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들, 그 서른 세 번 째.
당신이 쓴 마지막 편지나 카드는 무엇이었나요 ?
(밥 먹을 때 긁은 신용카드 말고요)
(철 바뀌었다고 새로 한 벌 뽑은 옷 살 때 내민 카드 말고요)
모든걸 sns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요즘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카드나 편지를 쓰는걸 좋아한다.
이렇게나 급변하는 시대에
너무나도 아날로그 같은 나는,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하고,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는게 어려워
그냥 늘 그 시절의 내 세상에 머물러 있다.
여전히 서점을 가면 꼭 편지지 코너를 들러
편지지를 몇 묶음씩 사고,
잉크가 나오는 펜도, 포인트를 줄 형광펜도,
굵게 이름을 쓴 네임펜도 사고
편지나 카드를 꾸며줄 스티커도 산다.
(이렇게 적고 나니 마치 초등학생같네_)
줄곧 편지를 쓰고 교환일기를 교환하던
그 시절의 내가 그나마도 가장 좋아서인걸까.
왠지 편지지나 카드에
글을 꾹꾹 눌러 쓰기 시작하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그래서 그냥, 시시때때로.
편지를, 카드를 적어 사람들에게 건넨다.
편지나 카드도 일기나 에세이처럼
결국은 다 같은 글쓰기인데,
왜 마음의 차이가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그건 아마도 읽는 사람이 누구인가에 따라
달라지는게 아닐까.
그냥 오늘의 나에게 쓰는 것과
누군가를 생각하며 쓰는 글에서 오는 차이.
요즘 1일 1 글쓰기를 실천하는 나는
글쓰기로 내 힘겨운 마음과 상태를
치유하는데 힘을 싣는다.
그런데 간혹 이렇게
혼잣말처럼 써내려가는 일상의 글 들에는
너무 힘겨운 날의 그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나서
시간이 지나 다시 글을 읽어보면,
마음이 도로 힘겨워지는걸 느끼곤 한다.
그래서 최대한 긍정적으로 글을 쓰려고 노력하지만
사실 그게 뜻대로 잘 되지는 않는다.
이번주가 특히 그런 것 같다.
한 주의 시작부터 왠지 마음이 다잡아지질 않고
너무나 힘겨워서 억지로 버텨내고 있는데,
그걸 글에 담아 써내려가다보면
글조차도 한없이 우울하고 어두워지는 것이다.
그러다 문득 오늘은,
테이블 왼켠에 둔 편지지가 눈에 띄었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기 전에
누군가에게 편지를 한 통 적었다.
그 누군가에게 전하고픈 마음을,
떠오를때마다 편지지에 꾹꾹 눌러 적어
꽤 많이 모아둔 것이 있는데.
그 편지 뭉텅이가 눈에 들어와서
오늘 또 그 뭉텅이에 편지 한 통을 추가했다.
오랫만에 다시 (_그래봐야 며칠만에 쓴거지만_)
편지지에 내 마음을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운 그 달빛을 떠올리면서.
편지를 쓰기 시작하니
오늘 종일 내리 웅크리고 있던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풀리며
편지지 끝말엔
고맙다.
라는 말로 끝맺음을 할 수 있었다.
단지 널 생각하며 썼다는 것 만으로
나에게 위안이 되었나 보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 항상 함께하는 널 떠올리며
그리움으로 풀어나가던 글은,
마지막엔 그래도
네가 있기에 오늘의 내가 잘 살아내었다고
고맙다고 글을 끝 맺을수 있었다.
그렇기에 글은 누군가를 향해 써야 하나보다.
얼마 전 배웠던 내용처럼.
누군가를 향해 있는 글이어야,
그 상대방을 떠올리며 쓴 글이어야
아무래도 글의 마무리가
조금은 더 차분하게 되지 않나 싶다.
편지를 더 많이 써야겠다.
쓰고 싶은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리며.
우울함에 빠져 있던 내가,
오늘의 편지 주인공으로 인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조금 더 쉬이
돌아올 수 있어서, 찾아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고맙다. 많이 고맙다.
그래서 더 많이 보고픈 밤이다.
이젠 조용히 내 맘을 드려요.
다시 창가에 짙은 어둠은 친구 같죠.
길고 긴 시간의 바다를 건너 그대 꿈 속으로.
나의 그리움이 닿는 곳 까지
곱게 내 마음 접어서, 나의 꿈도 날아서,
아주 자유롭게 더 깊은 사랑 속으로.
(이젠 조용히 내 맘을 드려요.)
다시 창가에 짙은 어둠은 친구같죠.
길고 긴 시간의 바다를 건너 그대 꿈 속으로.
나의 그리움이 닿는 곳 까지.
이젠 외로이 내 맘을 그려요.
길고 긴 시간의 바다를 건너 그대 품으로
나의 그리움이 닿을 때 까지.
나의 그리움이 닿는 곳 까지
- 박정현 . 편지할게요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