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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정 Nov 20. 2018

임신과 밀땅사이, 임신인 듯 임신 아닌 임신같은 너

임신확인, '축하합니다 임신입니다! 짝짝짝'은 환상

어느날부터 시작된 무기력의 끝판왕! 호기롭게 시작한 나의 모든 계획들이 이번주 들어서자마자 도미노처럼 하나둘 무너지기 시작한다. '아아~ 나는 이리도 게으름뱅이였던가. 나의 의지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단말인가!' 이렇게 나는 몸의 이상함을 감지했다.


내 탓인지 니 탓인지(?) 옆집 탓인지(??) 모를 갑자기 나를 찾아온 무기력과 쏟아지는 잠은 이렇게 바쁜 시대를 살아가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맞지 않다며 나 자신을 자책했고, 다시 근면 성실을 위해 채찍질을 해보았지만 채찍질을 하는 도중에도 잠이 드는 수준에 이르렀기에 보통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아아, 이렇게 나는 사회에서 낙오자가 되는것인가! 나의 게으름이 드디어 나를 먹어버렸다!!!! 으악!!' 그렇게 우울의 늪으로 발을 담그려 하는 그 와중 머리를 지나치는 한가지 '혹시 이거...임신아니야?'




워낙 생리전 증후군을 극심한 잠과 우울함으로 맞이하는 1인이지만, '이건 좀 심할 정도로 잔다'라는 판단에 혹시 몰라 동네에 있는 약국으로 뛰어갔다. '좀 어른스럽게 하고 갈걸...' 애마냥 모자하나 눌러쓰고 아빠 사이즈 반팔티에 남편 운동 반바지를 몰래 훔쳐입고 있다가 급히 나간거라, 동네 철없는 백수 행색으로 나가서 임신 테스트기를 2개를 달라고 하니 내 자신이 조금 부끄러웠지만 지금 그걸 신경쓸때가 아니었다. 계산이 끝나고, 약사님이 봉투에 싸드릴까요라는 말을 하려는 순간에 "봉ㅌ...?"까지 듣자마자 독수리마냥 임신테스트기 두개를 채서 "안녕히계세요~"라는 말을 날리면서 집으로 냅다 달려왔다.


두근두근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 게으른 사람인 것인가 아니면, 임신에 의해 호르몬 변화로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던 것인가.

나를 평가하는 마음으로 테스트를 시작했는데 이게 왠 걸?

뭐지...? 이..이건..한줄이다!

그렇게 테스트의 결과는 나의 게으름을 확인시켜줬고 그 와중 또 소파에 누워 잠든 나를 다시한번 자책하며 일어나 테스트 결과물을 치우려 다가가는데 뭔가 이상했다. 아주 가늘고 희미한 한줄이 더해져 두줄로 만들어져있었다.

이건 또 뭐지...? 두..두줄인건가?

이건 나에게 혼란스러운 결과였다.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 앞에 확신을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 임신 테스트기 왼쪽의 희미한 선은 무엇인가. 이 희미한 선은 왜 처음부터 나오질 않았는가. 왜 결과가 분단위로 다른것인가. 어떤 결과가 참인 것인가. 그렇게 포장을 뜯어냄과 동시에 쓰레기통으로 직행한 설명서를 찾기 시작했다. 하필 버릇처럼 4등분으로 찢어 버린 설명서 종이는 퍼즐놀이마냥 다시 제자리를 찾아 나에게 안내를 해줬다. 아! 바로 보는게 아니고 3~5분 이상은 지난 뒤에 봐야하는구나 그럼 맞는건가? 희미한 선도 어쨌든 선인거지? 그럼 왜 선이 희미한거지? 안되겠다 싶어 바로 산부인과에 전화했다.


아, 물론 답변은 "내원해서 확인하세요!"




약국에서의 샤이함(?)을 피하기 위해 어른스러운 옷(?)으로 갈아입은 뒤 산부인과에 도착했다. 간호 선생님은 "소변 검사는 방금 하고 오셨다고 하시고, 아직 생리 시작일 전이라 초음파가 안보일 수도 있는데 일단 진행해서 안보이면 혈액검사를 같이 하는 거 어떠실까요?" "네네 좋아요 좋아요 다  좋아요~" 그렇게 도착하자마자 초음파 검사를 시작했고 역시나 아기가 보이지 않아 혈액검사로 넘어갔다. 혈액 검사 결과는 보통 오전에 오시면 저녁에 나오는데, 오늘 저녁에 방문하셨기 때문에 내일 오후에 결과 나올거에요, 개인 정보 보호 때문이니 내일 전화드리면 내원하셔서 직접 결과를 들으셔야 해요. "(아...내일 또..)..네!" 내가 생각한 "축하합니다 임신이네요"의 시나리오가 아님에 약간 당황하면서 임신 테스트기 궁금증에 대해 물었다. "테스트 할 때 임신선이 희미하게 나오던데 왜 그런거에요?" "아, 그건 호르몬이 아직은 약해서 그런거에요" 대답을 들은 나는 산부인과에서 나오면서 신랑에게 전화했다. "오빠, 임신인 것 같은데 임신이 아닐지도 몰라" "읭?" 이건 마치, 임신인 듯 임신아닌 임신같은 너처럼 썸을 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다음날 결과가 나왔다는 전화를 받고 또 다시 방문 어게인. "혈액 검사 결과는 임신이네요. 근데 초음파를 봐서 착상이 정상적으로 된건지, 자궁외 임신은 아닌지 확인을 해봐야해서 임신 확인증은 아직 발급되지 않습니다. 다음주에 다시 내원하셔서 초음파 확인하세요"


그렇게 다음날도 난,

임신인 듯 임신 아닌 임신같은 너 처럼 또 다시 썸을 탔다.




⎮임신확인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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