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들, 그 서른 여덟 번 째
일이 많고 바빠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스스로를 더 바쁘게 만든 것도 맞지만
일단, 일을 바쁘게 만들고 나니 다른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로지 일, 일 하려고 눈뜨고, 일하다가 잠든다.
나는 천성이 사부작 사부작
이것 저것 얕게 배우다 말기를 좋아하는데
(배우는 걸 좋아한다기엔, 정말 늘 배우다 만다)
(솔직한 자아성찰이라 해두자)
십여년만에 다시 회사생활을 하다 보니
아날로그적 인간인 나는,
회사 생활 일년도 채 되지 않은 이 시점에
모르는 것 투성이의 이 디지털 세상이
너어무나도 어려워서
여전히 노트에 볼펜으로 받아 적는게 편한 나는
시대에 뒤쳐져도 한참 뒤쳐진
우가우가 구석기시대 크로마뇽인 같다.
나는 평소 관심이 없는 것엔
배움의 뜻을 아예 두질 않는데,
그러다가도 내 관심 안 쪽으로 들어오면
거침없이 검색을 하고 책을 펴들어
빠르게 (얕고 좁은 지식을) 습득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내가 오랫만에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내 관심 밖 분야에도 배움의 뜻을 둬야만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소통이 전혀 되질 않았으니까.
서른 넘게 살아오며
늘상 관심사는 비슷했는데
이렇게 간만에 내 관심을 파고든
(내 세포들 왈, 나의) 비관심종목은 무엇인고- 하면,
그렇게 일평생 재미도 관심도 없던 분야를
요즘 공부? 아닌 공부를 시작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IT 분야이다.
IT.
아이,티, 란 무엇인가.
내가 아는건 그냥 대명사 중 하나인데.
IT. "그것" 아니야?
..... 네니오.
네. 실망스러울것도 없이 이게 제 수준입니다.
이렇게 무지한 내가 관심을 두게 된건
정말 별 것도 아닌,
새로 개발한 회사 공식 홈페이지 때문이다.
그렇다.
난 싸우기 위해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일단 나는 띄어쓰기나 맞춤법에 매우 예민하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지금의 나도 너무 많이 틀리지만
너무 견딜 수 없는 것들은
가만히 두고 보기가 너무 힘들다.
가령,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거나,
외않되.... 와 같은 것들 말이다.
내가 지금 다니는 회사는,
외국 브랜드의 커피머신을 주로 다루는
가정용 주방기기 수입 회사인데
커피가 주를 이루다 보니,
회사 공식 홈페이지에도
커피의 관련된 표현이 많이 기재되어 있다.
그 중에서, 회사 소개글에
"스페셜티"를 맛 볼 수 있는 곳 ㅡ
과 같은 표현이 있는데,
이걸 "스페셜 티"라고 기재를 해둔 것이다.
모르시는 분들이야 그게 뭔데 싶겠지만,
스페셜티(specialty)를
스페셜^티(tea)라고 표기해 둔 건
커피머신 전문 회사에서
마치 육개장을 six(6) dog(왈왈,개) long(길 장,長)
이라 쓴 것과 다름 없달까.
볼 때마다 너무 괴로웠다.
담당자에게 몇 번이나 요청을 했다.
"이것 좀 수정해주세요.
우리 커피머신 전문 회사잖아요.
스페셜 티(tea)가 왠말이에요 정말,
티요 ? 무슨 티요 ? 얼그레이 티요 ? 이게 뭐예요
고객들이 보고 비웃어요. 제발 고쳐줘요."
아무리 내가 IT 개발자 일을 잘 모른다지만,
아니 저건 ,
진짜 띄어쓰기 하나 인데.
그거 하나 고치는게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이라고 ?
(놀라운 건,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안 고쳐져 있다)
(덕분에 모든 외주업체들이 기사를 전부 다
스페셜 티(tea)라고 쓰고 있다는 것이다. 괴롭다)
그래서 생각했다.
공부해야지.
싸움도 뭘 알아야 싸우고,
따져도 뭘 알아야 따질 것 아닌가.
그렇게 IT 관련 책을 사서 보기 시작했다.
관련 언어를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따져도 관련해서 제대로 된 언어로 따지고 싶어서.
그런데 좀 뜬금없지만
이런 게 난 좀 변태적으로 좋다.
막상 내가 따지고 들 때 제대로 따지고 싶어
공부하기 시작한 그 어려운 동네의 언어는,
하나 하나 알아갈수록,
문명에 뒤쳐진 크로마뇽인을
이 시대에 살아 있는 현대인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
아직 그 어떤 내용도
정리할 수준이 안되어 언급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그렇게,
아주아주 느리지만,하나씩 하나씩
배우고 습득하며 현대인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조금씩 조금씩
진화해나갈수 있겠지
그러니까
쓸데없지만
쓸모없는 것의 대한 배움은
없는거라 이말인기야 ㅡ
it가 그것인줄 알던 내가
저런 그림도 어디서 퍼다 날라
첨부할 수 있을만큼
다음엔, 그 언젠가,
좋아하는 것들에 IT 관련 이야기도
짧게나마 이에 대해
서술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