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달랐던

9화

by 글한송이

"아저씨! 그러다가 손이 먼저 싹둑 잘리겠어요!"


가위를 쥔 손에서 점성 있는 핏물이 팔꿈치를 타고 흐르다, 바닥으로 힘없이 툭툭 떨어졌다. 아저씨는 아랑곳 않고 나무를 퍽퍽 내려치다가, 사정없이 긁었다. 청년은 겁도 없이 아저씨에게로 다가갔다.


"오지 마!"


소리가 얼마나 우렁찼는지, 조심스럽게 뒤따라가던 나도 우뚝 자리에 멈췄다. 순간이 고요했다. 수군대던 구경꾼들도, 지붕에 앉아 지저귀던 새들도, 따뜻하냐고 물어보듯이 쨍쨍한 햇살도 일시정지였다.


"오지 마라. 피 보기 싫으면."


"음... 이미 봤는데요?"


황당함에 콧구멍이 들썩였다. 협박하는 사람한테 말장난이라니, 제정신인가?

심리 분석 동아리를 만들고, 심리와 관련된 책 중 범죄 인질극을 상당히 읽어봤다고 자신할 수 있는 나로서는 청년의 태도가 사태를 악화시키리란 걸 예상할 수밖에 없었다.


"꺼져. 난 이걸 다 베어야 이승으로 돌아갈 수 있응께, 막지 말란 말여."


반항이 아니었다. 미치광이 아저씨는 정말 가위로 나무를 베기 위해 저 난리를 치고 있었던 거였다. 대체 왜? 머리가 아픈 거야 아님 마음이 뒤틀린 거야? 굳이 다쳐가면서까지 저럴 필요가 있느냐는 말이다. 이 마을은 없는 게 없다. 다른 색 펜이 필요하다고 생각만 해도 옆에 다양한 색상의 펜이 짜잔-등장하는 곳이다. 아저씨도 마찬가지일 거다. 기계고 도끼고 다 구할 수 있다. 근데 대체 왜?


"아저씨, 힘이 없어서 저 기계들 못 들어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힘 부족이나 체력 미달은 아닐 게 뻔한데도 청년은 가능성이 없는 말들만 내뱉었다. 의도적인 말이기를 바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내가 따라 나온 목적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함일 뿐, 아저씨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기 때문이다.


"꺼지란 말 못 들었어!? 너도 뒤지고 싶은겨?"


모든 말에는 의미가 담겨있다. 의도는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의미는 결국 하나로 통한다. 아저씨의 흐르는 피가, 눈물로 보였다. '너도'. 아저씨의 내면에 깊은 상처가 어렴풋이 들어왔다.


"전 이미 뒤져서 여기 왔잖아요. 걱정 마세요. 다치기야 하겠지만, 죽진 않을 테니까."


시종일관 꺄르르 환한 미소로 대답하는 청년 효과인지 아저씨는 가위로 위협하던 손을 툭- 힘 없이 떨어뜨렸다. 청년이 다정한 발걸음으로 아저씨 코앞까지 향했다.


"가위는 저 주시고."


가위는 쉽게 청년의 손으로 넘어왔다.


"제가 아는 예쁜 언덕 있는데, 거기 가서 커피 마셔요, 우리."


커피 홍보대사 하다가 온 건가. 저 멘트는 여기저기 다 쓰이는 흔하디 흔한 멘트였던가. 첫사랑과의 첫 만남을 떠올리게 만든 추억 돋는 대사라서 이끌렸던 내가 멍청한 사람으로 느껴졌다.


"같이 가죠! 둘보단 셋이 재밌으니까!"


따라오라는 눈짓. 됐네요-거절할 생각이었지만 미치광이를 진정시키고 어디론가 자리를 뜨는 청년을 보면서 다시 쑥덕거리는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에라이.

수 백명의 눈알을 피해 집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세 명이 낫겠다 싶어 헐레벌떡 걸음을 옮겼다.



















작가의 이전글우리는 달팽이, 거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