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한글과 한국어
때는 바야흐로 1443년, 조선의 제4대 왕 이도, 세종대왕은 한글을 창제합니다. 3년 후, 1446년에는, 한글의 창제 목적과 원리, 용법을 담은 훈민정음을 반포하죠. 문자에 대한 해설서를 편찬한 것은 우리 민족이 유일할 거예요. 그 우수함을 인정받아 1997년 UNESCO 세계 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니까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초등교육 6년, 중등교육 3년, 고등교육 3년을 잘 헤쳐 나왔다면,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에요. 지배계층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문자 생활에 피지배계층들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만들고, 문맹률을 낮추어 정치적 상황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한글을 만든 목적도 말이죠. 그런데, 제자 원리는 조금 복잡합니다. 하늘, 땅, 인간을 형상화하고, 이들을 조합하는 모음과, 발음 기관의 모양을 본떠 획을 더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자음이라니. 분명히 국어 시간에 배웠는데, 기억을 되짚어보려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네요. 자음과 모음은 각각 19개, 21개로 모두 40개이며, 모음, 자음+모음, 모음+모음, 자음+모음+자음 구성으로 이루어졌다... 모음에는 단모음, 장모음 이중 모음이 있고... 이외에 된소리, 사잇소리 등등... 이런 거 몰라도 대화하는 데 아무런 문제없는데, 대체 왜 배운 걸까요? 실생활에 아무런 쓸모도 없는 문'법'을요.
2019년 봄,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를 찾았습니다.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함이었어요. 한국 사람들 말고, 외국인한테요. 물론 이들에게 한글의 기원이나 원리를 설명하진 않아요. 해도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는 정도겠지요. 우리가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를 공부할 때를 생각해보세요. 알파벳이 왜 이렇게 생겼는지, 획은 어떻게 그어야 하는지 물어본 적도 없었던 거 같아요. 한글은 음절 단위로 쓰는 반면, 영어는 병렬식으로 쓴다는 것조차 자연스럽게 익히지, 그걸 특징이라며 한 시간 수업료를 내고 학습하지 않잖아요.
분명히, 학생들 중에는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알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당황스럽기도 해요.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학자들에 의해 독창성, 과학성, 효율성, 체계성을 인정받는 글자이지만, 정작 전, 고마움을 잊고 살았거든요. 열의가 대단한 학생들을 마주할 때면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해서 감사하다고 느낀 건, 10월 9일 한글날밖에 없었던 지난날이 부끄러워져요. 그래서, 누군가가 제게 한글과 한국어에 대해 질문을 해온다면, 막힘없이 술술 이야기해주기 위해서 이렇게 글로 적어두려 해요.
앞서 말했다시피, 한글은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쓰는 방식은 조합이에요. 모음, 자음과 모음, 모음과 자음, 자음과 모음 그리고 또 자음. 그런데 여기엔 규칙이 숨어 있어요. 어떤 모음을 쓰느냐에 따라 자음이 왼쪽으로 가야 하는지, 오른쪽으로 가야 하는지, 위에 쓰이는지, 아래에 쓰이는지 위치가 바뀌거든요. 대표적으로 'ㅏ,ㅓ,ㅣ'는 왼쪽에 자음을 써야 합니다. 그렇게 예를 들면 '가, 거, 기'가 되겠죠. 모음 'ㅗ,ㅜ,ㅡ'는 자음을 위치시켜 '고, 구, 그'를 만들 수 있어요. 그러면, 모음 'ㅔ'는요? 당연히 왼쪽에 자음을 써야 해요. 세상 어디에도 'ㅔㄱ'라는 한글은 없으니까요.
'ㅇ'은 받침으로 쓰일 땐 자음 처리가 되지만, 그렇지 않을 땐 묵음으로 모음으로 생각하시는 게 좋아요. 다시 볼게요. 'ㅏ'는 '아'라고 읽죠. 'ㅓ'는 '어'라고 읽어오. 'ㅇ'이 있건 없건, 똑같이 발음하고요. 영어에서는 알파벳 'Y'가 자음이 됐다가 모음이 됐다가 한다는데, 우리에겐 귀엽고 동글동글한 'ㅇ'이 있었네요.
대학교를 졸업할 때, 대학원에 입학할 때, 취직을 준비하면서 반드시 필요한 어학 시험에는 대표적으로 TOEIC을 제시할 수 있는데요, 한국어도 마찬가지예요. TOPIK(Test of Proficiency in Korean)은 총 6단계로 1,2급은 초급자, 3,4급은 중급자, 5,6급은 고급 학습자로 분류되어 시험을 치릅니다. 어학당에선 6급 이상 수강생만을 위한 수업도 따로 개설되기도 해요. 고급 학습자의 경우 한국인과 시사, 사회, 경제,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주제로 심도 있는 대화가 가능할 정도죠. 전 매일경제에서 주최하는 매경 test를 학점 때문에 반강제적으로 공부해 우수자 성적을 받은 적이 있지만, 점수를 위한 공부를 했기 때문인지, 한국 경제를 바탕으로 한 질문이 들어오면 입을 꾹 다문답니다. 한국어 선생님이 되려면, 다양한 분야에 지식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돌발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대답해줄 수 있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전, 한 뻔뻔하니까, 늘 이렇게 대답해요. "다음 시간에 알려줄게요!"
초급 학습자들은 한글 자모음부터 배우고 읽는 방법까지 읽힙니다. 오래 걸릴 거 같은데, 생각보다 빨리 습득해요. 세 시간 정도면 느리더라도 읽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더라고요. 물론 어려운 용어는 생략하죠. 지금은 말 그대로 한글을 익힐 때니까요. 이제 막 옹알이를 떼고 말을 하려 하는 아기처럼, 그림과 글자를 연결시켜 연상 암기가 가능하도록 돕는 정도로 첫 수업을 진행해요. 기본적인 구조를 깨닫게 되면, 그때부터 회화를 학습하고요. 한국 영어의 최대 문제점이 듣고 읽는 데에 맞춰져 회화가 되지 않는다는 거잖아요. 알파벳을 떼고 단어만 죽어라 외우고, 문법만 미치도록 익히다가 말이에요. 외국인들은 한글 공부를 뗐으면, 한국어로 넘어갑니다. 한국어 교원되기, 다음 시간부터 본격적으로 '인사'와 함께 시작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