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를 삶다가 기억이 났던 뉴스 기사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거리 모퉁이에 누운 천막
노인이 끙끙 거리며 고물상에 끌고 갔다
3천원
꼬깃꼬깃한 손가락을 펴서
나오지 않는 침을 뱉아 세어보다가
절도 혐의로 서게 된 법의 심판대
기나긴 공방 끝에 무죄
다음엔 유죄였다
아파트 재활용 수거장에서
소주병을 가슴에 품고 갔으니,
무식한 노인이여
그대, 무지한 죄로 벌금 오십
달에 삼십 나오는 노령연금에서
빠듯하게 모아 이십을 갚았으나
남은 삼십
버겁기만 하고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거리
폐지 줍는 노인 하나
달팽이 닮은 리어카가 오늘 월척이다
잊었던 콧노래 흘러나오고
콩나물을 살까
두부를 살까
십여년 전 연락 끊긴 처자식들
오늘 저녁엔 무얼 먹을까
상자 몇 개 남기고 허리 한 숨 편다
벌건 노을, 아스라이 흔들리고
하얀 머리, 바람에 일렁인다
차곡차곡 쌓이는 상자 사이로
굴러 떨어지는 감자 다섯 알
아닙니다 절대,
절도가 아닙니다
저는 감자를 보지 못했습니다
박스 주워 먹고 사는 저는
그냥 폐지 줍는 할아버지입니다
믿는 이 없어 다시 벌금 오십
도합 팔십이다
돈을 못내서 쫓기는 지명수배자
식도암까지 걸린 노인에게
죽음이 먼저 올까
경찰이 먼저 올까
노인은 알지 못한다
잘 보이지 않는 눈을 껌뻑대며
소주병 하나가 십만원이고
감자 한 알이 십만원이야
하는데
듣는 사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