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한국말 잘해?

어디에 있어요?

by 글한송이

MBTI 검사가 유행인가 봐요. 여기저기서 링크를 보내줘서 해봤더니 INTJ라는 결과가 뜨더라고요. 행동과 사고가 독창적이고, 독립적이고 단호하다죠. 또 정리 정돈이 안 되어 있으면 못 참는다고 해요. 그런가 보다 하다가 이 부분에서 멈칫했어요. 제가 늘 입에 달고 사는 말이, "내 거 본 사람? 엄마, 이거 어디에 있어요?" 거든요. 대체 어디다 뒀는지 기억이 안 나요. 늘 놓던 데에다 놓으라는 가족들의 말도 그때뿐이니, 죄송스럽네요. 그런데, 움직일 수 없는 것들도 어디 있었나 위치가 가물가물할 때가 있어요. 예를 들면, 길 찾을 때요. 어제 분명히 왼편에 있었던 은행이 오늘은 왜 오른쪽에 있는 거지 당황하는 것도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런 제가, 관광객이 찾는 관광지 위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걸까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자기 자신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어휘를 학습할 때 집중력은 십분 발휘됩니다. 위치와 관련된 단어 학습이 그러한데요, 아무래도 여기저기 찾아다닐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한 번 가 보면 훨씬 잘 기억에 남을 테니까요. '한국에 올 때 비행기를 타고 왔어요. 어디서 내렸어요?' 라며 '공항'을 설명할 수도 있고, '여러분이 공부하고 있는 여기는 어디예요?' 하며 현재 우리가 학습하고 있는 장소를 가르쳐줄 수도 있겠죠. 또 슈퍼마켓, 병원, 약국, 은행, 미용실, 그리고 대사관까지 학생이 한국에서 지내면서 눈여겨봐야 하는 곳들을 위주로 쭉쭉 뻗어나가면 좋을 거예요. 관광객이면 몰라도, 한국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친구들이면, 생활하는 데 필요한 곳들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서, 앞/뒤/옆/안/아래/밑/위 등 위치 표현도 배워야겠죠? 이 표현들로 게임도 가능해요. 지도에 여러 건물들을 그려놓고, 캐릭터가 찾아갈 수 있게끔 하는 거예요. 다들 금방 익힐 수 있어서 어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쉬워서 지루해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한 학습자는 인형 뽑기를 하면서 위치 어휘를 완벽히 마스터했다고 하더라고요. 말 그대로, 놀면서 배운 유형인데, 가장 좋은 학습법이지 않았을까 싶네요.


여기가 어디예요? 여기가/여기는 N이에요/예요


N에 있어요/없어요


개인적으로 문법으로 언어를 공부하는 게 반갑지만은 않아요. 학교에서의 수업을 떠올려 보세요. 영어도 골치 아팠는데, 국어는 더 복잡하지 않았나요? 물론,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가 구개음화니 사잇소리 현상이니 이런 어려운 용어를 읊어가며 공부하는 건 아니지만, 어려운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데엔 문법이라는 단어가 한몫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고 아예 배제할 수만은 없겠죠. 과하지 않고 또 부족하지 않은, 적당히가 가장 애매모호한 기준일 거예요. 그래서 저는 규칙을 설명하고 암기하게 하기보다는, 단어만 바꿔서 여러 문장을 제시해준 다음에 학생들이 직접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선호해요. 영어를 쉐도잉으로 공부해 버릇해서 그런 건지 몰라도, 자기 주도적 학습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주장하는 쪽이라서요. 물론 너무 답답할 땐 그냥 머리에 집어넣어버릴 때도 있지만, 앞서 말했듯이 전 INTJ니까요. 하하.


말하기


어느 정도 학습이 되면, 학습자들은 알아서 다음 부분으로 넘어가길 기다립니다. 간혹 성미 급한 친구는 미리 예습도 하곤 해요. 선생님의 입장에선 예습 복습에 철저한 친구들이 그렇게 예쁘죠. 진도도 빨리 나갈 수 있고, 이런 경우에 학습률이 높아져서 수업에 활기가 돋거든요. 저도 열정적인 학생 덕에 수월하게 이 부분을 지나갔던 기억이 있어요. 지난 시간에 배운 'N에 가요'와 오늘 앞 시간에 배운 위치 표현을 합쳐서 문법과 말하기를 한 번에 잡았거든요. '어디에 가요?'라고 물으면 'N에 가요'하고 대답하는 간단한 대화지만, 우리 영어 처음 배울 때 'where are you going?' 뒤에 오는 말로 'I go -' 장소 넣는 거 했었잖아요. 이걸 스스로 해낸다는 건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거든요. 심지어 아까 배운 어휘를 적용 및 활용하는 거기 때문에 복습 효과도 있고요. 그렇다고 모두가 열정적인 것만은 아니에요. 잘 해내는 친구들과 다소 뒤처지는 친구들의 중간쯤 속도에 맞춰서 이끌어나가시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게임을 수업 과정에 넣는 것도 있어요. 교실에 무엇이 있는지 맞히기 게임이라든지, 집에 무엇이 있는지 소개하는 것들이 있겠죠?


서울대한국어 Student's Book 1A 4과 '어디에 있어요?' p115


위 그림은 서울대한국어 Student's Book 1A에서 발췌한 지도 그림이에요. 이런 자료들이 분명 인터넷 상으로도 많이 올라와 있으니까 참고해서 강의 교안 작성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한창 강사로 근무했을 때엔 사측에서 자료를 제공해줘서 책이 필요 없었지만, 따로 공부할 땐 한 권 정도 있는 게 좋겠다 싶어서 서울대한국어 교재를 세트로 구매했거든요. 실습 때에도 필요했고, 주어진 자료 외에 필요한 부분을 공부한다거나 참고할 때 유용한 부분이 분명 있어서 한두 권 소장하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참고로 고급 단계는 이화 한국어를 활용하고 있어요.


이번 강의는 말하기도 중요하지만 듣기도 놓치면 안 되는 부분이었어요. 위치를 물었는데, 알아듣지 못하면 물으나 마나 소용이 없으니까요. 학생들끼리 묻고 답하는 것도 충분한 반복 학습이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원어민인 선생님께서 반드시 원래 속도로 말씀하셔서 실제 상황에서 잘 수행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셔야 합니다. 수업시간에 아무리 잘 따라오는 학생도 현장에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거든요. 더군다나 아직 초급이니까 많이 많이 신경 써주세요. 수업을 마치면서 마지막은 보통 쓰기 활동으로 마무리하는데, 이번 주제 때 저는 보통 편지를 써왔어요. 가족이나 친구, 편지를 쓰고 싶은 대상 아무나 정해서 오늘 배운 표현을 적용할 수 있게 말이에요. 나는 어디에서 지내고 있고, 집엔 무엇이 있는지, 어디에서 공부를 하고, 어디 어디 다녀왔는지 등 이것저것 적다 보면 A4용지를 금세 채우더라고요. 즐겁게 자랑하듯 글자를 적어 내려 갈 줄 알았는데 간혹 부모님이 그리워 눈물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젠 당황하지 않고 위로하며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나름의 노하우가 생겨서, 앞으로도 편지 쓰기 활동은 활용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한국 문화 체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책을 덮습니다.


비 소식도 드문드문 이어지고, 폭염 주의하랴, 코로나 때문에 신경 곤두세우느라 고생 많으시죠. 공기 중으로도 전파가 된다고 하니 무서워서 집에만 박혀 있는 나날이 길어지고 있어요. 인적 드문 공원에서 잠깐잠깐 산책하면서 작은 여유를 즐기는 정도로만 외출하게 되니, 마음도 답답해지고요. 주말 약속도 못 잡으니 말이에요. 그래도, 기운 내서 다 함께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파이팅입니다:)




*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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