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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윤미 Jan 14. 2022

달맞이길에서 은은한 달님을 만나다

글에서 향기가 나는 작가님

음성 기반 플랫폼을 통해 조금 더 가까이 작가님들과 대화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을 때, 작가님들께 어서 클럽하우스에 가입하시라 재촉(?) 했었던 것 같다. 오고 가는 티키타카 속에서 글을 쓰는 동력이 충전될 것이라 생각했고, 외롭고 고독한 글쓰기의 여정에서 위안이 될 것이라 기대했다. 얼굴은 알지만 얼굴 한 번 뵌 적 없고, 목소리는 알지만 한 번도 직접 대면한 적 없는 관계가 주는 색다른 친밀감은 달콤했다.


클럽하우스에서 분야가 완전히 다른 새로운 사람도 만났고 영어를 가르치거나 글을 쓴다는 공통점으로 만난 사람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배울 점 많고 매력이 넘치는 브런치 작가님들을 알게 된 건 행운이었다. 선한 영향력을 모토로 글쓰기에 진심이신 스테르담님, 드라마 작가로 시작해서 치유와 성장을 돕는 글쓰기 코치로 살고 계신 날자 이조영 작가님이 그랬다. 유유상종이란 말처럼 비슷한 것에 끌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들을 새롭게 만나게 되는데, 배려 넘치는 에티튜드를 장착하신 유아교육 개발자 글향 작가님도 그랬다.


그림책이란 도구를 가지고 글을 써내려 가시는 글향 작가님의 글은 유익하고 재미있었다. 당시 “그림책으로 읽는 일상 인문학” 과정에 참여 중이었기에, 내가 감명 깊게 읽은 책들도 함께 나누면서 그림책이란 공통분모 위에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나갔던 것 같다.


나의 글들을 정성스레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글향 작가님은 나의 자존감 지킴이였다. 평소에도 경상디언 작가님 정도는 상황만 되면 만나러 가겠노라 호기롭게 장담하고 있었기에, 새해를 맞이하여 글향 작가님께 스케줄을 물어보았다. 그동안 베풀어주신 긍정적인 피드백들이 너무 감사하여 새해 첫 달에는 꼭 만나야지 하던 참이었다.



부산 달맞이 공원의 한 레스토랑을 향해 가는 길은 근사하고 아름다웠다. 오션 뷰를 끼고 달릴 때부터 이미 멋진 휴일이 되어 있었다. 잠시 차를 세우고 멍 때려도 좋을 법한탁 트인 바다, 멀리 보이는 광안대교와 동백섬. 그 뷰가 궁금하시다면 부산 달맞이길을 달려 보시길....


도착했노라고 전화를 건 후 작가님을 기다리던 몇 초간은 신입생 MT 가던 날 마냥 두근두근거렸다. 늘 만나던 사람, 늘 보던 가족, 늘 보던 학생들만 보다가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그리도 설레는 일이었다. 멀리서 주차를 마치고 걸어 내려오시는 작가님의 우아함이란..! 나는 너무도 반가워 너스레를 떨며 팔짱을 꼈다.


파스타와 피자를 먹으며 근황 토크 겸 궁금했던 것들을 마구마구 묻기 시작했다. 어색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편안함이 묻어나는 시간이었다. 인스타로 강연 및 활동 소식을 전해 듣고 있던 터라 팀라이트 활동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싶었는데 마음이 통했던 걸까. 작가님이 한 땀 한 땀 열심히 디자인하신 팀라이트 달력을 들고 오신 것이 아닌가.


작년, 스테르담님께서 올리셨던 팀라이트 광고를 처음 봤을 때 나는 망설였고, 글향 작가님은 바로 신청하셨다고 했다. 내가 망설였던 이유는 특별하진 않다. 그냥 늘 그렇듯 생각이 많은지라 조금 머뭇거렸다. 선착순 마감이었는데 말이다. 운이 좋으셨던 글향 작가님은 팀라이트 작가분들과 단합하여 많은 에너지를 얻고 도전받고 계신다고 했다. 서로가 서로의 브랜딩을 도와주고, 자유롭게 자신의 색깔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장을 마련해가는 팀라이트 작가진들이 참 보기 좋고 부러웠다.


작가님은 나의 출간 준비에도 늘 그렇듯 든든한 응원을 건네셨다. 아직 편집자분 말고는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작가 소개”글을 보여드렸다. 정말 짧은 글이었음에도 “이 작가님이 쓴 글이 막 궁금해질 거 같은 소개글인데요.”하신다. 표지 디자인에 대한 아이디어도 알려드렸는데, 시집이 추구하는 주제의식과 너무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며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셨다.



글로 먼저 만난 사이라서 그런가, 처음 만나는 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나를 너무도 잘 아는 분 같았다. 게다가 글향 작가님은 글과 결이 같은 사람이어서 참 좋았다. 글과 사람의 결이 같을 때 찾아오는 감동 덕에 함께하는 시간이 더더욱 행복했다. 문득 네시에는 집으로 돌아가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하셨던 것이 기억나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이미 3:55분이었다. 네 시간이 오분 같았다는 작가님의 과장을 보탠 우스갯소리에 웃음이 터졌다. 아직도 할 말이 많이 남아있는데 어쩌냐는 내 말에 작가님도 웃으셨고 말이다. 달랑 커피만 사드린 나는 다음에 양손 무겁게 해서 또 만나러 가리라 다짐했다.


“글을 통해 만나는 작가님들이 오히려 마음으로는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이 신기한 친밀함은 뭘까요? 하하하.”


굉장히 공감했던 말이었다. 글이란 어떤 것인지 좀 더 명확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글은,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감정, 생각, 깨달음을 길어 올려 써 내려가는 것이다. 어떤 사람의 글 속에는 영혼의 한 조각, 혹은 그가 짜낸 고혈 한 방울이 담겨 있다고 믿는다. 한 사람을 알아가는 것이 한 우주를 알아가는 것이라면, 누군가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그 우주를 여행할 안내서 한 페이지를 찾은 것과 마찬가지다. 매일 만나서 스몰토크만 나누는 사이보다, 좀 더 진득하게 가슴속 이야기를 나눈 사이가 더 친밀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러한 이유일 것이다.


나의 글과 나라는 사람도 비슷하기만을 바란다. 과장하거나 축소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 담백하게, 진정성 있는 글을 계속 쓰고 싶다. 여러 번 거듭해서 퇴고하는 세밀하고 철저한 태도, 내 글이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길 바라는 순수한 갈망, 허례허식이나 가식을 버리고 진실하게 써 내려가는 정직한 자세가 나를 좋은 작가로 만들어 주리라 믿는다. 어쩌면 좋은 작가가 되는 것은 좋은 인간이 되는 길과 비슷한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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