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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윤미 Feb 11. 2022

아무도 나에게 손대지 못하게 하겠다

A complete victory = A fair play

2022년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중이다. 동계 올림픽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종목. 그건 아마도 쇼트트랙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이번 베이징 올림픽의 남자 1500m 결승 경기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남자 1000m 준준결승 경기에서 대한민국의 박장혁 선수는 중국 우다징 선수의 스케이트 날에 베여 왼손을 열한 바늘 꿰매었다. 어드밴스로 다음 경기 진출권을 얻었음에도 그는 결국 기권했다. 이어진 1000m 준결승전에서 황대헌 선수와 이준서 선수는 심판의 편파 판정으로 잇달아 실격했다.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헝가리 역시 심판의 편파판정으로 중국에게 금메달을 빼앗겼다. 스포츠 정신과 올림픽 정신 따위는 다 제쳐두고 밀치기와 가로막기는 기본, 필요하다면 편파판정을 통해서라도 금메달을 얻어가겠다는 중국의 태도에 세계가 분노하는 중이다.


실격 이후, 황대헌 선수는 기자들의 인터뷰를 거절한 후 자신의 sns에 마이클 조던의 명언을 게재했다. 어처구니없이 실격패 당한 일을 계속 마음에 두기보다, 다음에 있을 남자 1500m 결승 경기에 대한 전략을 세웠을 것이다. 와신상담하는 심정으로 몸과 마음을 갈고닦으며 단련했을 것이다.


장애물을 만났다고 반드시 멈춰야 하는 건 아니다. 벽에 부딪힌다면 돌아서서 포기하지 말라.
어떻게 하면 벽에 오를지, 벽을 뚫고 나갈 수 있을지
또는 돌아갈 방법이 없는지 생각하라

- 마이클 조던


1500m 결승전에 출전한 황대헌 선수는 무리해서 추월하지 않고 후방에서 조용히 스케이트를 탔다. 괜한 판정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다른 선수들과의 부딪힘을 최소화하려 했을 것이다. 9바퀴를 남기고 그는 순식간에 아웃코스로 치고 나와 깔끔하게 선두 자리를 꿰찼다. 어떤 부딪힘도 몸싸움도 없었다. 흠잡을 것 없는 완벽한 추월이었다. 그리고 단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뺏기지 않은 채, 전력으로 달려 결승점에 골인했다. 경기 장면을 돌려볼 때마다 가슴속에서 자꾸만 뜨거운 것이 솟아오른다. 오랜 기간 훈련해 왔을 선수들의 행간이 보이는 것 같았다.


결승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후, 그는 편파 판정을 받은 지난 경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판정은 심판의 몫이다. 깨끗하게 했지만 깨끗하지 못했으니 그런 판정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한 수 배웠다. 더 깔끔하게 아무도 나에게 손을 대지 못하게 하는 전략을 세웠다.”


아무도 나에게 손을 대지 못하게 하는 전략. 그것은 그 누구도 입을 댈 수 없는 완벽한 승리를 만들겠다는 의미였다. 그는 넘기 힘든 벽을 뛰어넘는 법을 찾아냈다. 불리한 상황에서 정공법을 택했다. 실력으로 이긴 페어플레이는 누구도 흠잡을 수 없다. 완벽한 승리는 오직 페어플레이를 통해서만 가능했다.


은메달을  캐나다 스티븐 뒤부아 선수 역시 전략가였다. “한국 선수(황대헌) 따라가다 보니 은메달을 지킬  있었다.” 솔직 유쾌한 인터뷰가 재밌고 인상 깊었다. 줄을   전략으로 은메달을  그는 “10명이나 되는 훌륭한 스케이터들이 있었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고 좋은 스케이트를   있도록 함께 경쟁한 모든 경쟁자에게 감사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국 선수들이 실격당하고 경기중에 넘어졌던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조롱했던 중국 선수의 인터뷰와 엄청나게 비교가 되는 지점이다.


스포츠 경기는 인생의 축소판 같다. 어떤 승리는 더럽고, 어떤 실패는 아름답다. 어떤 승리는 영광스럽고 어떤 실패는 인과응보다. 우리의 인생이 이왕이면 깔끔하고 완벽한 승리였으면 좋겠다. 만일 그게 안 된다면 차선책으로, 아름답고 멋지게 잘 싸운 싸움이었으면 좋겠다. 적어도 더러운 승리나 자업자득만은 아니어야 한다.


스포츠 선수들이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라는 것처럼 우리 모두는 한 번뿐인 인생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싶어 한다. 성공하고 싶고, 부자가 되고 싶고, 1등이 되고 싶은 욕망 자체는 아무 잘못이 없다. 잘못은 언제나 바라고 원하는 것을 이루는 과정 속에서 일어나며, 그중에서도 가장 큰 잘못은 성공이나 부유함, 1등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을 무시하는 태도에 있다. 조금 더 unfair 하게, 조금 더 차별적으로, 조금 더 이기적으로 구는 모든 순간들은 더럽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완벽하게 공정하진 않기에 종종 “fair”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손해를 본다. 세상을 탓하는 수밖에, 상황을 탓할 수밖에 없는 사연들도 있다. 허나 그렇다 할지라도, 나는 fair 하게 살기 위해 몸부림칠 것이고 페어플레이하는 사람들이 잘 되기만을 바랄 것이다. 나이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가산점을 받는 세상을 꿈꾼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실패를 하고 수없이 많은 벽을 맞닥뜨릴 것이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고, 수많은 벽에 가로막힐 것이다. 그러나 그 경험들로 인해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더 짧게 낙담하고 훨씬 더 빨리 전략을 세울 것이다. 전략이 통하든 통하지 않든, 전략을 세우는 모든 과정이 의미 있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졌지만 잘 싸운 싸움”을 목표로 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래서 종국에는 결코 지지않을 것이다. 시간이 좀 필요하겠지만, 불공정한 세상 속에서도, 잘 싸운 사람들은, 흠 잡을 데 없이 깨끗하게, 마침내 승리할 것이다. 물론 승리의 모양과 맛, 승리의 크기와 색깔은 제각각 다르겠지만 말이다. 페어플레이를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멋진 인생을 사는 전략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진정한 전략가가 되자. 깨끗하고 깔끔한 승리를 위해. 아무도 나에게 손대지 못하게 말이다. Good L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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