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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거울

생생한 장면

by 양윤미

아이가 라면 맛을 알아버렸다


물려받은 요리 비법따윈 없어서

콩나물 다듬고, 양파 썰어 넣고

스프는 반만, 계란 하나 툭

싱거운 삼류 요리를 끓인다


헤벌쭉 웃으며

가르쳐준 적 없는 면치기를 하는 아이

엄마도 이 야무진 손녀를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실테다


갈매기 같은 눈썹, 오동통한 볼살

뒤통수 짱구에 머리숱 적은 것까지

나를 쏙 빼닮은 딸래미


콧잔등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은

꼭 울 엄마 같네

짭쪼롬한 물이 차올라 고개를 든다

영문을 모른 채 바라보는 두 눈이

그림처럼 나를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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