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양껏 맛있게!
"소식좌 병 걸려서 조금만 먹어야 한단 말이야!"
엘리베이터에서 어린 학생이 엄마 손을 붙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어요. 당황스러워서 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멈칫했지만, 퇴근 후 무거운 몸을 이끌고 간신히 도착한 집 앞에서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 않았죠. 귀야, 제발 조금만 견뎌라. 예민한 청력이 버텨주기를 바라면서 소란의 현장에 발을 디뎠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파악한 상황을 정리해보자면, 간단합니다. 엄마는 어린 학생, 그러니까 초등학생 딸이 자꾸만 밥을 거르는 게 속이 상했어요. 몸이 안 좋아서 안 먹는 건가 싶어 병원에 가자고 말했죠. 한창 클 나이에 영양 결핍으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딸은 강하게 거부했습니다. 몸이 안 좋은 게 아니라 "소식"이 요새 유행이기 때문에 적게 먹는 거라고요. 얼마나 소식이었냐면요, 밥을 한 숟가락 먹고 끝인 거였어요.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커다랗게 한 입 맛있게 먹는 방송을 보면서 식욕을 자극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놀랄 정도로 적게 먹는 사람들이 자신의 밥 양을 자랑하는 시대가 왔나 봐요. 커피 한 잔이면 하루 밥이 끝이라는 방송인을 보면서 진짜일지 의문이 강하게 들었어요. 아무리 그래도 커피 한 잔으로 사는 게 가능한가 해서요. 돌이켜보니, 저도 점심을 음료로 때웠던 적이 있긴 하네요. 결과적으로 지금 이렇게 비실비실 대는 건 그때 때문인 거 같고요.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인물을 따라 하면서 마치 그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는 "OO병"을 들어보긴 했지만, 소식좌병은 처음 들었어요. 참 다양한 삶의 방식을 흉내 낼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요. 왜 주체성을 잃고 타인을 복사하려는 걸까 궁금하기도 했죠. 보고 배우는 걸로 끝나면 부족하다고 느끼는 걸까요?
'저 사람처럼은 살지 말아야겠다', '저런 위대한 사람처럼 되고 싶어!' 등등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다지기에 내가 아닌 누군가는 좋은 교육 콘텐츠가 됩니다. 안 좋은 건 당연히 거를 줄 알아야겠고, 좋은 점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익히고 발전시켜나가야겠죠. 그런 의미에서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초등학생 딸은 모두를 설득시킬 수 있는 타당한 흉내내기를 하는 거 같진 않아요. 하지만 어린 학생이 무슨 잘못이겠어요, 방대하게 퍼져버린 미디어와 가감 없는 솔직함을 앞장 세운 방송이 문제겠죠.
점심시간만 되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리는 20대 후반 직장인은, 얼른 점심 먹으러 가야겠어요. 그러고 보니 오늘 저녁 메뉴가 궁금하네요. 어제보다 맛있는 걸 먹고 싶은데, 추천해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