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입을 즐겁게 해주는 요리하기

좋아하는 것들, 그 스물 한 번 째

by merry go round


늘 그랬다.

외식보다는 집에서.

돌아가신 친할머니가 요리연구가이셨던 데다

5남매중 중간으로 태어난 아빠는,

입맛도 딱 그 중간인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적당한 간을 볼 줄 아는 사람이어서.

그리고 마침 또 , 하시던 일이 광고 디자인이어서,

온갖 새로 열리는 식당이나 레스토랑 등의 가게 메뉴판을 만드는 직업 덕에

우리가족이 특별히 돈을 써서 외식을 하지는 않았다.


4남매중 맏이었던 엄마는 외할머니보다도 솜씨가 좋아서

고등학교때부터 혼자서 가족들이 먹을 김장을 척척 해냈다고 한다.


다들 그렇게 손맛이 좋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나까지도.

그래서 자연스레 하고자 하는 첫번째 꿈을 접고 선택한 두번째 일이

요리가 된건지도 모르겠다.

(첫번째 꿈 이야기는 나중에 ㅡ )


그렇기에 현재 나의 본업은 요리를 하는 사람이다.

요리 _ 에만 국한되어 있진 않지만,

아무튼 요리와 관련된 여러가지 일을 하는 사람이다.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라기 보다도,

커온 환경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요리와 관련된 일을 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자랐고,

진짜 하고 싶었던 건 넉넉치 않은 가정형편엔 허망한 꿈이었기에

내 두 번째 꿈, 평범하게 살기 위해, 요리를 택한게 어느새 십수년째다.


내 스스로 무언갈 만들어 먹는걸 좋아하는것 보다도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하는 것이 너무 즐겁다.

그나마 내가 가진 몇 안되는 재주 중 가장 쓸모있는 재주가 아닌가 싶다.

요리를 맛깔나게 해서,

모두에게 나눠 먹이고,

그걸 보는게 행복하다.


요리하는 행위 자체가 즐겁기도 하지만,

일단 그 전에, 이 음식을 누가 먹을 것인지를 머릿속에 그리는 시간이

더 큰 행복이 되어 온다.


맛있다.

이 한 마디가 날 즐겁게 한다.

한동안, 지난 나의 시간들이 부정당한것 같아

지난 1년간 거의 요리를 하지 않았는데,

오랫만에 다시 주방에 서서 칼을 잡고, 식재료를 씻고 다듬고,

시간과 정성을 들인 음식을 사람들에게 먹이고 나니,


역시 요리가 즐겁다.

내 요리를 먹고, 굳었던 얼굴이 편안한 표정으로 풀리는

사람들을 보는게 즐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가게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가게를 운영한다는건, 요리 하나 잘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는걸

너무나도 깊게 잘 알기 때문이다.


내 음식을 먹는 이들마다 왜 가게를 열지 않냐는 말을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늘 듣는데,

그 말이 진짜 가게를 열라는 뜻이라기 보다도,

그만큼 맛있어요 ㅡ 라고 해주는 ,

그들이 나에게 해주는 최고의 칭찬이라 받아들인다.


오랫만에 커다란 곰솥에 토마토카레를 한가득 끓였다.

된장을 풀고, 미역을 불리고, 포실한 두부를 썰어넣고 된장국도 끓였다.

갑자기 진행된 사내 일정이라 식재료 양념이 넉넉치 않아서

아침 출근길 집에서 고춧가루도 싸서 나왔다.

그냥 단무지 말고, 매콤새콤하게 무친 단무지를 찬으로 내어주고 싶어서.

전날부터 열심히 오이 피클도 담궈 두고,

겉으로는 어유 힘들다 너무 힘들다 보통일이 아니네 하면서도

눈길은 내 손으로 만든 밥을 먹는 동료들에게 계속 꽂혔다.


요리.

남을 즐겁게 하는게 행복한 나라서, 요리도 마찬가지인듯 하지만.

이젠 날 위한 요리도 좀 해보려고 해야겠다.

(하지만 , 정말 이상하게도, 날 위해 요리를 하면 맛이 없다 .. 진짜 이유를 모르겠네

내 스스로의 대한 애정도가 너무 낮아서 그런가)


이번주에 꼭 하루는,

너무 늦지 않게 퇴근하고 집에 가서

국을 끓이고, 밥을 짓고, 생선을 구워 저녁을 챙겨먹어야 겠다.

요리하는게 너무 슬퍼서, 한동안 주방에 서길 꺼려했지만

이젠 그 슬픔도 꼭꼭 씹어 삼켜야겠다.


어제 쓴 , 좋아하는 나를 위해,

좋아하는 요리를 해주는 시간을 꼭 가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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