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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ry go round Nov 10. 2020

편지할게요

좋아하는 것들, 그 서른 세 번 째.

당신이 쓴 마지막 편지나 카드는 무엇이었나요 ?

(밥 먹을 때 긁은 신용카드 말고요)

(철 바뀌었다고 새로 한 벌 뽑은 옷 살 때 내민 카드 말고요)


모든걸 sns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요즘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카드나 편지를 쓰는걸 좋아한다.


이렇게나 급변하는 시대에

너무나도 아날로그 같은 나는,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고,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는게 어려워

그냥 늘 그 시절의 내 세상에 머물러 있다.


여전히 서점을 가면 꼭 편지지 코너를 들러

편지지를 몇 묶음씩 사고,

잉크가 나오는 펜도, 포인트를 줄 형광펜도,

굵게 이름을 쓴 네임펜도 사고

편지나 카드를 꾸며줄 스티커도 산다.

(이렇게 적고 나니 마치 초등학생같네_)

줄곧 편지를 쓰고 교환일기를 교환하던

그 시절의 내가 그나마도 가장 좋아서인걸까.

왠지 편지지나 카드에

글을 꾹꾹 눌러 쓰기 시작하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그래서 그냥, 시시때때로.

편지를, 카드를 적어 사람들에게 건넨다.




편지나 카드도 일기나 에세이처럼

결국은 다 같은 글쓰기인데,

왜 마음의 차이가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그건 아마도 읽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달라지는게 아닐까.

그냥 오늘의 나에게 쓰는 것과

누군가를 생각하며 쓰는 글에서 오는 차이.


요즘 1일 1 글쓰기를 실천하는 나는

글쓰기로 내 힘겨운 마음과 상태를

치유하는데 힘을 싣는다.


그런데 간혹 이렇게

혼잣말처럼 써내려가는 일상의 글 들에는

너무 힘겨운 날의 그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나서

시간이 지나 다시 글을 읽어보면,

마음이 도로 힘겨워지는걸 느끼곤 한다.

그래서 최대한 긍정적으로 글을 쓰려고 노력하지만

사실 그게 뜻대로 잘 되지는 않는다.


이번주가 특히 그런 것 같다.

한 주의 시작부터 왠지 마음이 다잡아지질 않고

너무나 힘겨워서 억지로 버텨내고 있는데,

그걸 글에 담아 써내려가다보면

글조차도 한없이 우울하고 어두워지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오늘은,

테이블 왼켠에 둔 편지지가 눈에 띄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 전에

누군가에게 편지를 한 통 적었다.


그 누군가에게 전하고픈 마음을,

떠오를때마다 편지지에 꾹꾹 눌러 적어

꽤 많이 모아둔 것이 있는데.

그 편지 뭉텅이가 눈에 들어와서

오늘 또 그 뭉텅이에 편지 한  통을 추가했다.

오랫만에 다시 (_그래봐야 며칠만에 쓴거지만_)

편지지에 내 마음을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운 그 달빛을 떠올리면서.


편지를 쓰기 시작하니

오늘 종일 내리 웅크리고 있던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풀리며

편지지 끝말엔

고맙다.

라는 말로 끝맺음을 할 수 있었다.


단지 널 생각하며 썼다는 것 만으로

나에게 위안이 되었나 보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 항상 함께하는 널 떠올리며

그리움으로 풀어나가던 글은,

마지막엔 그래도

네가 있기에 오늘의 내가 잘 살아내었다고

고맙다고 글을 끝 맺을수 있었다.


그렇기에 글은 누군가를 향해 써야 하나보다.

얼마 전 배웠던 내용처럼.

누군가를 향해 있는 글이어야,

그 상대방을 떠올리며 쓴 글이어야

아무래도 글의 마무리가

조금은 더 차분하게 되지 않나 싶다.


편지를 더 많이 써야겠다.

쓰고 싶은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리며.


우울함에 빠져 있던 내가,

오늘의 편지 주인공으로 인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조금 더 쉬이

돌아올 수 있어서, 찾아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고맙다. 많이 고맙다.

그래서 더 많이 보고픈 밤이다.





이젠 조용히 내 맘을 드려요.

다시 창가에 짙은 어둠은 친구 같죠.

길고 긴 시간의 바다를 건너 그대 꿈 속으로.

나의 그리움이 닿는 곳 까지


곱게 내 마음 접어서, 나의 꿈도 날아서,

아주 자유롭게 더 깊은 사랑 속으로.

(이젠 조용히 내 맘을 드려요.)

다시 창가에 짙은 어둠은 친구같죠.

길고 긴 시간의 바다를 건너 그대 꿈 속으로.

나의 그리움이 닿는 곳 까지.


이젠 외로이 내 맘을 그려요.

길고 긴 시간의 바다를 건너 그대 품으로

나의 그리움이 닿을 때 까지.

나의 그리움이 닿는 곳 까지


- 박정현 . 편지할게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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