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온에게

7화

by 글한송이

죽은 사람에게 죽어가는 사람이 편지라니, 웃기다. 갈수록 멍청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근데 뭐, 여긴 나를 아는 사람이 없으니 눈치 보지 않아도 되잖아?

평생 내 멋대로 살고 싶어서 그렇게 발버둥 쳤는데 어때.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마음대로 하다 가야 덜 짜증 나지.


펜을 들었다. 시작이 어려웠지, 첫마디를 적고 나니 술술 글이 써졌다. 내용은 많기만 했지 실속 없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정갈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오래전 그와의 일들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 어딘가가 따뜻하게 뭉클한 게 좋았다. 물론 이 편지는 우체통에 넣지는 않을 거다. 다듬고 다듬어서 핵심만 전할 거다.

서론-본론-결론으로 말하던 내게 뇌를 거치지 않은 언어를 내뱉게 하던 그였다. 조금은 변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 이렇게 컸어, 많이 성장했지? 하고 우쭈쭈 인정받고 싶은 어린애처럼.


뭐야. 나 아직 유치하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이런 날 보면서 귀여워하던 바보가 떠올라서.


길게 늘어놓은 말들을 정리해 한 장에 담았다. 이조차도 길었다. 전할 것은 딱 한 마디면 충분했는데.


라온에게.


거기서는, 안녕해요?

곧 만날 수 있을 거 같긴 하지만,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찾아가진 않을 거라서 이렇게라도 물어요.

아파서 간 그대가 뭐 그리 부럽다고 나도 아파서 잠깐 이상한 동네에서 머물고 있어요.

그대도 이곳에서 나를 그리워했나요?

아니었기를 바라요. 난 누군가가 커피를 권하기 전까지 그대를 억지로라도 잊고 살았거든요.

행복한 삶이었어요.

뜻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었죠. 그래도 지금 생각해 보면 꽤 괜찮은 삶이었던 거 같아요.

가족들에게, 스쳐 지나간 인연들에게 사랑받았거든요.

그 인연들에 그대도 있었습니다.

아마 그대가 가장 강렬하게 내 마음에 꽂혀 있을 거예요. 아무리 떼어내려고 해도, 잘 안 되더라고요.

공부, 일, 사람, 그리고 나에게 성실했던 그대는 늘 불안정한 내게 안정 그 자체였으니까요.

잔잔히 흘러 멈춘 듯 보이지만, 햇살과 달빛에 반짝이는 모습은 배울 점이 많았으니까요.

그대와 함께한 청춘은 내가 좋아하는 봄처럼 뜨겁지도, 춥지도 않고 따뜻하게 피어있으니까요.

서점에서 말을 걸어줘서, 품을 내어줘서, 사랑을 알려줘서,

좋았습니다.

어떤 사람이 묻더라고요.

뭐가 가장 후회되는지.

이것저것 많이 떠올랐는데, 결론은 하나네요.

표현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였죠?

그래서 많이 씁쓸했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마음속에 고이 간직했던 그 말을 해도 될까요?

고마웠어요.

정말 많이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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