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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한송이 Aug 18. 2023

세잎클로버의 꽃말

24화

홀수와 짝수 중에서 우리는 대개 짝수에 안정감이 들곤 한다.

사람을 뜻하는 한자 人 역시 두 사람이 기댄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배웠다.

교실 앉을 때도 짝이 늘 있었다.

혼자 사는 삼촌은 할머니에게 늘 아픈 손가락이었다.

그런데도 아이러니하게, 네잎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다.

행운이 얼마나 랜덤성이 강한데, 불안정의 끝판왕이 '행운'이라는 희망고문 아닌가.

반대로 세잎클로버의 꽃말이 행복이다.

앞니가 빠진 듯한 심심한 세잎클로버가 말이다.


어쩌면 행복은 어딘가 비어 있어야 느낄 수 있는 걸까.

완벽한 행복이란 없는 건가.

엉성하게 벌어진 이파리처럼, 어딘가 허한 삶은 곧 행복인가.


친구를 잘 타일렀고, 

똑똑한 그들은 다시 주어진 삶을 멋들어지게 살 것임을 알 수 있다.

세상에 홀로 남은 아내에게 돌아간 아저씨도 다시는 후회할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근데 왜 뭐가 자꾸 찜찜하냐고.


오랜만에 고민이라는 걸 좀 해보기로 하자.

침대에서 벗어나 의자에 앉아 책상 위에 놓인 종이에 뭔가를 끄적여본다.


나에게 편지를 썼을 때, 찢어지는 고통을 경험했다.

동생에게 보낸 뒤엔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지만 고통까진 없었다.

나보다 먼저 이곳 생활을 경험했을 

첫사랑과 친구에게 진심을 전한 뒤엔 마음이 편안했다.


이번에 김이한한테는 말로 대신하긴 했지만,

편지보다 더 강렬한 마음이 전달된 건지 컨디션이 최상이다.


어라.

뭔가 이상한데.

옆집 청년을 위해서 신원미상인 누군가한테 글을 끄적였다가 기절했어.

반항했을 때도 쓰러졌고.

근데 죽은 사람들한테 썼거나,

여기 있는 이들한테로 마음이 향하면 멀쩡해.

아니, 오히려 더 좋아졌지.


가만.


확실하진 않지만, 뭔가 맞춰진 기분이었다.

아직 비어있는 퍼즐 조각을 찾아보려고 옆집으로 향했다.


"저기요!"


문이 열렸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표정으로 선 청년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설명할 수 없는 비밀을 풀어낸 것처럼 들뜨고 설렜다.


"네."


아, 찜찜한 게 이 사람 때문이었구나.


'우리'라는 바운더리에 포함되지 않은 옆집 청년은

한 겨울 냉동고보다 시린 눈빛으로 나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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