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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rry go round Nov 15. 2020

식재료, A부터 Z까지 모두 쓰는 소분 습관 들이기.

좋아하는 것들, 그 서른 여섯 번 째

정신없는 한 주를 보내고 돌아온 주말.

냉장고를 열었다.


냉장고 속에서 시들시들해진 당근이

이제 그만 날 죽여달라고 앓는 소리를 냈다.


'아.... 식재료 ... 소분 까먹었다 ..'


진즉 했어야 했는데,

진짜 요즘은 아침에 눈 떠서 밤에 잠드는 그 순간까지

너무 일에 미쳐 있다 보니 내 생활을 돌볼 시간이 없었다.

겨우겨우 밀리지 않게 빨래만 제 때 제 때 하는 정도.


'저걸 어쩐다.. 감자...는, 이 정도면 그냥 갖다 심어도 되겠는데..?'

냉장고는 놀랍게도,

한 생명의 불빛은 꺼트리고 있는 반면,

다른 하나엔 새 생명을 불어 넣고 있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가장 큰 숙제.

그건 바로 먹는 것.


시켜 먹는 것도, 해 먹는 것도 전부 다 어렵다.

시켜 먹는 건 기본적으로 최소 주문 금액이 만 원 이상인 곳이 대부분이기에

시킬 때마다 잔머리를 굴려가며 주문을 넣는다.

아침은 건너 뛴다 치고, 점심은 회사에서.

오늘 저녁과 내일 저녁까지 -

아니지, 혹여 야근의 경우를 생각해서

내일 모레 저녁 즈음에나 먹을수도 있게 되는 걸 염두에 두고

최소 주문 금액에 맞춰 주문을 넣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해 먹는 건 더욱이 엄두도 나질 않는다.

기껏 장을 봐 와서도

양파에 푸릇한 머리가 자라나고,

시금치가 흐물흐물해지며 죽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니까.



그래도 해 먹으려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서

가끔가다 장을 봐 올 때면, 최대한 재료를 소분해두는 편이다.

요즘이야 쓱 배송도 있고, 마켓컬리도 있어서

힘들여 장을 보러 갈 필요가 많이 없지만,

일단 살 때 부터 최소한의 양을 주문하고,

배송되어 온 식재료는 무조건 그 날, 최소 그 다음날에

전부 싹 다 손질해 두는 것이다.


그렇게 냉동실에 착착착 정리를 해두고 나면

그래도 버려지는 것이 없어 , 급할 때 뭐라도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된다.


그렇게나마 날 위한 한 끼를 챙겨보겠다고,

내 건강을 생각해 보겠다고, 나름의 노오력을 해보는 것이다.


소분 그거 어떻게 하는건데?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엄청나게 오래 걸리진 않는다.

그리고, 잘만 해두면,

요리 시간을 최소한으로 단축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이건 레스토랑에서 막내로 일할 때 많이 해두는 것이다.

레스토랑 막내로 들어가면 보통 아침 일찍 출근해서

식재료 들어온 것을 전부 정리해서 넣고,

그 날 점심/저녁 장사에 사용될 식재료를

빠르게 요리하기 위해 미리 손질을 해둔다.

이걸 프렙 해둔다고 부르는데

그 과정에서 보면, 1인분의 음식에는

그리 많지 않은 식재료가 들어가는 것을 쉽게 보고 느낄 수 있다.


가령, 해산물 파스타를 만든다 했을 때,

끽해야 새우 두 마리, 홍합 5개, 오징어 썬 것 3 개,

마늘은 두 알, 양파나 파프리카는 썰어 둔 그 가닥으로 세 네 가닥

겨우 이렇게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니, 집에서 혼자 해먹을때라곤 왜 다르겠는가.

다들 밥 하나 볶아먹을거면서, 양파, 감자, 당근을

한 개씩 죄다 다지고 있다.

그정도 양이면 볶음밥 20인분도 거뜬히 만들 수 있는 만큼의 양이다.



그러니까, 그냥 장 봐온 날 하루 잡고 전부 손질해버리는거다.

한 번 그렇게 하루의 한 두시간의 시간을 투자해서,

대략 일주일에서 이주일 정도의 먹거리를 차곡차곡 정리해두고 나면

그래도 내가 조금은 살림을 꽤나 신경써서 하는구나 ㅡ 하는

미미한 뿌듯함도 나름 느낄 수 있고,

그 이후 요리하는 시간이 정말 1/4로 줄어들게 된다.

요리에 들어가는 시간 = 식재료 손질하는 시간 이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에.

(찜처럼 몇 시간씩 걸리는 요리 말구요.)


그러니 ,

큰 ㅡ 맘 먹고, 내일은 다같이 장을 한 번 봐보자.

그리고 일하면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감자 깎고, 양파 껍질 팍팍 벗겨내며 풀어보는거다.

의외로 요리는, 다른 잡생각이 안들게 해주기에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꽤나 괜찮은 방법이다.


보통 장바구니 물품은 이렇다.

(대략 쓱배송이나 마켓컬리 배송 기준이다)


깐 마늘 한 봉지 (대략 20알) - 10알은 편으로 썰기, 10알은 통으로 얼리기

손질대파 한 팩 - 1/2은 통으로 얼리기, 남은 1/2은 어슷썰기와 쫑쫑 썰기 해서 얼리기

청/홍고추 한 봉지 (대략 10개) - 전부 어슷썰어 얼리기

양파 2-3개 - 볶음밥,오믈렛용으로 다진 것 한 줌/ 나머지는 전부 깍둑썰기- 된장찌개-고추장찌개용, 카레용

감자 4-5알 - 볶음밥,오믈렛용으로 다진 것 한 줌/ 나머지는 전부 깍둑 썰기, 된장찌개/고추장찌개용, 카레용

당근 1-2개 - 볶음밥,오믈렛용으로 다진 것 한 줌/ 나머지는 전부 깍둑 썰기 , 카레용 사용 가능

애호박 1-2개 - 볶음밥,오믈렛용으로 다진 것 한 줌/ 나머지는 전부 깍둑 썰기, 됀장찌개/고추장찌개용, 카레용

파프리카 2개 - 가운데 심지 제거하고 볶음밥,오믈렛용으로 다진 것 한 줌/ 나머지는 전부 깍둑 썰기 , 카레용

버섯 2-3개 - 볶음밥,오믈렛용으로 다진 것 한 줌/ 나머지는 전부 깍둑 썰기, 됀장찌개/고추장찌개용, 카레용


돼지고기 찌개용 600g(한 근) - 4등분 해서 카레/김치찌개/청국장찌개 사용 가능

소고기 및 닭고기도 사면 꼭 최소량으로 소분해서 얼리기

(닭가슴살은 한 덩이씩, 소고기도 약 100g으로 소분_ 미역국/소고기뭇국 끓일때 좋음)

무엇이던지 전부 소분 !

우렁살 같은것도 큰 것 한 팩 사서 소분 !

밥숟가락으로 2-3숟가락씩 소분해서 얼리면

된장찌개 끓일때 한 덩이씩 넣으면 우렁된장 완성된다.

새우도 소분! 늘 1인분의 기준을 두고 소분해서 얼린다.



일단 , 이게 내가 늘 손질하는 정도이다. 엄청 많은 것 같지만

생각보다 얼마 안걸린다.

나중엔 그 과정을 한 번 기록해 봐야겠다.


혼자이기에 더욱 챙겨먹기가 어렵다는 것을 더욱 절실하게 느낀다.

그럼에도 자꾸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남는 것은 건강뿐이라는 것을 이젠 알기에

삼십년 넘게 외면했던 내 건강을 이젠 좀 챙겨보려고 한다.


그러니 , 한 번 따라해보세요.

조만간, 꼭 모두에게 알려줘야지.

분명, 차곡차곡 정리되어 채워진 냉동실의 식재료를 보면

마음이 조금은 더 차분하고 뿌듯해 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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