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달팽이, 거북이

8화

by 글한송이

우리는 달팽이, 거북이와 같은 삶을 산다.

달팽이와 거북이는 등껍질을 이고 다니며 자기들의 세상 곳곳을 누빈다.

작은 몸으로 얼마나 무거울까.

커다란 집을 들고 다니느라 걸음이 느린 두 동물을 보고 있으면, 마치 낑낑대며 하루를 버티는 나 같아서, 괜히 울적했다.

우리가 등에,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인생의 무게를 내려놓기에 세상은 너무도 위협적이다.


유치원에 다녀와서는 점심으로 뭘 먹었고, 친구들이 싸워서 말렸고, 선생님이 칭찬해 줘서 좋았다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대단한 이야기인 냥 떠들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밖에서 에너지를 다 쓰고 들어와 집에 들어오면 그저 잠으로 몸의 배터리를 충전하기에 급급해 말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가족, 친구, 연인에게 당시에는 감정 정리가 안 되어 대화를 미뤘고, 나중에는 다 지난 이야기를 떠들기에도 머쓱하여 잊었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속내를 꺼내는 것이 점차 어려워졌다.

타인에 의해 위협을 받은 나의 하루를, 그로 인해 상처받은 나의 마음을 어루어만져줄 사람은 오직 나뿐이었다.

점점 세상에 벽을 쌓아 올렸다.

아기돼지 삼 형제의 셋째 돼지처럼, 늑대가 아무리 입김을 불어도 무너지지 않는 단단하고 붉은 벽돌을.


굳게 닫힌 문을 열어준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은 평생 가족을 포함해 딱 세 명의 편만 있으면 된다고 하는데, 나는 더 많은 인연에 둘러싸여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비록 그때는 몰랐다.

지금처럼.


"저예요! 여기 잠깐 나와 보세요!!"


옆집은 이승으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게 맞는 거야? 왜 항상 저렇게 나도는 건데?

MBTI가 이력서에 기재해야 할 만큼 유행으로 번지던 때를 떠올려, 청년의 첫 번째 성격 유형 알파벳은 E였음을 확신했다.

극 I인 나로서는 감당 불가능한 성격인데, 이상하게도 그가 시키는 대로 하고 있었다.

라온을 그리며, 방 안에서 바깥 햇살을 감상하다가, 못 이기는 척 문을 열었다.


"왜요."


"저기 저분 보세요!"


옆집 청년이 가리킨 방향, 어떤 이가 현란한 가위질로 나무를 베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가위와 나무에 상처를 내는 중이었다.


"이 마을 나무를 다 다듬어야 이승으로 내려갈 수 있다고 해서, 화가 난 건지 나무를 베고 계세요."


고작 가위로 퍽이나 다 벨 수 있겠다. 저건 그냥 생채기 정도만 날 건데, 왜 저래?

실소가 터질 정도로 한심해 보였는데, 그것도 잠시, 뒤로 펼쳐진 무자비하게 쓰러진 나무들이 눈에 들어왔다.


"말려야 할 거 같죠?"

"네?"


극 E의 청년은 외향적인 걸 넘어서 오지랖인 것 같다. 가위로 나무를 베느라 손에 피가 흥건한 소위 '미친 사람'을 말리러 가겠다니.

극 I의 나는 내향적임에도 불구하고 생전 안 떨어본 오지랖을 부려야 할 것 같다. 왠지 이 청년, 여기서 죽을 거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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