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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윤미 Feb 21. 2023

빨래를 부탁해

은은한 달빛에 마르는 건

늦은 밤, 빈칸 속에는

미처 널지 못한 빨래들이 있다

베란다 바닥에 흥건한 검은 얼룩을 밟고

세탁기 뚜껑을 열면

뒤엉킨 빨래들이 벽에 달라붙었다


무거운 옷가지를 끌어안고

허리를 숙여 동그란 창을 연다

마르지 않은 이야기들을 집어넣으면

찌그러진 무지개가 굴러 떨어지고

가벼워지는 시간엔

읽히지 않은 구겨진 책들을 편다


배운 적 없는 말들이 보송하다











-2023. 계간 시마, 봄호 수록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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