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기다림

소망 다이어트

by 글한송이

회사 건물로 들어가기 전, 지나쳐야 하는 무인 카페가 있습니다. 매일 아침 그곳에서 가만히 앉아 계시는 분을 발견한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죠. 이유가 궁금했어요. 오전 7시 10분경, 아주 이른 시간에 무얼 하시는 걸까 하고요. 무슨 용기가 생겨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과감하게 들어가서 여쭤봤습니다. 무례한 질문일 수 있고, 확실히 실례를 범하는 일이라서 심각하면 뺨을 맞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서요. 그분께서는 마스크 위로 웃음을 지어 보이면서 대답하셨어요.


"곧 올 사람을 기다리고 있어요."


마침 그분도 같은 시각에 지나가는 저를 보면서 무슨 일을 하길래 이렇게 일찍 출근할까 궁금했다고 말하셨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좋은 인연이었던 모양이에요. 따뜻한 목소리를 가진 그분의 다정한 기다림을 받는 '곧 올 사람'이 내심 부러워졌죠. 한편으로는 조금 더 일찍 나와주면 안 되는가 하고 '곧 올 사람'이 밉기까지 했어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도요. 하지만,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천천히, 다치지 않고 나와주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걸요."


바라는 것이 없는 사랑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부모와 자식 간에도 마찬가지죠. 저희 부모님은 제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주기를 바라시거든요. 그조차도 바라지 않는 가족이 과연 있을까요. 그것이 누구를 위하는가가 다른 사랑보다 특별할 뿐,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바라는 무언가'는 반드시 있을 거예요.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크게 다섯 가지로, 1) 함께 하는 시간, 2) 칭찬, 3) 선물, 4) 스킨십, 5) 봉사가 있다고 하죠. 자기가 표현하는 방식대로 상대에게도 똑같은 걸 바라게 된대요. 부모님은 시간과 봉사가 우선시되고, 동생은 시간이 가장 먼저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저는, 가족들의 바람이 무색하게 최근 몇 년 간 밖으로 나돌았던 기억이 문득 듭니다. 연말이라서 그런 걸까요, 죄송한 마음이 커지네요.


제 표현은 봉사 → 시간 → 선물 → 스킨십 → 칭찬 순서인 거 같아요. 죽을 것같이 아픈 게 아니면 상대방을 위하려고 하죠. 가끔 작은 선물을 건네기도 하고요. 상대방도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면서요. 지금까지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지난 인연들을 돌이켜보면, 이런 점이 잘 맞았던 게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동시에, 민망함도 커지고요. 나는 왜 이렇게 바라는 게 많을까-이렇게요.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사람으로서, 타인에게 바라는 점을 하나 둘 빼고 있어요. 소망 다이어트랄까요. 그렇게 쳐내고 남은 거 몇 가지 중에는, 소통이 남아 있습니다.


대화를 좋아해요. 머릿속에 막대한 분량의 마인드맵이 그려져 있죠. 깨달음에 도달하기 전까지 질문과 생각은 멈추지 않아요. 혼자 해결이 안 되면 주변 사람들에게 묻기도 하는데,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저를 받아줬던 사람으로 딱 세 명이 떠올랐어요. 아버지, 20년 지기 친구, 첫사랑.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전 아직 어른이인지라 인연을 맺으면 맺을수록 바라는 게 늘어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소통'을 가장 먼저로 손꼽기로 했어요. 무인 카페의 그분도 동의하셨죠.


"저 역시, 그 사람과 대화하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연말이 다가옵니다. 마음을 비워서일까요, 받고 싶은 것보다 주고 싶은 게 많아지는 2022년 12월이에요. 가족들과 맛있는 저녁 식사해야겠어요. 아버지한테 고기 한 점 더 올려드리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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