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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ry go round Nov 24. 2020

오늘은 월급날.  지난 11개월을 돌아보며.

좋아하는 것들, 그 마흔 세 번 째

숨이 가빠 payday 타 , 타, 탓탓타 ㅡ

맘이 아파 payday 타 , 타, 탓탓타 ㅡ


(브라운아이드걸스, sign 인용)



내 귀에만 이렇게 들리는건지 _

월급이 들어왔는데 스쳐 지나가서 그런가

왜이렇게 숨이 가빠지는지 모르겠다.



오늘은 월급날.

내가 다시 월급을 받는 직장인이 된 지 딱 6개월 째.

여섯 번의 월급과, 여섯 번의 마라탕을 먹은 .


코로나로 어려워진 시기에 입사를 하게 되

무려 한 달 넘는 시간의 대기로

이제 갓 입사 6개월차다.

(사회생활 짬은 이래저래 14년차지만)


체감상 회사 다닌지는 6개월이 아니라 

족히 2-3년은 된 것 같은데

이제 겨우 6개월이라니.

생각보다 시간이 잘 가는듯 참 안간다.


통장에 남은 금액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그 또한 뿌듯하다.

그만큼 내가 내 할 몫을

조금씩 잘 채워 나가고 있다는 뜻이니까.




월급이 들어옴과 동시에

로그아웃

로그아웃

로그아웃

로그아웃


줄지어 계속 로그아웃하기 바쁘다.


지금 받는 내 월급은

프리로 일할 때에 비하면

매우 작고, 귀엽고, 소중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매 달 고정적인 수입이 생겼다는 것과

그 수입으로 내 지난 시간의 빚을 조금씩이나마

해결해 나가고 있다는 게 위로가 된다.


아직도 많이 남았지만

(물질적 마음적) 빚도 갚고 있고,

크게 모으고 있진 못하지만

아주 귀엽고 작게나마

모으는 재미도 느끼고 있다.




지난 열 한 달의 시간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지난 내 성인의 시간들도 함께 돌아봤다.


난 매우 부정적이면서도 긍정적인 사람이고,

난 매우 부족하면서도 능력있는 사람이고,

난 매우 철없으면서도 속이깊은 사람이다.


누구나가 다 그렇지 않을까?


마냥 부정적이기만 한 사람인듯 해도,

그 사람은 사실 삶을 포기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가고 있으니

긍정적인 모습이 없다고 볼 순 없겠고,


마냥 부족하기만 해보이는 사람도,

사실은 이마만큼 삶을 살아왔다는데에

그게 비록 숨쉬는 능력일지라도 그 사람만의 능력치가 있을 것이다.


마냥 철 없는 사람인 줄 알았던 사람도,

사실은 겉으로 티가 나지 않았을 뿐

누구보다 속내가 깊은 사람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 어느 것 하나

남이 함부로 판단할 것이 없다는 말이다.

누구든 사람은 본인 자신이 가장 잘 알테니까.



내 삶의 책임을 온전히 다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잘 한 것도, 잘 못한 것도,

이제서야 내가 진짜 내 인생을 책임져 나가는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다.

그동안 나는

너무 많은 좋은 사람들 틈에서

너무 많이 의지했고,

너무 많이 기대했으며,

너무 많이 내 자신을 믿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이 있어야만

그 속에서 내가 잘하면 빛날 수 있을거라 생각하며 살았다.

그로 인해

이제와서 책임져 나아가야 할 내 삶의 몫이

더 큰 무게로 남았지만


그래도 한편으론 정말 후련하다.

세상에 호되게 혼나고 있고,

다시 또 배우고 있고,

최소한 어제의 나보다는 조금 더 나아지고 있다 믿는다.


이제라도 온전히 책임지는 법을 배우고,

한 발 내딛어 나아가고 있는 힘을 믿는다.


적어도 말 뿐이던, 생각 뿐이던 지난 날들보다

지금의 내가 더 많이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삶의 무게가 더 무거워진만큼

조금 더 진중하게 내 자신을 돌아보며 살아간다.



2020년

내 인생에 있어 여러가지 의미로 전환점이 된 해.

많은 것을 잃고,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것을 얻기도 했다.

잃고, 배우고, 얻은 것의 형태는 

정말 각양각색이었다.


다시 시작한 직장생활에서

적게나마 내 손으로 번 돈과

내 스스로 습득하는 업무스킬로

여러가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 사업을 할 때

이런 것들을 그 때 알았더라면

그랬더라면 얼마나 더 잘해낼 수 있었을까

그 시절의 내가 얼마나 부족했고

내 능력에 비해 얼마나 운이 좋았으며

그 시절 흘려들었던 말들이

지금에서야 하나 둘 다시금 떠오르고 있다.


(일의 관련한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여하튼 나의 올해는.

아예 손 놓을 뻔한 내 삶을,

등 돌리고, 외면하고, 버리려 했던 

나라는 사람의 인생을

버리지 않고, 외면하지 않고, 현실을 마주하고,

책임지고 있는 내 자신에게 

잘한다. 잘하고 있다 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다른 사람들에게 듣는 말 말고.

내가 나에게 해주는 말.

내 스스로 납득이 갈 만큼,

노력하고 잘해내고 있다는 칭찬을.


올 한 해가 한 달 남았다.

바보같았던 올 한 해의 시작과는 다르게.

마무리는 정말 잘 하고 싶다.


많은 일이 있었다. 2020년.

고생 많았고, 고생하고 있고, 앞으로 좀 더 고생하자.

그래도 그 어느 때보다 가장 나 다운 것 같아서.

다행이다.


내 중심을 잃지 않게.

내 마음의 추의 무게를 묵직하게 잘 심어 두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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