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다정함에 비례한다.
다정한 사람을 만나 보셨나요? 그런 사람은 참 잊기 어려워요. 문득 떠올라서, 괜히 마음이 따뜻해지기 때문이죠. 다들 병에 시달리는 월요일 아침 출근길, 힘겹게 열차에서 내리는 할머니를 도와 엘리베이터까지 이동을 도와주시던 어떤 분을 보니, 저도 옛날 누군가가 떠올랐어요.
열차 문이 닫히고, 한강이 환하게 눈에 담길 때, 다정한 사람들을 하나 둘 떠올려봤어요. 동생이 제게 가장 가까운 다정인이었죠. 말을 참 예쁘게 해서, 짜증을 내는데도 귀엽기만 해요. 앉을자리가 필요하면, 자리 좀 비켜줘-가 아니라, 나도 앉게 해줘 볼까? 하거든요. 오늘이 너무 고돼서 지쳐 누워있는 제게 힘내, 괜찮아지기를 바라-라는 상투적인 표현이 아니라, 내일은 좋은 일만 생기겠군! 걱정 마! 내가 다 해치워놓을게! 하고 사람을 웃게 만들거든요. 이건 다 아버지께 배운 듯합니다.
제가 웬일로 멋을 내겠다고 화장대 앞에 앉아서 한참 있었더니, 외출 시간이 다다랐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어머니와 아버지가 번갈아 들어오셨었는데요. 어머니는 대충 하고 나와라, 아무도 너 안 본다-고 하셨죠. 뒤따라 들어오신 아버지는 "분장을 해야 해. 변장을 하지 말고."라며 폭소를 이끌어내셨어요. 모두가 깔깔거리고 웃었죠.
다정함은 위로에서, 유머에서도 엿보이는 거 같은데, 아쉽게도 저는 칭찬이나 격려 등 따뜻한 표현 자체를 어려워해요. 유머는 장난치는 쪽으로만 특출 나서 자신도 없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을 찾아봤어요. 처음 보는 시장 할머니와도 저녁 식사에 초대받아 막걸리를 들이켤 수 있는 엄청난 친구가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한참 생각해봤어요. 이 친구는 저랑 뭐가 다른지를요. 뭐, 많은 게 달랐는데, 가장 확실한 건 태도였어요.
사람은 완벽하지 않죠. 그래도 결점보다 장점이 많을 거예요. 그걸 참 잘 찾아내는 친구예요. 그리고 중요한 건요, 장점들 속에 숨어 있는 결점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가족과 각별한 사이면서, 애틋한 연애도 해봤지만, 이거 정말 어려운 일이잖아요. 그래서 물어봤어요, 넌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상대방한테 짜증이 나면 그건 대부분 네가 불편해서 그런 거야. 근데 불편보다 편한 게 많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괜찮아져. 남한테 뭔가 고쳐달라고, 해달라, 바라지 마. 그냥 받아들여. 근데 불편한 게 너무 크면 안 만나면 돼."
사람은 이기적입니다. 남을 돕고 불행하다면 돕지 않겠죠. 어떤 행동을 함으로써 행복해지기 때문에, 계속해서 희생을 감행하는 거니까요. 제가 주변 사람들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도 결국 제가 행복해지고 싶어서일 거예요. 그리고, 그러려면, 상대방을 사랑해야 될 거 같아요.
제게 큰 깨달음을 준 친구는 비록 심하게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탓에 친구 모임이 초면인 사람들과의 회식으로 변질되곤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친구를 사랑합니다. 덕분에 이런저런 얘기 많이 들으면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으니까요.
또 누가 있을까요. 오늘은 또 어떤 이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