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벌리는데는 선수

어린시절 별명이 걸어다니는 잡화상 일만 하네

by merry go round
한강나들이 상차림 하던 어느 날

천성이 이렇다

간소화해서 , 필요한것만, 작은 토트백에 , 이런게 전혀 안된다


어딜 가든 무엇을 하든 ,

절대 오늘 쓸 일이 없을 것들도 굳이 꾸역꾸역 쑤셔넣어 챙겨나온다


일을 하는 습관상 특히나 더 이러는 것이겠지만

실은 어린시절 별명이 걸어다니는 잡화상이었으니

이미 그 시절부터 말 다했다




명절연휴였고 , 한강에 뷰가 좋은 곳이 있다며

와인이나 한 잔 하자고 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명절인데도 일이 바빠 고향에 못갔을 터이니

전이나 좀 싸가서 나눠먹어야 겠다 한게 일을 이렇게 벌렸다



아빠의 낙지호롱 솜씨는 끝내주니까 몇 개만 싸가야지

그리고 생선전이랑_ 직접 만든 동그랑땡도 , 아 ! 산적꼬치도 싸가야지


가만, 그래도 와인마실건데, 이 양으로 되려나 .?

그래 멜론이 있었구나 그럼 조금 썰고 ..

어, 그럼 프로슈토도 있어야지


레드와인 마실건데, 고기는 ? 오리 있네 오리 .


이렇게 시작한게 샐러드도 담고, 치즈도 더 챙기고,

크래커에, 올리브에, 송편에 ,

또 이렇게 잔뜩잔뜩 터져라 가득 실어댔다



바닥이 차가울거라며 돗자리

편히 앉아서 먹자며 캠핑의자에 테이블에 밤엔 또 추울까봐 담요에.. 어두우면 안보일까봐 조명에..


아니, 나 어디 캠핑가나 ?


짐을 끝도없이 싸다보니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이 터졌다


한강에서의 상차림 . 심지어 커트러리, 냅킨까지 챙겨나왔다

만나기로한 한강의 어느 공원

먼저 도착한 일행이 주차장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이게 다 뭐야 ??? 푸핫 , 향아, 너 어디 이사가니??"

차에 한가득 실린 짐을 보며 일행들이 마구 웃었다



" 어쩔수 없었어요. 챙기다보니 왠지 다 있어야 할 것 같잖아요"

" 그래도 분명 어두워지면 잘 챙겨왔다 하실걸요 "


캠핑카트에 차에서 꺼낸 짐들을 주섬주섬 담아올리며

어디에다 자리를 펼까 이리저리 둘러보다 큰 나무 발견 !

나무 아래 자리잡고 짐들을 풀기 시작했다.


그나마도 신경쓴다고 울퉁불퉁한 바닥 때문에 엎을까 싶어, 와인잔은 스팀없는걸로 챙겼다

" 아 , 원래 내가 추천한 자리는 여기가 아닌데_ 이따가 내가 말한데 저어기 ,

사람들 일어나서 가면 저리로 옮기자! "


"이 짐들을 다 들고요...? 그게 되겠어요 ,?"


풀어도 풀어도 끝도 없는 짐들을 하나씩 차근히 정리해서

커다란 나무 밑에 등도 달고, 의자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았다.


그렇게 휘황찬란하게 펼쳐놓고 한 잔 하기 시작.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한번씩 쳐다보고 간다.


'우와 대박이다 장난아니야 멋져'

'아이고 가지가지한다 저걸 다 싸서 나온거야?'


들리는 이야기도 가지가지 .


이런 순간엔 음악이 또 빠질수 없다며

그새 난 또 가방에서 휴대용 스피커도 꺼냈다.


각자 좋아하는 추천곡을 돌려 틀어가며

재즈선율을 배경음악삼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니


이 자리에 이 멤버만으론 아쉬워,

집에서 쉬고있다는 사람도,

명절연휴에도 직원들 다 퇴근시키고 혼자 일하고 있다는 사람도

저어기 멀리 멀리 경기도 사는 사람까지 전화 해 가며

한 사람 한 사람 불러모으기 시작했다.



아 , 정말 너무 좋다

그쵸 ? 너무 좋죠 ?


자리가 너무 예쁘고 맘에 들다 보니

이렇게 바리바리 다 싸가지고 나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속으론 셀프 쓰담쓰담을 해주고 있었다.



해가 새 어두운 밤이 왔다

약간은 쌀쌀한 날씨에 취기는 쉬이 오르지 않았지만

왠지 이대로가 아쉬웠다.






" 자리났다 ! "

"네,? "

"아까 내가 말한 그 자리 ! 있던 사람들 갔어 지금 비어있어 ! 다른사람들이 차지하기 전에 얼른가자 !!! "


"... 이걸 다 들고.....?;;"





여기가 과연 한강이 맞나싶은 돌다리를 건너며



들고 옮겼다.


진짜 , 에이 ㅡ 설마 ? 진짜로 ? 를 외치다

일행 중 두 명이 들고 옮기기 시작했다


깔깔깔 웃음이 마구 터졌고 , 야밤 자전거를 타던 라이딩무리들과 , 산책나온 동네주민들과,

심지어 주인따라 산책나온 개 마저도 돌아보는 기분이었다 .


허나 이런것 쯤이야 ㅡ 남들 주목 받으며 일 벌리기 선수인 나는

오히려 살짝 흥분되며 기분이 업되어가고 있었다 .


그렇지 , 그렇게 좋다는데 이유가 있겠지 ~

여기까지 왔는데 , 바로 코 앞에 두고 안가보면 얼마나 아쉽겠어 ?




테이블 들고 나르는 일행들 뒤로

다시 또 주섬주섬 돗자리며, 담요를 캠핑카트에 쓸어담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그 뒤를 바짝 따라갔다.




" 같이가요 ㅡ !! "


그 요란을 떨며 옮긴 두번째 장소



사진으로 이 장소의 감탄이 반의 반 도 안 전해져서 너무나도 아쉽다.


정말이지, 끝내주는 장소였다 !!

와 , 정말 안 옮겼으면 아쉬워서 어쩔뻔했지 - ?


그 넓은 한강공원에서 , 적어도 이 자리만큼은 서울하늘아래가 아닌듯 했다.

사방의 네 둘레를 따라 물길이 졸졸 흐르는 소리가 들렸고,

몇 걸음 돌다리 건너 넘어왔을뿐인데, 고요하고 , 한적하고, 분위기가 있었다.




"여기, 정말 보물같은 곳이네요"

"절대 다른사람들한테 알려주지마 , 절대 알려주면 안되 ! "

" 큭, 알겠어요 . 절대 절대 ! 대신 다음에 다시 올 때도 꼭 이 일행들로 함께와요 "



절대 잊지못할, 절대 알려주고싶지않은 비밀의장소



일 벌리길 잘했다.


그저 돗자리만 챙겨왔더라면,

테이블과 캠핑의자를 챙기지 않았더라면 저 철봉같은 봉에 가려 이 야경을 다 즐기지 못했겠지.

담요를 안챙겼더라면, 밤에 추워서 저 늦은 밤까지 즐기지 못했겠지.

랜턴을 챙기지 않았더라면, 어둠속에서 불편함속에 핸드폰을 손에 들고 조명을 계속 켰어야 햇겠지.

스피커를 안챙겼더라면, 저 흐르는 강물소리에 재즈선율을 얹을수 없었겠지.

음식을 넉넉히 예쁘게 담아오지 않았더라면, 그저 배달음식이나 시켜서 먹었겠지.

연휴에 연락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멤버가 모일수도 없었을 거고, 그럼 이 모임도 생기지 못했겠지.



이 모든게 다 일 벌리기 좋아하는 내 탓, 아니 내 덕이다


덕분에 정말로 이 날을 계기로 우린 명절연휴마다 모임을 갖는다.

정말 평소 별로 친하게 지내지 못하는 먼 친척들인냥 , 명절연휴에 이렇게 모인다 .


이 모임이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와도 또 함께 할 자리를 만들고자

오늘도 난 요리책을 보며 요리할 목록을 주욱 적어내려간다.


이번엔 또 어디서 일을 벌릴까.

어떤 와인을 같이 곁들여보나.

누구에게 이 일벌리기를 시도해볼까

내가 조금 고생스럽지만, 누군가에게 또 다른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다면


꽤나 쓸모있는 성격인거 같다. 적어도 스스로 그렇게 생각이 드니 참 다행이지 않나 싶다.



* 낙지호롱 * (10개 분량)

재료 : 낙지, 참기름, 쯔유(혹은 간장), 깨소금, 나무젓가락


1. 낙지는 세발낙지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너무 크면 익히기에도 어렵고 호롱으로 만들어 먹기에도 불편하다. 세발낙지 혹은 사이즈가 작은 낙지로 준비하자. 기절낙지를 사용하는 것도 쉽게 요리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굵은소금과 전분을 문질러 낙지를 깨끗이 세척해준다. 머리속의 내장과, 낙지 눈은 떼어내어 준비한다.


2. 볼에 낙지를 넣고, 참기름 1스푼, 쯔유 (간장을 쓸 경우 쯔유 양의 1/2 정도만 사용해야 한다)를 3스푼 넣어 주물주물 해준다.


3. 나무젓가락의 윗부분에 머리를 끼우고 낙지다리를 돌돌 감아준다. 마지막 끝부분에선 젓가락 끝 부분을 벌려 끼워주면 낙지가 고정된다.


4. 중불로 달군 팬에서 나무젓가락에 돌돌 만 낙지를 골고루 잘 익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