생 행복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운 좋게도 빠른 시일 내에 문제들이 해결이 된다 해도 또다시 전혀 경험해본 적 없는 신규 복병이 당신에게 다가올 것이 뻔하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여러 가지 안 좋은 일들 속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잃지 않는 법이다. 그게 바로 쏟아지는 빗속에서 춤추는 법이다. 잠깐의 먹구름에 기죽지 말자. 당신의 미소가 얼마나 눈부신 지 증명해줄 배경일뿐이니까. 오늘도 거무티티한 세상 속에 반짝이는 혜성같이 뛰어 들어갈 당신을 응원하며 달콤한 아이스크림 브라우니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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