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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윤미 May 19. 2021

[디카시] 수상소감

바람을 타고 창공을 가르는 연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마침 불어와준 바람 덕에 운 좋게 날 수 있었습니다


오늘 밤 특별한 계획은 없고요

늘 그랬듯 실타래 곁에서 잠들 예정입니다











2020년 5월 19일.

제가 브런치에 첫 글을 발행한 날입니다. 그러니까 오늘은 브런치 1주년입니다. 그저 우연히,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송고하기 시작할 무렵, 브런치에도 입성하게 되었습니다.


1년을 돌아보니 브런치는 내가 쓸 수 있는 글에 대한 무한한 도전을 펼칠 수 있는 하얀 스케치북이란 생각이 듭니다. 시시 때때로 환기가 되는 브런치 프로젝트가 창작 의욕을 고취시켜준다는 것도 좋은 장점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쓰면 쓸수록 나의 가장 개인적인 것들이 얼마나 창의적일 수 있는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말 인용) 깨달아가는 재미도 있는 듯합니다. 더불어 브런치에서 만난 소소한 인연들은 많은 위로와 힘이 됩니다.


사업을 시작하면 1, 3, 5년마다 위기가 온다고 합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쓰는 삶”도 어떤 의미에서는 창업이라 할 수 있지요. 오늘은 창업 1년 차, 끊임없이 input만 쏟아붓다가 지치게 된다는 첫 번째 위기를 맞은 날입니다. 마음만 앞서고 손에 잡히는 실적은 부족하고, 보상심리가 발동하는 것이죠.


딱 이런 시점에, 제가, 1년씩이나 글을 꾸준히 썼다는 사실을 축하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4세 5세 연년생 아이들을 키우며, 강사 일도 하면서 (지금은 그만두었습니다) 꾸준히 글 쓴 것을 자축합니다. 한 해동안 서평과 시, 에세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92편의 글을 썼습니다. 퀄리티와 상관없이 뿌듯합니다.

(지치고 힘들지만. 글을 안 쓰는 게 더 싫으니, 아마 계속 쓰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합니다.)


다양한 공모전에 도전하여 시원하게 미끄러졌으나 실패를 경험 삼아 여전히 종이 위에 펜을 굴리는 저를 응원합니다.

(아날로그 인간이라, 종이 위에 적을 때 글감이 잘 정리됩니다.)


상금은 미미하지만, 디카시 부문 수상, 시 부문 신인상도 수상했습니다. 제 글을 좋게 봐주신 브런치 작가님의 제안을 통해 문예지에 시를 투고하기도 했습니다.

(별 것 아니라 생각되시는 분은 그냥 지나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수상 소식과 문예지 투고는 글쓰기 여정에 활력을 더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크게 달라진 일상은 없습니다. 이제 첫걸음을 내디딘 셈이니 갈 길은 아직 머니까요. 잠시 웃고 떠들며 하늘을 나는 연처럼 비행하다가 이내 땅으로 내려와 가족들 곁에서 고단한 몸을 누이고 잠들 뿐이었습니다. 또다시 운 좋게 바람이 불어오길 기다리면서 말이죠.


제가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던 동력은 항상 저를 붙들어 주는 끈이자, 포근한 실타래 같은 사람들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실타래들 중에는 꾸준히 좋아요와 댓글로 reaction 해주신 브런치 작가님들과 구독자님들이 계십니다.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정말요...)


"그냥, 너무 애쓰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 편안하게 마음껏 써 봐.”

라는 남편이 있어 감사합니다.

(이 남자는 한 문단 이상 읽으면 졸리는 분이라, 읽어본 제 글이 몇 개 안 된다는 사실은 안 비밀입니다. 얼마 전 습작시를 우연히 보여줬다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해서 당황한 적도 있습니다. 메타포를 하나부터 열까지 세세하게 설명해주다가 혈압 올라 관뒀습니다.^^ 그래도 저의 1호 팬이니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ㅋㅋㅋ)


"커피 한 잔 사드릴 테니, 어서 쓰던 거나 마저 쓰시죠."라고 해줄 사람들이 주변에 좀 더 많아지길 바라는 중입니다.


이렇게 저렇게,

이러쿵저러쿵,

한 해가 지났습니다.

그동안 저의 몸부림을 지켜봐 주신 모든 분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함께 건필!


좌절감은 당신의 창조적 작업 과정에 끼어드는 훼방꾼이 아니었다. 좌절감이란 바로 그 과정의 일부다.
- 빅 매직 (앨리자베스 길버트)

“우리가 믿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보고 싶은 거”
-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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