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소
- 양윤미
기름기 번들번들한 얼굴로 고급 승용차를 모는
부자들에게 관대한 성직자가 있었다
부족한 점 하나 없는 그의 감동 설교에
가난한 성도들이 많이 울었다
-『사는 게 만약 뜨거운 연주라면』, 학이사, 2023.
감상 -
나와는 얼추 30년, 나이 차이 나는 젊디젊은 시인의 시에서 느끼는 이 동질감은 뭐지?
갑자기 장마철에 마르다 만 타올의 눅눅함, 그 시크롬한 냄새에 시집을 덮고 며칠 못본 체 했다
행간에 범람하는 슬픔과 상처의 비릿함은 세밀하다 푸른 멍자국 시간이 지나면 누런빛으로 아무는 무늬까지 보인다
읽어보시라. 그대들도 꼭꼭 숨겼지만 덜커덕 거리는 그것.
못 다 푼 살풀이도 풀어내시라. 시인의 울음에 얹혀 가벼워지시라.
“폭소”라는 시는….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지 않은가?
헉헉거리며 오르막 산길을 오르는데,
외제차 한 대 올라가는데,
턱하니 앉은 회색승복의 구도자를 보는 기분은
뭐 그리 유쾌 하지 않다.
사회를 보는 밝은 눈도 가진 시인이다.
시인이 갑자기 지금도 크고 있는 바오밥 나무같다.
(박수자 시인,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