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라면 한 그릇에 얼마여?
시인 박 준의 시집을 편찬했던 출판사 대표는 그에게 삼천 권의 싸인본을 요청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편지같은 글을 추구하는 박 준은 아무리 긴 시일이 소요되더라도, 그의 트레이드 마크 “울어요, 우리”라던가, 표제작을 통한 자신의 마음이라도 적었을 것이다.(실제로도 그러하다.)
몇 주 전, 나 역시 시집 리뷰를 기꺼이 해주시겠다는 작가님들에게 사인한 시집을 동봉하여 소포를 보내드렸다.(몇 분 되진 않지만, 소중한 버팀목같은 존재들이다.)
그 분들 외에도 출판사 대표님께서 따로 요청해주신 문인분들에게도 소포를 보냈다. 사실 그냥 사인본만 보내도 될 일을, 손편지까지 하나하나 적어 보내느라 팔이 많이 아팠다. 꼭 그렇게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스스로 만들어서 할 때마다 신이 난다.
한 땀 한 땀 시어를 골라 구슬을 꿰듯 정성들여 완성한 자식같은 시집을 잘 읽어달라는 마음을, 그 분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헤아리실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나와 아무런 교집합이 없는 그 분들 입장에서는 아마도 내가 난생 처음보는 인물일 게 뻔하지 않은가? 그래서 굳이 애써서, 간단한 자기 소개와 인사말을 담아 일일이 손편지를 적었다. 받는 분의 성함도 꾹꾹 놀러적어가며 말이다.
글쎄, 처음보는 시인이 손편지와 함께 시집을 보냈다고 해서 나와 내 시집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더 진정성있게 예의를 갖춰 보내고 싶었을 뿐이다. 많은 책 소포를 이미 넘치도록 받고 계실 분들에게, 친근한 인상을 남기고픈 마음이었으니까.
184g짜리 시집에 손편지 10g을 더해, 194g의 소포를 테이핑 했다. 며칠 뒤, 우체국의 배송완료 메세지로 휴대폰이 시끄럽던 아침, 그 중 한 분께서 책을 잘 받았노라고 친절하게 문자까지 보내주어 참 감사했다.
또 어떤 분은 페이스북에 손편지와 함께 소포 인증샷을 올려주셨다. 엽서를 적어보낸 마음까지 다 헤아리신 모양이다. 곧이어 한 분 한 분, 시집을 읽고 난 마음과 감상에 대하여 글을 적어주시기 시작했다. 나도 지금껏 미리 알지 못했던 선생님들을 하나 둘씩 팔로우하기 시작했다.
시집의 제목을 가지고 친구분과 농담을 주고 받으시던 분도 계셨는데, 그 만담에 그만 배꼽이 빠져라 웃었다.
“연주라면 한그릇에 얼마야?”
“만 천원이예요”
“단무지도 줘?“ㅋㅋㅋ
(웃픈 일이지만, 실제로도 시집 제목을 검색해보면 라면 관련 글이 연관 글로 뜬다. ㅋㅋㅋ)
나도 모르게 그 썰렁한 언어유희에 물들어 버려서, 두번째 시집에 대해 물어보시는 분들께 “날도 추운데, 뜨거운 연주라면 한 그릇 드시지요.”하며 덩달아 너스레를 떨고 있다.
요즘은 신간 시집을 받아보시고 읽어보신 분들의 짧은 메모와 감상을 염탐하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오늘은 “캐리소” 작가님께서 올려주신 시집 리뷰를 보며 아침 댓바람부터 울어버린 것은 안비밀이다. 인스타에서 나를 검색하여, 디엠을 보내주시는 독자분도 있다. 출간 소식에 먼저 연락주시고, 진심으로 축하해주시며 축복해주시는 작가님들이 있어 기쁘다. 좋은 것들을 크게 보고 있자니, 감동이 더해지는 날들이다.
혼자 보기 아까운,
멋진 분들의 후기를 정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