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하는

어린이 바이킹이 준 성장통

by 글한송이

다르니까 재미있다. 네 눈으로 보는 세상이 난 좋아. 언젠가 우리가 보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천천히 맞춰 나가자.”

사람을 만나면서 스트레스도 받지만, 성장할 수 있는 건 아무래도 차이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요.

과거에 만났던 사람에게서 얻은 깨달음처럼요. 저는, 안 맞으면 포기하는 스타일이었는데 그 사람을 만난 뒤부터는 그래도 나름(?) 노력을 했거든요.

달라도 너무 달라서 피곤할 테지만,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의욕이 생기기도, 꺾이기도 하더라고요.


물론 그 사람처럼 100% 환골탈태를 하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시간은 후회와 함께 흘러만 갑니다.

지하철에 몸을 싣고 퇴근을 하는데 한 학생 무리가 서로에게 그런 질문을 하더군요.

"인생을 리셋하고 다시 살 수 있으면 리셋할래, 그냥 이대로 살래?"

삶을 리셋할 수 있다면 어디서부터 리셋하는 게 좋을까 곰곰이 따져봤어요. 전공을 살려 일할 수 있으면 지금보다 훨씬 낫지 싶어 대학생이 좋겠다 싶었고요, 지금도 이토록 원하는 유학을 떠나면 완벽하겠지 싶어 친구들이 떠났던 고등학생이 낫겠다 생각했어요, 사람 눈치 안 보고 골목을 재패했던 중학생 때로 돌아가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더라고요.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어느덧 초등학생 시절에 스며들었죠. 초등학생... 순수함으로 똘똘 뭉쳤던 당시로 돌아간다면 그 시점은, 아파트 앞에 자리를 잡은 어린이 바이킹 대기줄에 서 있을 때일 겁니다.


방 청소 300, 설거지 300, 신발 정리 200. 그렇게 꾸준히 모은 용돈을 한 번에 탕진하고, 그렇게 타고 싶었던 바이킹을 타면서도 눈물만 흘렀던 그 순간이 제가 처음으로 후회라는 감정을 느껴본 날이에요. 돈을 내고 계단을 올라갈 때만 해도 설렘과 기대로 심장이 쿵쿵 뛰었지만, 타고 싶으면서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언니가 타는 걸 부러워하는 동생의 눈빛이 여전히 잊히지 않는 상처로 남아 있죠. 무섭지는 않았어요. 그치만, 얼굴은 굳어만 갔고, 눈물이 툭 떨어졌어요. 조금만 더 모아서 같이 탈 걸, 나 대신 동생을 태워줄걸... 한없이 죄스러운 기분이 온몸을 장악했어요. 바이킹 아저씨는 아이가 겁에 질린 줄 알고 금세 멈추어 주셨습니다. 5천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탄 어린이 바이킹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이 났죠.


15여 년이 넘게 흐른 지금도 장날마다 어린이 바이킹은 아파트 뒤편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하늘을 향해 오르락내리락 움직이네요. 덕분에 죄책감이 더욱 커져서 심장이 조이다 못해 쪼그라들기 전에 사과를 했는데요. 이럴 수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옛날 일이라며 제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습니다. 고마워해야 할지, 여전히 미안해해야 할지 통 모르겠는 상황이 펼쳐질 줄은 전혀 예상 못해서 당황스러웠죠.


하지만 한 가지 명확해졌어요. 지금까지 살아온 발자취를 리셋할 필요는 없겠다고요. 여전히 미안하지만, 마음의 짐을 완전히 덜어버리지는 못했으니 앞으로도 동생에게 조금 더 신경 쓰면서 자매간 사랑을 돈독히 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기로 했어요.

후회를 벌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앞으로도 동생을 챙길 수 있는 사랑을 깨닫게 해준 선물이라고 생각하려고요.


후회라는 건 결국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임을 깨달은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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