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의 몸은 절대 나을 수 없다.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신체 기능은 더는 악화되지 않을 정도로만 유지가 가능할 뿐, 그조차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수술을 한다면 평생 갈비뼈 하나 없는 채로 전보다 덜한 고통을 안게 되고, 수술을 하지 않는다면 지금과 똑같이 매일을 괴로워해야 한다. 이런 경우 대개는 수술을 추천하겠지만, 나는 감히 그럴 수가 없다. 폐식도 외과(전 흉부외과) 측에서 말하기를, 장장 10시간이 걸리는 대수술이며 송이처럼 기초체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 사망에 이를 확률이 높단다.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끔찍한 나날을 보내기 바라는 이기적인 생각에 동의하는 환자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의사라니. 의사는 냉정하고 이성적인 사고 판단을 할 거라는 일반적인 관념은 편견이다. 나는 예외인 사람이니까.
"빠른 시일 내에 생각하는 대로 글이 써지는 인공지능이 개발됐음 좋겠다. 나 같은 사람도 힘낼 수 있게."
나도 내가 이토록 감성적임을 이제야 알았다. 말하지 않아도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길 줄 아는 완벽한 남자라고 믿고 싶었던 유시환이 미처 인지하지 못한 부분 때문에 또다시 구급차에 실려 들어오는 송이를 보기 전까진 이성의 끈을 놓지 않았다. 고작 그딴 소리나 하려고 그날 차에서 내려 그에게로 간 거냐고 따졌다. 통증을 달고 살면서, 입에 붙은 망할 괜찮다는 대답을 위해서 깨문 입술에 난 흉터가 자랑스럽냐고 흉봤다. 몸이 편해야 마음이 편해진다고,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고, 다 그만두라고 화를 냈다. 하지만 이 모든 울분은 송이의 환한 미소에 또다시 무너지고 말았다. 나와 닮은 줄만 알았던 송이는, 마음이 편해야 몸이 편해지는, 나와는 완전히 다른 친구였다.
"나 행복해, 오빠."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있으면서 행복하다는 여인에게 저주를 퍼부을 남자가 몇이나 있을까. 너는 늘 나를 무력화시키는구나. 어떻게 해야 내가 단념할지 다 아는 거야. 착하기도 하지. 나를 거절하는 데에 있어서 들어가는 용기는 늘 네가 내고 있었어.
"시환 씨가 깰까 봐 뼈가 갈리는 고통을 숨죽여 참아가면서도 실실 웃어. 가끔은 미친 게 아닐까 싶기도 해."
처음 만났을 때의 그 환하고 맑은 미소가 얼굴에 만연했다. 심장은 덜컥 떨어지는 기분이었지만, 더는 떼를 쓸 수 없었다. 송이에게선 빛이 났다.
"잠이 너무 안 와서 달빛에 반짝이는 시환 씨를 보고 있으면, 그 순간은 아픈 것도 다 사라져. 신기하지?"
달빛이 아닐 거야. 달은 애초에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덩어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거든. 태양이 내뿜는 열을 반사하는 게 할 줄 아는 전부지. 그러니까 유시환한테서 빛을 봤다면, 그건 네가 가지고 있는 반짝임이 반사되는 걸 보고 착각한 거야. 다 말해주고 싶었다. 본인이 얼마나 강한지, 아름다움을 정의 내리는 인명 명사에 딱 들어맞는다는 것을, 사실은 태양보다 뜨겁고 달보다 은은한 사람임을. 거듭된 생각은 나를 평온하게 만들었다. 오랜 시간 사랑해온 송이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접자 놀랍게도 편안했다. 유시환을 미워하던 마음도, 송이의 판단력을 원망하던 유치함도 아예 존재조차 않았던 것처럼 휘발되었다.
"쉬고 있어. 보호자 오면, 그때 다시 올게."
유시환을, 송이의 보호자로 인정하기로 했다.
송이 옆에 있어야 할 사람이 나를 따라와 저 힘든 사정을 속속들이 털어놓는데도 한심하기는커녕 돕고 싶었다. 미우나 고우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친동생의 건강을 염려하는 오빠의 마음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아픈 건 유시환 씨가 아니라 송이예요. 앞으로 상황은 더 낙관할 수 없을 테고. 겁 나면 물러나세요. 애한테 더 상처주지 마시고. 그게 아니면, 마음 굳게 잡으세요. 검사도 만만치 않습니다. 자기 몸 가누기도 어려운 송이한테 칭얼대는 것만큼 이기적인 일도 없을 테니. 의사와 보호자로서 대화는 이걸로 끝입니다. 다음부턴 남자 대 남자예요. 난 여전히 송이 뒤에 있으니까."
나에게 하는 말과도 같았다. 칭얼댔던 스스로에게 곤장을 몇 대 때렸다. 마지막 말은, 이젠 진심이 아니었다. 조금도 사심이 섞이지 않았다. 깔끔하게, 포기했다. 그럼에도 굳이 언급한 이유는, 눈앞에 있는 송이의 보호자가 조금은 긴장을 하기를 바라는 심술궂은 장난에서. 송이에게로 돌아가는 그를 보고 있자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응. 송이의 행복을 위해서. 두 사람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