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역사는 과거의 일들만으로도 충분하다.
구해야 하오. 어느날엔가 내가 저 여인이 될 수 있으니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나왔던 고애신 아씨의 말이다. 다시보기를 몇 번 해도 볼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온다. 드라마 속에 아주 잠깐 등장했다 사라졌던 엑스트라들도 모두 의병이었다. "우리 모두는 불꽃이었고, 모두가 뜨겁게 피고 졌다."라는 대사처럼, 당시 우리 선조들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각자의 자리에서 나라를 지켰다.
우크라이나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모두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불꽃이 되었다. 위험에 처한 모국의 소식을 듣고 수도 키예프로 돌아가는 사람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나라를 지키겠다는 시민들, 국민들과 함께 맞서 싸우며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대통령 등. 그들 모두의 염원에 보답이라도 하듯 우크라이나 북부의 언 땅, 라스푸티차(rasputitsa)도 뻘로 변해 러시아의 진군을 막아서고 있다. 대자연도 이미 답을 내렸다.
우크라이나 전쟁상황을 알려주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던 밤이었다.
"We, Ukrainians, do it on the front lines, sacrificing our lives.
We have only one request on you.
Back us up."
"우리 우크라니아 사람들은 생명을 걸고, 최전선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요청은 오직 하나입니다.
우리를 도와주십시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고작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업데이트된 뉴스를 듣고 두 손모아 기도하는 것 뿐이었다. 소식을 듣지 못했다면 모를까, 이미 알게 된 이상 우크라이나가 처한 상황은 우리 모두의 일이 되었다. 사람들은 모두 연결되어있고, 그들의 평화가 곧 나의 평화이며 우리 모두의 평화다.
국제 형사재판소 ICC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전쟁범죄 착수에 들어갔고, 국제 신용평가업체는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CCC-로 낮췄다. 세계 여러 나라와 기업에서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강한 힘만으로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던 과거는 끝났다. 아니, 어쩌면 아직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를 부끄러운 과거를 오늘의 우리가 끝내야만 한다. 전쟁은 그저 선량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고 전범국가가 되는 지름길일 뿐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1차 회담에서는 이렇다할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2차 회담에서는 민간인 대피 통로 확보와 일부 지역의 휴전에 동의했을 뿐, 아직 종전은 아니다. 생명을 걸고 싸우는 우크라니아 사람들의 거센 저항이 승리를 거두기만을 바란다. "우리 모두의 평화"에 동의하지 못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