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해도 괜찮대요.
한국어는 요상합니다. 한국인조차 어렵게만 느껴지는 맞춤법과 문법, 어떻게 말해도 다 알아들을 수 있는 회화 규칙, 수많은 동음이어. 한국어 강의에 잠깐 몸 담았을 때, 참으로 난감한 순간들이 많았죠. 잘못 알려줘서는 안 된다는 강박 때문에 남들보다 더 예민해졌던 거 같기도 하고요. ‘일해라 절해라 하지 마’라는 맞춤법 오류의 끝판왕을 접했을 때 얼마나 기겁했는지 몰라요. 오타가 아닌, 지나치게 기본적인 맞춤법 오류를 반복하는 이들과 인연이 길게 닿지 않은 걸 보면, 민감도가 어마무시한 게 분명해요.
예민하다는 단어는 전혀 나쁜 의미가 아니지만 사회적 언어로 썩 좋게 들리지는 않아요. 남들보다 조금 더 세심하고, 오감이 발달하고, 예리한 분석력과 판단력을 가졌다는 뜻보다, 감각이 과하게 날카로워 불편한 상태를 표현하곤 하니까요. 이 단어는 그러한 이유로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누구나, 예민한 부분이 한 가지 이상은 있어요. 회사 직원이 나눈 대화 중에, 오늘 하루 종일 한 끼도 못 먹어서 예민하다고 표현하시더라고요. 글쎄요, 저는 먹지 않으면 기운이 없어서 누가 쿡 찔러도 아무 반응을 하지 못해요. 시험 기간이라 정신이 없어서 만원 지하철에서조차 참고서를 들여다보고 있는 학생이 친구의 장난에 불같이 화를 내기도 했어요. 잠도 못 자고 예민하니까 건들지 말라고요. 불면증인 저는 못 자면 그냥 피곤하기만 하죠.
제가 무던한 사람은 절대 아닙니다. 나름 사회 구성원이라서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을 정도까지는 됐어요. 완벽하진 않죠. 말과 통증은 정복하지 못한 예민 발작 버튼이거든요.
단어 하나에 온 신경이 곤두서고, 표현 한 마디에 사람 인성을 판단하는 버릇이 있어요. 결국 손해는 제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게 그렇게 거슬립니다. 신경과 호르몬에 문제가 있어 약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도 끔찍해요. 무엇보다, 혼자서 할 수 없는 것들이 늘어날수록 비참하죠. 더 신경질적인 사람이 되어버렸어요.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는 생각만 들어요.
이런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가족, 친구에게 고마워서라도 노력하고 있어요. 쉽지 않아서 더 도전할만해요.
사람마다 예민한 상황, 정도, 지속 시간 등 다양할 거예요. 자기 자신의 예민함 때문에 너무 스스로를 옭아매지 않기를 바라요. 남들은 내게 없는 예민함을 가지고 있을 거니까요. 본인을 조금 더 아껴주세요. 맛있는 걸 먹으면 기분이 싹 풀리는 나, 사랑스럽잖아요. 열심히 공부하는 나, 대견하잖아요. 그렇죠? 물론 과하다면 그건 스스로 바꿔나가야겠지만요. 뭐든지 과하면 안 좋으니까요.
시끄러운 세상, 흔들리는 멘탈, 상처받은 마음을 응원합니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