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들, 그 마흔 두 번 째
하루 종일 일이 버거운 날이 있다.
가중되는 업무가 점점 더 많아지면서 현타가 오는 시점에,
그래도, 그래도 다시금 힘을 내어 보겠다고.
내 자신을 토닥토닥 토닥이며,
읏쌰 ㅡ 하고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 출근길 채비를 서두른 날,
평소보다 30분가량 일찍 출근해서,
단 1분도 허투루 쓰는 시간 없이 업무에 몰두한 날.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요즘들어 넘쳐나는 업무를 업무시간에만 쳐 낼 재간이 안되어
퇴근 후 주말마다 늘 노트북을 들고 퇴근했다.
쉬는 날인데도, 계속 마음은 편치 않았고
애시당초 말도 안되는 양의 업무가 주어진 것임에도
이걸 다 해내지 못하는 내 자신을 더 질책하고 있었다.
주말에 노트북을 붙잡고 일을 하는 내 자신을 보며
이렇게나 열심히 산다고 스스로 기특해 하고 뿌듯해 하면서,
이 회사가 마치 내 회사인냥,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
물론,
회사의 일이라기 보다도, 내 직업적 업무 스킬을 쌓기 위해서
내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죽어라하고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니지 싶을 만큼 업무에 치이는 요즘
그러다 오늘, 터지는 순간이 왔다.
내가 감정의 쓰레기통이 된 것만 같았던 일의 마무리.
업무적인 부분이라 자세히 쓸 수는 없었지만,
그냥 그 순간 드러눕고 싶어졌다.
그 자리에 드러누워 애처럼 생 떼를 쓴다는 뜻이 아니라,
정말.그냥 눕고 싶었다.
아. 모르겠고 눕고 싶다.
따끈따끈한 방바닥에,
뜨끈하게 온수매트로 데워진 침대 위에
무겁고 두툼한 이불을 푹 덮고,
그냥 눕고 싶다 그냥 드러 누워버리고 싶다.
뇌가 더 이상 사고하기를 거부했다.
야.
됐어.
이만 하면 됐어.
뭘 그렇게 애를 써 ?
이만큼 했음 이제 그만 해도 괜찮아.
네 책임도 아니잖아?
네가 없던 시간에 벌어진 일이야.
근데 그걸 너에게 떠넘기겠다고 오늘 일이 터진거고.
그냥 모르는척 해.
못본척 하면 되잖아.
알아.
그냥 나 가만히 있어도 되는거.
내 책임 아닌것도 알아.
그런데 왜이렇게 마음이 불편하지.
왜 똥 싸다 만 것 같고,
심기가 이렇게 불편하지.
명치가 꽉 막힌듯 답답 ㅡ 하고,
먹은 것도 없는데 체기가 있는 것 같아.
눕고 싶다.
눕고 싶다는 생각을 머릿속으로 백만번쯤 하며
눕고 싶다고 글을 쓰고 있다.
이 글을 마무리 짓고 나면
뜨거운 물로 씻고, 바로 침대 속으로 들어갈거다.
드러 눕고 싶다.
그냥 그걸로 오늘 하루를 다 내려 놓고 싶다.
다행이지 뭐야.
드러 눕는 것만으로 오늘 하루를 저버릴 수 있는 능력도
이게 능력이라면 능력이지 뭐.
눕자.
씻고 눕자.
그리고 오늘은 또 잊어버려야지.
매일 그랬던 것처럼.
잊을건 잊고,
흘려 보낼건 흘려 보내고.
다시 또 내일을 아무렇지 않게 사는거야.
지나간 감정의 쓰레기통같은 순간보다,
다가올 내일이 더 중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