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들, 그 마흔 세 번 째
숨이 가빠 payday 타 , 타, 탓탓타 ㅡ
맘이 아파 payday 타 , 타, 탓탓타 ㅡ
(브라운아이드걸스, sign 인용)
내 귀에만 이렇게 들리는건지 _
월급이 들어왔는데 스쳐 지나가서 그런가
왜이렇게 숨이 가빠지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월급날.
내가 다시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 된 지 딱 6개월 째.
여섯 번의 월급과, 여섯 번의 마라탕을 먹은 날.
코로나로 어려워진 시기에 입사를 하게 되
무려 한 달 넘는 시간의 대기로
이제 갓 입사 6개월차다.
(사회생활 짬은 이래저래 14년차지만)
체감상 회사 다닌지는 6개월이 아니라
족히 2-3년은 된 것 같은데
이제 겨우 6개월이라니.
생각보다 시간이 잘 가는듯 참 안간다.
통장에 남은 금액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그 또한 뿌듯하다.
그만큼 내가 내 할 몫을
조금씩 잘 채워 나가고 있다는 뜻이니까.
월급이 들어옴과 동시에
로그아웃
로그아웃
로그아웃
로그아웃
줄지어 계속 로그아웃하기 바쁘다.
지금 받는 내 월급은
프리로 일할 때에 비하면
매우 작고, 귀엽고, 소중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매 달 고정적인 수입이 생겼다는 것과
그 수입으로 내 지난 시간의 빚을 조금씩이나마
해결해 나가고 있다는 게 위로가 된다.
아직도 많이 남았지만
(물질적 마음적) 빚도 갚고 있고,
크게 모으고 있진 못하지만
아주 귀엽고 작게나마
모으는 재미도 느끼고 있다.
지난 열 한 달의 시간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지난 내 성인의 시간들도 함께 돌아봤다.
난 매우 부정적이면서도 긍정적인 사람이고,
난 매우 부족하면서도 능력있는 사람이고,
난 매우 철없으면서도 속이깊은 사람이다.
누구나가 다 그렇지 않을까?
마냥 부정적이기만 한 사람인듯 해도,
그 사람은 사실 삶을 포기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고 있으니
긍정적인 모습이 없다고 볼 순 없겠고,
마냥 부족하기만 해보이는 사람도,
사실은 이마만큼 삶을 살아왔다는데에
그게 비록 숨쉬는 능력일지라도 그 사람만의 능력치가 있을 것이다.
마냥 철 없는 사람인 줄 알았던 사람도,
사실은 겉으로 티가 나지 않았을 뿐
누구보다 속내가 깊은 사람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 어느 것 하나
남이 함부로 판단할 것이 없다는 말이다.
누구든 사람은 본인 자신이 가장 잘 알테니까.
내 삶의 책임을 온전히 다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잘 한 것도, 잘 못한 것도,
이제서야 내가 진짜 내 인생을 책임져 나가는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다.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은 좋은 사람들 틈에서
너무 많이 의지했고,
너무 많이 기대했으며,
너무 많이 내 자신을 믿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이 있어야만
그 속에서 내가 잘하면 빛날 수 있을거라 생각하며 살았다.
그로 인해
이제와서 책임져 나아가야 할 내 삶의 몫이
더 큰 무게로 남았지만
그래도 한편으론 정말 후련하다.
세상에 호되게 혼나고 있고,
다시 또 배우고 있고,
최소한 어제의 나보다는 조금 더 나아지고 있다 믿는다.
이제라도 온전히 책임지는 법을 배우고,
한 발 내딛어 나아가고 있는 힘을 믿는다.
적어도 말 뿐이던, 생각 뿐이던 지난 날들보다
지금의 내가 더 많이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삶의 무게가 더 무거워진만큼
조금 더 진중하게 내 자신을 돌아보며 살아간다.
2020년
내 인생에 있어 여러가지 의미로 전환점이 된 해.
많은 것을 잃고,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것을 얻기도 했다.
잃고, 배우고, 얻은 것의 형태는
정말 각양각색이었다.
다시 시작한 직장생활에서
적게나마 내 손으로 번 돈과
내 스스로 습득하는 업무스킬로
여러가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 사업을 할 때
이런 것들을 그 때 알았더라면
그랬더라면 얼마나 더 잘해낼 수 있었을까
그 시절의 내가 얼마나 부족했고
내 능력에 비해 얼마나 운이 좋았으며
그 시절 흘려들었던 말들이
지금에서야 하나 둘 다시금 떠오르고 있다.
(일의 관련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여하튼 나의 올해는.
아예 손 놓을 뻔한 내 삶을,
등 돌리고, 외면하고, 버리려 했던
나라는 사람의 인생을
버리지 않고, 외면하지 않고, 현실을 마주하고,
책임지고 있는 내 자신에게
잘한다. 잘하고 있다 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다른 사람들에게 듣는 말 말고.
내가 나에게 해주는 말.
내 스스로 납득이 갈 만큼,
노력하고 잘해내고 있다는 칭찬을.
올 한 해가 한 달 남았다.
바보같았던 올 한 해의 시작과는 다르게.
마무리는 정말 잘 하고 싶다.
많은 일이 있었다. 2020년.
고생 많았고, 고생하고 있고, 앞으로 좀 더 고생하자.
그래도 그 어느 때보다 가장 나 다운 것 같아서.
다행이다.
내 중심을 잃지 않게.
내 마음의 추의 무게를 묵직하게 잘 심어 두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