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erry go round Nov 17. 2020

쓸데 없지만, 쓸모 없지 않은 것의 대한 배움

좋아하는 것들, 그 서른 여덟 번 째

일이 많고 바빠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스스로를 더 바쁘게 만든 것도 맞지만

일단, 일을 바쁘게 만들고 나니 다른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로지 일, 일 하려고 눈뜨고, 일하다가 잠든다.




나는 천성이 사부작 사부작

이것 저것 얕게 배우다 말기를 좋아하는데

(배우는 걸 좋아한다기엔, 정말 늘 배우다 만다)

(솔직한 자아성찰이라 해두자)


십여년만에 다시 회사생활을 하다 보니

아날로그적 인간인 나는,

회사 생활 일년도 채 되지 않은 이 시점에

모르는 것 투성이의 이 디지털 세상이 

너어무나도 어려워서

여전히 노트에 볼펜으로 받아 적는게 편한 나는  

시대에 뒤쳐져도 한참 뒤쳐진

우가우가 구석기시대 크로마뇽인 같다.




나는 평소 관심이 없는 것엔 

배움의 뜻을 아예 두질 않는데,

그러다가도 내 관심 안 쪽으로 들어오면

거침없이 검색을 하고 책을 펴들어

빠르게 (얕고 좁은 지식을) 습득하는 스타일이다.


그런 내가 오랫만에 회사 생활을 하다 보니

내 관심 밖 분야에도 배움의 뜻을 둬야만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소통이 전혀 되질 않았으니까.


서른 넘게 살아오며

늘상 관심사는 비슷했는데

이렇게 간만에  관심을 파고든 

( 세포들 , 나의) 비관심종목은 무엇인고- 하면,


그렇게 일평생 재미도 관심도 없던 분야를

요즘 공부? 아닌 공부를 시작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IT 분야이다.




IT.

아이,티, 란 무엇인가.

내가 아는건 그냥 대명사 중 하나인데.

IT. "그것" 아니야?


..... 네니오.

네. 실망스러울것도 없이 이게 제 수준입니다.


이렇게 무지한 내가 관심을 두게 된건

정말 별 것도 아닌,

새로 개발한 회사 공식 홈페이지 때문이다.

그렇다.

난 싸우기 위해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일단 나는 띄어쓰기나 맞춤법에 매우 예민하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지금의 나도 너무 많이 틀리지만

너무 견딜 수 없는 것들은 

가만히 두고 보기가 너무 힘들다.

가령, 아버지가방에들어가신다거나,

외않되....  와 같은 것들 말이다.


내가 지금 다니는 회사는,

외국 브랜드의 커피머신을 주로 다루는 

가정용 주방기기 수입 회사인데

커피가 주를 이루다 보니,

회사 공식 홈페이지에도

커피의 관련된 표현이 많이 기재되어 있다.


그 중에서, 회사 소개글에

"스페셜티"를 맛 볼 수 있는 곳 ㅡ 

과 같은 표현이 있는데,

이걸 "스페셜 티"라고 기재를 해둔 것이다.


모르시는 분들이야 그게 뭔데 싶겠지만,

스페셜티(specialty)를 

스페셜^티(tea)라고 표기해 둔 건

커피머신 전문 회사에서 

마치 육개장을 six(6) dog(왈왈,개) long(길 장,長)

이라 쓴 것과 다름 없달까.


볼 때마다 너무 괴로웠다.

담당자에게 몇 번이나 요청을 했다.


"이것 좀 수정해주세요.

우리 커피머신 전문 회사잖아요.

스페셜 티(tea)가 왠말이에요 정말,

티요 ? 무슨 티요 ? 얼그레이 티요 ? 이게 뭐예요

고객들이 보고 비웃어요. 제발 고쳐줘요."


아무리 내가 IT 개발자 일을 잘 모른다지만,

아니 저건 ,

진짜 띄어쓰기 하나 인데.

그거 하나 고치는게 이렇게 오래 걸릴 일이라고 ?

(놀라운 건,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안 고쳐져 있다)

(덕분에 모든 외주업체들이 기사를 전부 다

스페셜 티(tea)라고 쓰고 있다는 것이다. 괴롭다)


그래서 생각했다.

공부해야지.

싸움도 뭘 알아야 싸우고,

따져도 뭘 알아야 따질 것 아닌가.

그렇게 IT 관련 책을 사서 보기 시작했다.

관련 언어를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따져도 관련해서 제대로 된 언어로 따지고 싶어서.


 



그런데 좀 뜬금없지만 

이런 게 난 좀 변태적으로 좋다.

막상 내가 따지고 들 때 제대로 따지고 싶어 

공부하기 시작한 그 어려운 동네의 언어는,

하나 하나 알아갈수록,

문명에 뒤쳐진 크로마뇽인을 

이 시대에 살아 있는 현대인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


아직 그 어떤 내용도

정리할 수준이 안되어 언급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그렇게,

아주아주 느리지만,하나씩 하나씩 

배우고 습득하며 현대인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조금씩 조금씩

진화해나갈수 있겠지


그러니까

쓸데없지만

쓸모없는 것의 대한 배움은

없는거라 이말인기야 ㅡ 


it가 그것인줄 알던 내가

저런 그림도 어디서 퍼다 날라

첨부할 수 있을만큼



다음엔, 그 언젠가,

좋아하는 것들에 IT 관련 이야기도

짧게나마 이에 대해

서술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있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식재료, A부터 Z까지 모두 쓰는 소분 습관 들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