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으)세요, N개, N도
여행 좋아하세요? 저는 좋아하다 못해 사랑해요. 3년을 연달아 유럽에 다녀올 정도로요. 국내 여행도 간간이 다녔습니다만, 기간이 비교적 짧아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소풍처럼 느껴져요. 기차 여행도 좋지만, 비행기를 탈 때의 그 설렘은 비할 데가 없거든요. 첫 해외는 호주였는데, 그땐 고등학생 때 학교랑 MOU를 체결한 학교에 교환학생 개념으로 갔었죠. 재작년엔 제 버디였던 친구들이 한국으로 놀러 오기도 했어요. 비록 남산 한 번 다녀온 게 전부지만, 즐거웠어요. 남산 기념품 가게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던 친구들 중 하나가 "How can I ask 'how much is it' in Korean?"하고 묻는 거예요. 그리곤 곧잘 따라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건 얼마예요?"라는 문장이요.
사실 학습자의 경우 아무리 초급이라지만, 이런 기초 회화는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가 가격 묻는 표현을 영어로 알듯이 말이에요. 공부를 목적으로 한국에 왔다고 한들, 공부만 할 순 없으니까요. 그리고 우리나라에 관심이 많아서 가족들 품을 떠나 오는 경우가 많아서 쉬워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우리에겐 어휘와 문법이라는 거대 장벽이 남아 있죠. 얼마인지 묻는다면 당연히 구매하고자 하는 물건의 명칭도 알아야 하고, 숫자와 금액, 돈을 세는 단위도 필수예요. 특히 숫자와 화폐단위는 어려움을 크게 느끼는 부분이니, 확실한 지도가 필요합니다. 저는 직접 동전까지 챙겨 갔었어요. 10원, 50원, 100원, 500원까지요. 저도 1원은 본 적이 없어서 이 부분은 인터넷을 활용하시면 좋을 것 같죠?
해외 학교를 다니는 걸 콘셉트로 한 예능 프로그램을 본 기억이 있는데, 수업시간에 화폐를 상징하는 건물, 인물에 대해 공부하며 문화와 역사를 함께 익히는 게 새롭고 또 바람직해 보였어요. 한국어 수업 시간이라고 해서 반드시 어휘, 문법, 말하기, 듣기, 쓰기 등등 기술적인 것들로만 한정되는 건 아니에요.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한국어 교원의 덕목이라고 배웠거든요. 다만, 초급이기 때문에 이번엔 그냥 넘어가는 것뿐이죠. 중급 중에서도 상급인 학습자들, 그리고 고급반의 경우엔 다뤄주시는 것도 좋겠단 생각이 드네요. 우선은, 숫자 세기부터 제대로 해야죠!
다양한 그림 카드를 준비해서 어휘를 확장시켜주는 것도 놓치면 안 되는 부분이에요. 얼마냐고 물어볼 수 있는 거라면 뭐든 괜찮아요. 그렇지만 저는 뒤에 이어질 내용까지 고려해서 음식으로 주제를 한정했습니다. 개수를 세는 단위를 배울 때 '연필 한 자루'같은 부분까지 얘기했다간 한도 끝도 없어지거든요. 가끔 친구끼리 서로를 가리키면서 너는 얼마냐며 장난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럴 땐 각자에게 가격을 매겨보라고 시키죠. 아직 억, 조 단위는 알지 못해서 본인들이 아는 범위 내에서 이야기를 하는데, 전 그럴 때 덧붙여 설명했어요. 그게 아니라면 굳이 더 나아가진 않았답니다. 그저 어떤 식으로 뻗어나가는지 스쳐가듯 언급하거나, 자료를 프린트해 주는 게 다였어요. 교원의 개인적 기준, 가치관에 따라 유동적인 부분이니 제가 정답이라는 건 절대 아니에요.
음식점에 가서 주문을 하는 것까지 문법과 말하기로 묶어서 교안을 만드실 수 있어요. 보통 식당에 들어가면 직원분들께서 하는 말들 있죠. 어서 오세요-하고요. 그리고 어디에 앉아도 될지 안내를 해주십니다. 그리고 메뉴판을 보면서 주문을 진행하죠. 저라면 오늘처럼 비 오는 날엔 라면 한 그릇 주세요-할 것 같아요. 우리나라 사람들도 엄격히 구분 지어서 그릇, 잔, 병이라는 단위를 쓰진 않아요. 그냥 커피 하나, 컵 두 개, 이렇게 말하기도 하니까요. 그렇다고 우리가 몰라서 그런 건 아니죠. 공식적인 자리에서까지 비격식체를 사용하진 않으니까요. 이런 점도 분명히 해야 학생들이 헷갈리지 않겠지 싶어 꼼꼼히 확인하는 편이에요. 초반에 습관을 잘못 들이면 이거 나중에 정말 골치 아파지거든요. 그러니까 N 개, N잔, N그릇 등 다양한 단위들을 소개하고 연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좋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다음에, 가격을 묻는 표현을 배웁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죠. N은 얼마인지, 개수에 따른 가격 변동, 다른 N은 얼마인지도 확인하는 것까지요. 사실 대형 마트를 가면 이런 절차가 불필요하죠. 그런데 생각보다 시장을 찾는 학생들도 있더라고요. 제가 지도했던 중국인 학생은 고향 분위기와 비슷한 시장이 훨씬 정겹다는 이유로 마트를 꺼려했어요. 또 시장 아주머니들께서 값도 잘 깎아주신다더라고요. 전 국내 여행을 하면서 그 지역의 분위기를 느껴보기 위해, 혹은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려다가 간 것 말고는 시장 경험이 별로 없거든요. 주변 친구들이 서울 촌놈이니 뭐니 하는데, 인정하고 들어가는 부분이랍니다. 하하. 그래서 이런 표현을 알려주면 꽤 반가워해요. 그러니까 빼놓지 말고 짚고 넘어가 주세요! 아참, 알고 계시겠지만, 지난번 언급했던 대로 저는 서울대 한국어 교재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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